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대 총격사건으로 떠들썩하다. 특히 용의자가 한국계, 정확히 이민 1.5세대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학생들이 귀국해야 되지 않는냐, 산업계에 충격이 있지 않겠는냐 등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초점도 흐릿하다. 치정에 얽힌 범행이다, 또는 우을증과 같은 개인의 병리석 성격탓이다는 등 이유도 많다.

2002년에 제작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롬바인>을 떠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 성싶다.

과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이런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도 필요하다. 즉, 치정이든 우울증이든, 한국계든  중국인이든, 아프리카계든 아시아계든 다른 조건을 똑같이 부여했을 때 이런 대규모의 살인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냐는 것이다.

이 사건이 단순히 1,2명의 사망으로 끝났다면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고 그런 사건으로 치부됐을 터니 말이다. 사회면 가십거리로 가끔씩 등장하는, 하지만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그런 류의 살인사건 말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대량살인에 있는 것이고, 그것의 원인을 다큐 <볼링 포 콜롬바인>이 어느 정도 설명을 해준다는 점에 있어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볼링 포 콜롬바인에서도 이런 총격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끊임없이 질문한다.  TV를 보니 콜럼바인 참사건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헤비 메탈이죠. 폭력 영화. 사우스 파크. 비디오 게임. 마약. 마릴린 맨슨, ..." 1999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교내 총격사건 콜럼바인 참사를 일으킨 에릭과 딜란의 집에서 마릴린 맨슨의 CD가 발견됐다고 하던데, 정말 마릴린 맨슨 때문일까? 그 사건을 수사 중이였던 '스티브 데이비스' 보안관은 "걔들이 그 날 아침 볼링을 했대요. 그거 밖엔 몰라요!"라고 말한다.
얼마 후 감독인 무어의 고향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참혹한 총격사건이 또 하나 터졌다. 살던 집이 철거되는 바람에 엄마랑 삼촌 집에 얹혀살던 뷔엘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삼촌의 총을 학교에 들고 와서는 같은 반 여자아이를 쏜 것이다!

연간 총기 피살자 수. 일본 39명, 호주 65명, 영국 68명, 캐나다 165명, 프랑스 255명, 독일 381명, ... 미국 11, 127명. 도대체 왜 미국만 이렇게 총기 사고가 많은가? 감독은 사건의 원인을 찾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국 전역과 캐나다를 누빈다. 행복을 추구하는 미국인의 욕구가 왜 이리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희망하면서.

이번 버지니아대 참사의 용의자 조승희도 권총을 굉장히 쉽게 구입했다고 한다. 영주권자에 특별한 전과기록도 없어 자연스럽게 총을 팔았다는 판매상 또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한다. 하기야 누가 그걸 미리 알고 범행 예상자에게 총을 안팔수 있겠는가.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신변안전을 위해 총 소지가 가능한 미국의 경우 오히려 밤에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쉽지않다.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나 일본의 경우엔 굉장히 위험한 나라일 터이다. 하지만 치안 상태는 오히려 그 반대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무기판매상과 정치권의 연루, 거짓 공포로 대중을 조정하는 정부 등 다시 한번 볼링 포 콜롬바인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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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4-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엄마는 공장에 가고..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었던 어린 흑인 소년... 저도 볼링 포 콜롬바인이 생각나더만요.
아무리 끔찍한 죄악이라도... 그것이 일어나고말 수밖에 없었던 뿌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하루살이 2007-04-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파에서 방송 한번 해주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