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고맙습니다]가 끝났다. [네 멋대로 해라]이후 실로 몇년만에 드라마에 몰입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타인을 향한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눈물을 쏙 빼놓을지는 몰랐다.

드라마는 분명 드라마다. 현실을 반영하는듯 하면서도 현실에서  떨어져 있는. [고맙습니다]는 감정이입이 잘 이루어진 것을 보면 현실과 닮아있는듯 하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이 드라마는 환타지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세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없어질까. 미혼모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조금이나마 무뎌질까. 그리고 초코파이의 매출은 얼마나 늘어날까.

그래도 아직 주위에서 에이즈 환자를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또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안아주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와 같은 연예인 스타들의 모습때문에 큰 거부감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했을 때 과연 무심히 넘어갈 수 있을까. 톰 행크스가 열연했던 영화 <필라델피아>도 생각이 난다. 드라마가 그나마 에이즈 환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꼬마아이가 걸렸다는 것, 그리고 고통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서신애의 환상적인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래서 실제 허약해진 몸 상태의 환자를 볼 땐 오히려 충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효진이 연기한 미혼모는 또 어떤가. 철없는 짓(?)거리로, 책임 질 수 없는 불장난으로 그려지는 대부분의 미혼모에 대한 인상을 쌍그리 지워버린다. 미스터 리 할아버지 때부터 교육받아온 타인에 대한 배려덕분에 누가 공효진을 미워하겠는가. "아이가 이렇게 상처받는 것은 모두 할아버지때문이에요. 남들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 할아버지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이라고요." 실은 여기까지가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미 현실을 넘어 환상의 세계로 조금 발을 더 디뎠지만. 하지만 공효진의 울분이 있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그녀가 섬을 떠나는 것을 막는다. 여기에서 난 환타지를 본다.

흔히들 바보처럼 산다고 말한다. 바보처럼 속고만, 바보처럼 당하고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현실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전염이 되듯, 감응하듯 변하는 사람도 지켜볼 수 있다. 극중 인물들은 모두 변해간다. 하지만 그 변화의 근본은 성선설에 바탕을 둔듯하다. 아무도 끝까지 악한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아니, 무관심으로 넘기는 사람도 없다. 그것은 드라마의 배경이 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래서 드라마는 도시인들에게 환타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눈물나는 환타지였다. 즐거운 환타지였다. 행복한 환타지였다. 환타지는 그곳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났으니 한마디 말을 건네야겠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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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판에서 얻은 마음의 병을 '봄'이로부터 다독이셨다니 다행입니다.
현실과 환타지는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여기는 여우가 다녀갑니다.
*참고*
서재 브리핑에서 <...>안의 글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즉 <고맙습니다>는 안보여요.
(.....)나 [....]를 사용하셔야 할 듯^^

하루살이 2007-05-1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이제서야 이런 비밀을 알다니... 제가 알라딘 서재 주인은 주인인가요?
아무튼, 봄이 너무 귀여워요. ㅋㅋ

프레이야 2007-05-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님, 저도 이 드라마는 무척 잘 봤어요. 웃고 울며.. 어떨 땐 푸근하고
가슴이 뻐근하기도 하구요. 종영분에선 특히 가슴에 들어오는 대사들이 많더군요.
환타지적이라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그만큼 현실의 벽이 아직은 높다는 뜻이지요.
좋은날 보내세요.^^

하루살이 2007-05-1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뻐근한 사랑이 그리운 계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