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언덕을 따라 뛰어 올라가는 아이에게 라이트 세이버(광선검의 일종으로 보라색임)로 빠이빠이를 해주고 신호등을 건너 학교 쪽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눈으로 좇았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들으며, s님과 ㄷ님 서재를 오가며, 우유, 보리차,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왼손으로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눈으로 훑고 있을 때, 이것을 보게 된다. 



<창비학당> 

여성 상위? 비혼? 고양이? 여행? ‘한남’ 사회에서 어떻게 살까? 

문재인 정부와 젠더? 여성이 군대 가면 평등해질까? 

<정희진의 페미니즘, 할 말 있습니다>



나는 어제 애정하는 님과 정희진쌤 강의에 대해 문자를 나누다가 정희진쌤 12주 연속 강의 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이 강의가 딱 그런 거였다. 토요일마다 4시간씩 3주. 12시간. 이것 참 괜찮은데, 하면서 시간표를 확인하는데, 어렵쇼? 강의 시작이 11월 11일 토요일 2시인거다. 그런데, 그 시간에 정희진쌤은 다른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정희진쌤의 11월 11일 2시 강의를 신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할일 없어 노는 것은 아니고, 할 일이 많지만 다만 하지 않을 뿐인 사람인 나는, 그냥 단순하게 시간이 많은 사람인 나는… 9시 12분 창비학당에 전화를 하기에 이른다. 다정하게 여보세요,라고 말하던 남자는 정희진쌤 창비학당 강의시간에 정희진쌤은 그 곳에 있지 못할 거라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사람은 누구인지, 그것 때문에 왜 전화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아무튼 내 안내에 따라 (ㄷ도서관이 아니라, ㄷ정보문화센터요) 해당 강의를 찾고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아, 정말 그렇네요. 네, 제가 그 강의를 전에 신청해서요. (아직 창비 강의를 신청한 것은 아니지만, 정희진쌤 스케쥴이 이렇게 꼬이면 안 되니까) 전화 드린 거예요. 그럼 이만. 그제서야 남자는 다급하게, 고맙습니다~~를 고맙습니다의 톤으로 말했다. 상황 종료. 




아침부터 정희진쌤 스케쥴을 관리하다 보니, 정희진쌤이 생각나고, 11월에 만날 때, 새 책을 사서 사인을 받아야 할지, 여기저기 밑줄에 포스트잇 플래그가 덕지덕지한 이 책들을 그냥 가져가도 되는지, 잠깐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정희진쌤만은 아니다. 나는 강신주를 사랑했고, 필립 로스를 사랑했으며, 마거릿 애트우드를 숭앙한다. 그리고 정희진쌤을 좋아한다. 좋아하면서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부담스럽다. 





여담이지만, 내가 하는 사회를 위한 유일한 실천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먹을거리 외에는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가구도 없다. 승용차는 물론 운전면허증도 없고, 텔레비전, 헤어 드라이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 제품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없는 생활이 그토록 비난받고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특이한’ 삶인가? 내 생각에는 더 특이한(게다가 ‘바람직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낯선 시선>, 185쪽)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그녀처럼 사는 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강박이 ‘종교적’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할 때, 난 자꾸 수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 


엄마는 수녀였다.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여러분 자신은 바로 여러분입니다,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강신주를 사랑했다. 

자네는 날 수집했네,라고 말해줬을 때, 난 필립 로스를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희진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정하는 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지도 않으며, 약속은 계속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오해, 오식,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객관적, 중립적, 보편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해에 따라 진리가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백해무익한 정보가 절실한 신앙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언어는 신이 만든 공정한 말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적 산물이다. 누군가 먼저 말한 사람(주체)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언어는 필연적으로 당파적이다. 이분법은 언어가 만들어지는 가장 일차적인 원리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29쪽)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나는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남성 권리에 대한 침범’이나 ‘여성의 과격한 권익 요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작점을 그렇게 잡으면 ‘사실은 그렇지 않아!’라는 외침이 이성적인 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남자의 입장에서 기술되어 왔다. 그것만이 ‘객관적인’ 서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객관성에 도전하는 주장들은 여자들의 억지이거나 정신 나간 남자들의 떼쓰기라고 폄하된다. 





