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이책이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아니고 <공부>냐는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만을 선별해서, 사회현상과 빗대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였다. 그래도 <공부>라는 제목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한마디로 "독자 여러분, 공부하세요"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책을 읽다보면 관련서적을 서너권 읽었는데 독후감을 쓰다보니 한권밖에 언급못했으니 관심있는 독자 여러분 책을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라거나 책 중 한 챕터만을 소개하니 나머지 부분이 궁금하시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투랄까.

어쨋든 이것은 사족에 불과하고, 책의 중심테마는 아무래도 전체주의 또는 국가나 민족에 대한 단상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박정희와 히틀러, 반공주의, 레드콤플렉스, 바그너, 군사문화, 애국주의 등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전체주의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 것들이다.

한때 무정부주의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무정부주의가 무엇인지 눈꼽만큼도 알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태생적으로 군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단생활 속에서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아무 문제없이가 결코 아니라) 살아왔다는 것은 나름대로 잘 적응해 왔다고 자부해야 할련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집단적 사유를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것이 나의 특성이 아니라 내가 지금껏 받아온 교육의 결과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일상생활 속에서 깨우치지 못하고 지나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 글 사이에 날카롭게 비집고 나온 글귀가 있으니, 권력에 대한 저항은 개인주의자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대결하는 것은 집단적 성격을 띤 사람들이 해왔다는 것이다. 반골정신으로 뭉친 개인주의가 실제로 권력에 대한 싸움에서는 저만치 한발 물러서있다는 고백 아니 비판은 그대로 개인주의자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개인주의나 집단주의와 상관없이 어쨋든 나의 생각이 나만의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내 생각의 틀이 어떻게 주어졌는지를 아는 것이 바로 공부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장정일의 <공부>에서는 박노자의 책들이 가장 지금의 한국인을 철저하게 해부한 글이라 여겨진다.

아무튼 책을 접고나서 다시 한번 이 책이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아니라는 것에 당혹스럽다. 그리고 저자의 바람과는 달리 공부하고픈 마음을 갖도록 유혹하는 책은 별로 없었다. 다만 현재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 한국의 정세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불러왔다. 지금까지 너무나 무뇌적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결국 먹고살자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공부는 먹고사는 방법이 나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있어, 제대로 먹고 사는 방법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완이다. 그리고 그 미완을 독자들의 공부로 해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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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2-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겁니다.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다른 책에서 반복적으로 만난 것이라는.
리뷰를 너무 솔직하게 썼던 저로서는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 <공부>라는 말이 독자들로 하여금 인식의 발상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감히 해 봅니다. 다만, 부제와 책 띠지의 출판사 광고문구는
이제까지 만나온 장정일에서 정말 낯설었어요.
연말인데 출장 릴레이는 끝나신건가요?^^

하루살이 2006-12-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릴레이는 끝났는데, 일의 릴레이는 끝이 없으니...^^; 머리가 너무 아파요. 가끔 가슴도 아프답니다. 왜 아플까 고민합니다. 흑흑. 아픈데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마음의 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어려움도 즐길 수 있는 경지를 터득하지 못하는 한 아픔은 계속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을 안다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곧, 머지않아 결판이 나겠지요. (그런데 그 머지않아가 꼭 멀게만 느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