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또는 구분짓는 것은 무엇일까? 합리성과 감성의 차이, 그리고 그것이 기억과 마음, 의지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령이나 귀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면 그런 책은 철학책이거나 종교관련 서적일게다.

불확적성의 원리,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 뇌의 역할 등등이 일상생활에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위의 질문들을 해설해준다면 그 책은 과학서적일테다.

그런데 이 모든 질문들과 답변이 한 책에 뭉뚱그려져 있다면, 아니 뭉뚱그려졌다고 표현해서는 안될 것 같다. 나름대로의 일관적 논리성을 바탕으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의 성격 또는 장르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추리소설이다.

전혀 연관되어져 있지 않을 것 같은 사유들이 전체적으로 얽히고 설켜서 살인과 실종이라는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로 작용하게 된다. 더군다나 귀신이나 영, 도깨비에 대한 해설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내가 지금 당장 한밤중 귀신을 만난다면 그것이 나의 가상현실임을 그러나 또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했던 무의식의 그 무엇이 눈 앞에 나타나 진짜 현실로 된 것임을 알게 될듯 싶다. 그래서 공포감에 사로잡혀 졸도하거나 귀신을 물리치겠다며 악다구니를 쓰지는 않을게다.

꿈 속에서 눌려본 가위, 그 끔찍한 기억 또한 이젠 먼 과거의 일일뿐 앞으로는 아마도 그런 가위에 눌린 삶을 살지는 않을거라 조금은 자신해본다.

암튼 밀실에서 사라진 건장한 남자,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소설가와 음양사, 탐정의 뚜렷한 캐릭터가 소설의 흡인력을 높여준다. 맨 처음 소개했던 여러가지 이론에 대한 설명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단초들을 그 이론들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냥 책속의 검은 잉크로서 존해했던 그 이론들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다만 사건의 해결이 어떻게 보면 황당한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듯한 조금은 모순적인 결말로 치달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중간 중간 계속해서 단서를 제공해준 작가의 배려 덕택에 설마 이런 결말은 아니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풀어낸 소설의 구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특히 탐정으로 나온 캐릭터의 신비한 능력은 실은 신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사 우리의 삶을 신중하게 살아가도록 만든다. 타인의 과거, 모든 타인의 과거와 자신의 과거가 서로 혼재해 있는 현실이라는 공간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을 주고받는다는 것, 다만 그것을 보고 느끼지 못할 뿐,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놓았을땐 나는 알몸이 되고 상대방 또한 알몸이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함과 반대로 감정의 풍부함을 갖을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하는 것. 누가 나도 모르는 과거를 안다는 것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영화 속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은 많이 등장한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속의 인디언들이 이런 능력을 많이 지니고 있다)

아무튼 수학마냥 실제 생활과 아무 상관이 없는 학문이라 여겨졌던 많은 이론들이 이 소설 속에선 현실 속에서 힘을 갖는다. 그 재미 하나만으로도 굉장한데 추리를 쫓아가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기에 읽는 내내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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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8-23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하루살이 2004-08-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