나 역시 젠더와 성에 대해 진화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방식들 가운데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처럼 내 동기도 이념적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내가 객관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러니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조신함을 기본축으로 하는 성 문화를 예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단 이러한 예찬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35쪽)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처지에 있었고 현재까지 그러하다,는 내 주장이 편협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나 또한 오해, 오식,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테니까. 게다가 나는 그러한 불평등한 지위에 처해있던 여자가 아닌가.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비교적 평등했고, 요즘에는 오히려 여성 상위 시대라는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그 곳이 바로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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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7-10-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라이트세이버 빠이빠이도 짱 멋진데 희진쌤 스케쥴 관리까지~단발머리님 멋져요~♥

단발머리 2017-10-26 18:3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렇게까지 멋지지는 않아요.

흙당근과 닭가슴살 볶음밥과 신디사이저 커버와 키친크로스와 ˝토옴~~~!!˝이 가능한
아른님이 진짜 멋지죠~~
그래도 저 멋지다고 해주셨으니, 12정도 멋진걸로 할께요. ㅎㅎㅎㅎ

쑥 2017-10-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시간씩 30주가 아닌게 다행인거죠?
‘내가 하는 사회를 위한 유일한 실천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책꽂이도 없이 책을 쌓아두셨을 거 같고, 운전 좋아해서 더 더 더 좋은 차를 종류별로 갖고싶다라고 방금 생각한 저는 몹시 부끄럽습니다...^^;;;

단발머리 2017-10-26 18:45   좋아요 0 | URL
원래 30주 정도는 해줘야 나 좀 공부 좀 했다~~ 하는건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더 더 좋은 차가 어떤 걸까요?
운전을 좋아하지만 마을버스 노선인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유부만두 2017-10-2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라이트 세이버 (파란색) 있습니다. 부우우웅~ 비이이잉~

단발머리 2017-10-26 19:19   좋아요 0 | URL
저도 라이트 세이버 좋아하는데, 소리가 참 활달하다 보니 건전지가 빨리 닳아요.
저희집꺼는 현재 건전지 없이 입으로만 부우우웅~ 비이이잉~ ㅎㅎㅎㅎㅎ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읽으니, 무소유의 삶을 직접 실천하시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소비물신주의 시대에 정말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2017-10-26 19:25   좋아요 0 | URL
<낯선 시선>에서 스마트폰이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증, 시민권 증명서로서 기능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셨는데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생활 전반이 정말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신 듯 해요.
먹는 것 이외에 무엇이든 사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죠.

단발머리 2017-10-2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

<창비학당>에서는 정희진쌤의 11월 11일 강의를 11월 12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용기 내어 전화한 저한테 조금 고마워해 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물론 저는 정희진쌤을 위한 것이었지만요.^^

- 2021-01-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 이 책 읽다가 ... 수녀다.. 보고 할말잃어서 검색하다 단발님 페이퍼 만났어요 ㅋㅋ

단발머리 2021-01-28 13:47   좋아요 1 | URL
수녀다!에 놀란 사람, 여기 추가요.
쟝쟝님이 정희진쌤 책 읽으니까 나도 다시 읽고 싶어져요.
<페미니즘의 도전>도 다시 도전하려고 새 장정으로 구입해 두었는데, 아직은 고이 보관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디사이저를 샀을 때 나는 지금보다 젊었다. 신디사이저만 있으면 밤낮으로 연습에 열중할 거라 나 자신을 설득했는데, 남편에게도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어떤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제는 엄청난 가격이었는데, 마침, 정말 때마침, 딱 맞춰서 공돈이 생겼다. 신발장 속, 버리기 직전 남편 워커에서 아이들 돌반지가 무더기로 나왔다. 그 때는 금값이 지금과 달라, 얇은 돈봉투보다 돌반지가 훨씬 더 흔했는데, 허술하게 묶은 비닐백 안에는 금반지와 금팔찌와 금목걸이가 들어 있었고, 남편과 나는 그것을 팔아… 얘들아, 엄마가 미안.  



그렇게 신디사이저가 집에 왔건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보다 신디사이저를 애용해주지 못했다. 운반용 하드 커버를 벗기고, 전원을 연결하고, 페달을 꼽고, 헤드폰을 쓰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울에 이사하면서 이젠 정말 사랑해주겠다,는 다짐으로 과감히 운반용 커버를 벗기고 거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건만, 먼지 쌓이는 게 눈에 보여 오히려 더 미안할 뿐이었다. 



하여, 본격적인 연습 전에 예쁘게 새 단장을 해 주고자 아른님에게 특별 제작 주문한 신디사이저 커버가 드디어 어젯밤에 도착했다. 대충 덮어놓은 빨간 수건이 부끄러워 잠시 아이 방으로 피신했던 신디사이저는 이제 곧 세상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환상의 연주를 선보일 것인가. 










