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밭 옆으로 복숭아밭이 둘러싸고 있다. 올겨울 기온이 따듯한 덕분에 꽃들이 다소 일찍 피었다. 그런데 4월초 전후로 아침 기온이 영하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과수꽃의 냉해가 걱정된다. 집에서 조그맣게 기르던 모종들도 냉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복숭아밭 어르신을 마주쳤다. "어르신, 복숭아꽃 냉해입지 않았나요?"

"뭐, 나야 모르지. 냉해 입었으면 입는거고. 그냥 거둘 수 있는만큼 거두면 되는 거니까."

"아~. 네"

"하기야, 어제도 아침에 물 받아둔 게 얼었더구만. 아직 새벽엔 춥긴 추워"

 

'복숭아 농사 1,2년 지은 게 아니다' 이런 포스가 느껴진다. 하기야, 만약 냉해를 입었다한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에 걱정을 하고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그리고, 맞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침 기온을 올릴 수도 없는 일이고, 이미 냉해 피해를 입은 꽃들을 다시 건강하게 살려낼 수도 없는 일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몫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행동이 '하늘에 맡긴다'는 뜻일 것이다. '농사의 반은 하늘에 달렸다'는 의미도 이런 뜻까지 포함한다고 보여진다. 내가 바꾸거나 막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그 결과를 겸연히 받아들이는 마음. 복숭아 농사를 수십 년 지은 농부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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