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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일 - 고추 하우스 풀 작업, 토종벼 전시모 만들기

 

숙소 맞은편엔 누추한 집이 한 채 있다.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약간 치매 증상이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직 그런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인사라도 할라치면 90도로 허리를 숙여 답례를 하신다. 송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길가에선 인사를 해도 아는 체를 잘 안하신다. 그러던 할머니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마당을 거닐고 있을때 숙소로 다가오셨다. "참 깨끗하게 정돈 잘하고 사시네요" 뜻밖의 접근에 당황스러웠다. "네, 얼마 전에 예초작업을 했어요" "풀이란 놈은 참 신기해요. 비료같은 걸 안 줘도 이렇게 잘 자라니" "아, 네"

그렇다. 풀은 참 신기하다. 작물 근처엔 어김없이 풀이 자란다. 자신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꿋꿋하게 잘도 자란다. 오전엔 고추 하우스의 풀 작업을 하느라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그냥 놔두어도 될 것 같지만 이 풀을 매개체로 진딧물이 옮겨붙기도 하고, 고추에 들어갈 양분을 빼앗아 가기도 하니 어쩔 수 없이 뽑아야만 한다.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에겐 풀은 적군이다. 이제부턴 완전히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풀을 뽑으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 바로 뿌리박기의 중요성이다. 똑같은 풀이라 하더라도 어떤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느냐에 따라 뽑히는 정도가 달랐다. 또 풀마다 뿌리박기의 양태가 달랐다. 뿌리는 비록 얕더라도 줄기가 쉽게 끊기면서 뿌리를 보호하는 풀이 있는가 하면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박는 풀들도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땅에 어떤 뿌리를 박으려 이렇게 홀씨의 몸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나의 뿌리가 강한 생명력으로 흙을 움켜쥐도록 오늘도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직 내가 뿌리박을 땅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조급해하진 않으리라. 일찍 뿌리박기보다 더디더라도 확실히 뿌리박고 싶다.

 

오후엔 토종벼 전시모를 위해 화분만들기 작업을 했다.

이렇게 수많은 토종들이 단순히 박물관 속 박제들처럼 모셔지기보다 우리네 산천 곳곳에 뿌려져 자라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선 토종의 실리성을 키워야 할 터이다. 토종이 단순히 전시가 아니라 생활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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