내 신디는 일반적인 직육면체 모양이 아니고, 앞쪽과 뒤쪽의 높이가 달라 아른님이 만드시는데 애를 쓰신 듯 하여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 귀퉁이, 귀퉁이마다 야무지게 잘 맞는다. 책의 바탕이 되는 깜찍한 땡땡이는 푹신한 방석이고, 바닥의 스트라이프는 다용도 키친크로스, 책과 엽서도 너무 마음에 든다. 



어젯밤,부터 묻고 싶은 말입니다.

마녀의 한 다스,라면 책을 읽어보면 알 테죠. 

그래서 다스는 누구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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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2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터졌어요.

단발머리 2017-10-26 08:53   좋아요 0 | URL
괜찮았어요?
난 아까부터 syo님 방에 있었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7-10-26 08:54   좋아요 0 | URL
뭐 볼게 있다고 거기 들어가 계세요. 훠이, 얼른 나오세요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10-26 08:55   좋아요 1 | URL
볼 거 아주 많아요~~~~
지금 syo님 글 읽느라 바쁘니까 다음에 통화해요.
이만 끊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0-26 09:03   좋아요 0 | URL
어머. 이 분들 사이 좋은 것좀 봐! 저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알콩달콩 도란도란 한 걸 보면 참 좋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ㅋㅋㅋ)

게다가 마침 제가 여기에 오기전 쇼님 집에 먼저 들렀더랬지요. 둘이서만 맛있는 것 드시지 마시고 저도 불러줘요!

syo 2017-10-26 09:06   좋아요 0 | URL
와 아침부터 놀자판이야 신난다~^-^

단발머리 2017-10-26 09:07   좋아요 0 | URL
아차차!! 다락방님 댓글을 읽고 보니 손님이 오셨는데, 음료수도 한 잔 내놓지 않았네요.

syo님~~
음료수 뭐 드실 거예요?
우유, 옥수수수염차, 보리차, 결명자차 있어요. (나 너무 올드하나요 ㅠㅠ)

다락방님~~ 그런 염려랑은 붙들어 매시고요.
제가 syo님을 알라딘 인기서재 <미녀의 다락방>에서 만났다는 것만 알려드릴께요^^

syo 2017-10-26 09:12   좋아요 0 | URL
제로콜라 없어요?? (시무룩) 그럼 그냥 우유 마실래요...

단발머리 2017-10-26 09:18   좋아요 0 | URL
저희집은 피자랑 치킨 시킬 때 오는 콜라하고만 인사를 해서요.
따로 구매는 잘 안 하는데...
일단 syo님 취향은 접수했어요.

우유는 파스퇴르 저온 살균이예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10-26 09:45   좋아요 0 | URL
저는 보리차로 할래요. 우유는 제가 잘 못마셔요. 그런데 저를 위해서 그러니까... 와인...도 좀 한 쪽에 쟁여두시면...안될까요? (글썽)

단발머리 2017-10-26 09:47   좋아요 0 | URL
와인!!!!!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저 쪽 베란다에 잘 누워 있어요.
걔네들 제가 다 깨울께요. 얘들아, 일어나! 언니 오셨다!!

syo님 미안해요. ㅠ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요.
나도 이제 막 생각난 거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10-26 09:51   좋아요 0 | URL
아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인 있다고 하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사랑해요 ♡

단발머리 2017-10-26 10:00   좋아요 0 | URL
나두요!! 다락방님 알러뷰~~~

syo 2017-10-26 10:0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쯤에서 두 분의 뜨거운 사랑을 응원하며 한발 물러나겠습니다. 제로콜라도 없고.....

그럼 이만. ㅎㅎㅎ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신디가 하나 있습니다. 꼬맹이가 뚱땅거리고 있답니다 :> 커버는 정말 이뿌네요. 탐.난.다.

단발머리 2017-10-26 09:19   좋아요 0 | URL
실제로 보면 정말 너무너무너무 예뻐요.
어제밤부터 막 만지고..... ㅎㅎㅎㅎㅎ 그렇습니다.
아른님이 누빔으로 해주셔서 약간 도통하고요. 눈이 부셔서 저쪽 방에는 가지 못하고 있어요.

