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경악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연쇄살인범에 대한 영화를 봤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이러니컬하다.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고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냥 생명을 앗아간 유영철과 몬스터에 나타나는 미국 최초 여성 연쇄살인범 린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과연 둘다 사회가 키워낸 몬스터인지, 아니면 애시당초 타고날 때부터 그런 소양을 지니고 있었던 것인지, 몬스터라면 둘 다 똑같은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수 없었다.

사회가 이런 몬스터를 키워냈는냐의 여부는 그야말로 정답이 없을듯 싶다.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왜 유독 그들만 그러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 즉 타고날때부터 그들은 몬스터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그런 처지가 아니라 좀더 부유하거나 또는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다거나 하는 등 다른 환경속에서 자랐더라도 그랬을 것이냐는 질문에 또한 답하지 못한다면 분명 사회가 키워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영철과 린의 다른 점은 그것이 사회가 키워냈는지 여부보다는 우리가 그들의 결말에 대해 동정을 할 수 있는냐는 것에 있다 하겠다. 즉 사회가 키워냈기에 그들은 희생자일 뿐이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처지에 동정할 수 있기에 그들이 몬스터가 된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질 수 있을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린은 13살(14살인지도 모르겠다) 때부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팔기 시작한다. 그 나이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꼭 그것밖에 없었냐는 질문을 던져서는 안된다. 몸을 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나이일뿐더러 그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만큼 절박한 처지를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감히 변명하고 싶다. 아무튼 문제는 이게 아니다. 이런 사실로 인해 그녀가 받는 무지막지한 테러에 있다. 학교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결국 신데렐라를 꿈꾸던 그녀는 항상 창녀로서만으로 존재하게 된다. 즉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가 되고ㅡ 물론 이것 또한 그리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ㅡ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 영원한 굴레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니다, 자신이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차별의 경계선을 각자 지니고 있어 타인에게 그 잣대를 그어대곤 한다. 그리고 그것의 벽은 너무나도 두껍고 높아 하나의 개인이 그것을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그 차별의 벽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 벽에 갇혀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벽 속의 사람들을 멸시하고 억압할 뿐이다. 린은 바로 그 희생자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처음으로 이해해주고 사랑해준 동성의 셀비를 위해 방아쇠를 당긴다. 방아쇠를 당길때마다 항상 정당했던 것은 아니다. 오직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멸시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 눈물을 머금고 쏜 적도 있다. '제발 쏘지마' 하는 간절한 나의 바람을 무너뜨리고... 그만큼 난 그녀가 좀더 자유롭길 바랬었는데. 벽을 향해 총질을 해대도 정신만은 자유롭기를.

재판장에서 그녀는 외친다. 자신의 정당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모습이 몬스터로 비치는 것은 오직 사회라는 거울이 일그러져 있기 때문임을. 우리는 언제쯤 몬스터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굴곡된 거울을 깨뜨리고서 말이다. 린은 결국 사형을 언도받고 몇년후 집행된다. 린에게 애도를 표한다.  미국이라는 사회보다 더한 몬스터를 키우는 한국이라는 사회속에 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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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1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1000

제가 들어 옴으로 인해서 이렇게 됐군요. 선물 없어요? 흐흐. 농담. 잘 보고 가요.^^

 


하루살이 2004-09-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1000번째 손님으로 입장하신것 축하드립니다??? 실은 제가 축하받을 일인가요? 암튼 고맙습니다. 한 사흘 집을 비운 사이 즐거운 일이 생겼군요. 숫자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숫자가 주는 어떤 힘 앞에 무력한 저를 바라보게 됩니다. 음음. 지붕 고친것 축하드리구요, 계속해서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