꼬맹이는 무슨 곡을 뚱땅거리나요? 우리 꼬맹이도 뚱땅거렸으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lavis 2017-10-2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신디도 부끄러워하고 있는데..걔도 높이 다른데..커버는 넘나 이쁘고..맹 활약을 기대하옵나이다♥♥♥

단발머리 2017-10-26 09:40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제 신디에게....
제가 그렇게 꼭 전하겠습니다. ^^

clavis 2017-10-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디야 사랑해♥

단발머리 2017-10-26 09:45   좋아요 1 | URL
저희 집 신디가 이 댓글을 엄청 좋아합니다.^^

clavis 2017-10-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호오포노포노..책에서..정말 한번 해봤는데 악기 연주해야할 큰 자리에서 하도 잦은 실수로 스스로에게 상처받고 있을때 고육지책으로 악기를 매만지며 ㄲ ㅑ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잘 부탁한다고..아 눙물나..그러구선 정말 괜찮았어요♥♥

단발머리 2017-10-26 09:49   좋아요 1 | URL
아.... 그래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피아노 칠 때, 사람 어루만지듯이 한다 하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그래도 피아노는 많이 사랑해 줬는데, 이 신디는 둘쨰라 그런지 애정표현을 많이 못 했네요.
미안하다, 신디야....

clavis 2017-10-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운동선수들도 자면서 공 껴안고 잔다기에ㅠ

단발머리 2017-10-26 09:50   좋아요 1 | URL
아른님 덕분에 완전 미모 폭발해서 이정도면 정말 껴안고 잘 정도입니다.
사랑해, 신디야~~~

clavis 2017-10-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신디도..갈 곳 없이 계단 여풀떼기에 비스듬히 세워져있는 네 신세란ㅠ용서해줘

단발머리 2017-10-26 09:54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가 중요합니다.
먼저 좀 닦아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7-10-26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7-10-2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도 먼지 뒤집어쓰고 앉아있는 cd플레이어 친구 머리 쓰다듬어줬는데..헉 단발머리님 지금 하고있던게 영상통화 였나요?이만 끊어요~휘릭

단발머리 2017-10-26 09: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7-10-26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정말 또한번 다시한번 결심해봅니다 오늘은 네게 다가갈거야 열심히 연습해요 우리!!

단발머리 2017-10-26 09:59   좋아요 2 | URL
저도 오늘 꼭 쇼팽 연습하고.... 그리고 내일 또 연습하고...
나는 언제쯤 자랑할 수 있을까요. ㅠㅠ

clavis 2017-10-26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읽고있는 라틴어 수업에서..나는 나 자신에게,그리고 무엇에게 최우등이래요 나 자신의 천사가 되어주라고..이미 이토록 아름다운 프렌치 앤티크를 가지고계신 단발머리님♥나 자신을 위한 연습과 연주를 하자고 오늘 저에게도 말해줘봅니당 화이띵♡♡♡

단발머리 2017-10-26 18:47   좋아요 2 | URL
저는 아름다운 프렌치 엔티크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도 연습을 못 했답니다. ㅠㅠ
내일은 꼭 연습하겠다! 다짐해 봅니다.
나 자신의 천사가 될꼐요.
천사야~~ 내일은 꼭 연습하자꾸나^^

psyche 2017-10-26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쩐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디지털 피아노랑 신디를 한번 닦아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드네요.
그리고 저의 집에는 보리차와 메밀차뿐 아니라 와인도 있구요. 콜라도 레귤러와 다이어트로 모두 구비되어있습니다. 맥주도 물론 있구요.ㅎㅎ 아 우유는 없군요.

단발머리 2017-10-26 18:49   좋아요 1 | URL
네, 오늘은 신디 사랑이 주제였습니다.^^

보리차와 메밀차, 와인에 콜라도 두 종류나~~~~ 맥주까지!! @@
이제 비행기표만 있으면 되겠군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17-10-26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저 여자의 등짝이 아주 확 와닿네요.ㅎㅎ
상큼발랄 단발머리님 가을날 잘 보내고 계시죠?
다락방님도 보이고 남의 방에서 두루 인사 드립니다.^^

단발머리 2017-10-26 18:51   좋아요 2 | URL
네, 아주 과감한 의상인데, 내용도 그러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상큼발랄 단발머리는 가을을 잘 보내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우아하고 아름다운 프레이야님은 어떠세요~~
차가운 바람이 불던 겨울의 어느 날 프레이야님 뵈었는데, 벌써 그 계절이 돌아오네요~~ ^^

clavis 2017-10-30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ㄲ ㅑ하♥저는 다이어트와 찬가지로 그날도 그담날도 어제도 연습을 못...ㄲ ㅑ

단발머리 2017-10-30 09:22   좋아요 2 | URL
저두요저두요.
그래서 오늘 또 피아노 연습 독려 페이퍼를 썼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에 몇 분 이렇게 하니까 잘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저 이렇게 할려구요. 화목금 20분씩^^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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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는 조지아의 랜들 농장에서 태어났다. 엄마 메이블은 열 두 살 혹은 열살 즈음의 코라를 남겨두고 혼자 농장을 탈출했다. 메이블은 탈출에 성공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코라는 무자비한 남자들로부터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밭을 지키고, 쫓겨갔던 호브에서의 삶도 그럭저럭 이어갔지만,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혀온 빅 앤서니의 처벌이 있던 날 저녁, 시저에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둘의 계획을 눈치챈 친구 러비가 그들과 함께 출발하지만, 러비는 곧 노예사냥꾼에게 붙잡히고, 코라는 달리고 또 달려 농장을 벗어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장에서 벗어난다. 땅속 지하철 Underground Railroad. 차장과 역장들. 그들은 비밀스럽게 노예들을 북으로 실어 나른다. 코라와 시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하고, 새 이름으로 불리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아침에는 일터로 나가고, 밤에는 숙소로 돌아오는 평범한 일상. 토요일에는 잔디밭에서 친목 파티가 열린다. 코라는 새로 산 파란 드레스를 입고 시저를 만나러 간다. 두 사람은 기차를 보낸다. 다음 기차, 아니면 그 다음 기차를 타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쫓는 무시무시한 노예사냥꾼이 곧 들이닥치고, 코라는 뛴다. 다시 그 기차역으로 뛰어간다. 이제는 시저도 없이 혼자다. 코라는 갇혀 지내다 붙잡히고, 구출되고 잠깐 쉼을 누리다가 다시 또 도망간다. 


코라가 랜들 농장에서 코널리에게 살갗이 벗져지도록 매맞을 때, 허접한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입고 박물관에서 마네킹 흉내를 낼 때, 이 세상 모든 검은 피부의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때, 다락방에 숨죽여 웅크리고 있을 때, 발목과 손목에 족쇄가 채워져 마차 뒤편에서 잠들 때, 그녀의 고통은 너무나 가까워 나는 자꾸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고통이 너무 가까웠다. 두렵고 슬펐다. 인간은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가,의 쓸데 없는 질문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잔디밭에 차려진 식탁에 앉아 앨리스가 끓인 거북 수프와 양고기를 맛있게 먹었고, 요리사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빅 앤서니는 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채찍질을 당했고, 그들은 천천히 먹었다. 신문기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종이 위에 뭔가를 휘갈겨 썼다. 디저트가 나오고 흥이 오른 손님들이 모기에 뜯기지 않으려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빅 앤서니의 처벌은 계속되었다. (59쪽) 



탈출하다 붙잡힌 노예를 고문하는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채찍질 당하는 노예를 바라보며 천천히 먹는 사람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노예를 보며 럼주를 홀짝이는 사람들. 흑인들의 무력감과 공포, 좌절과 슬픔은 윗집 사람의 쿵쿵거리는 발걸음처럼 무척이나 가까웠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어떤가. 다른 이의 공포와 고통에 완벽하게 무지한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인가. 인간이 아니기에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인가. 


이들만큼 나를 놀라게 한 사람이 바로 코라다. 농장에서 나고 자라, 채찍질과 목화솜 따기, 배고픔과 모욕만을 경험하며 자랐던 코라는 어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나. 어쩌면 이렇게 용감할 수 있나. 



코라는 남자들이 나무에 매달려 독수리와 까마귀 밥이 되는 것을 보았다. 여자들은 아홉 가닥 채찍에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도록 맞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몸이 장작더미 위에서 타들어갔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이 잘렸고,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손이 잘렸다. …… 그날 밤 어떤 감정이 코라의 가슴을 다시 꽉 채웠다. 그 느낌이 코라를 휘어잡았고, 제 안의 노예가 인간의 발목을 붙잡기 전에 그녀는 방패처럼 소년의 몸 위로 엎드렸다. (45쪽)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만 그들의 용기에 움츠려드는 나를 본다. 코라는 어떻게 체스터 위로 엎드릴 수 있었을까. 마틴과 에설은 어떻게 목숨을 걸고 코라를 도와줄 수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까. 코라와 코라의 자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희생했던 것일까. 



자유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숲을 가까이서 보면 나무들로 빽빽하지만 바깥에서, 텅 빈 초원에서 보면 그 진짜 윤곽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자유가 된다는 것은 사슬과는 혹은 얼마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느냐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농장에서, 그녀는 자유롭진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바람을 쐬고 여름 별을 바라보며 제한 없이 움직였다. 작음 안의 큰 곳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주인에게서 자유롭지만 일어설 수도 없는 작은 토끼장 속을 살글살금 돌아다녔다. (204쪽) 



아이를 빼앗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지 못하게 하고, 사람으로서 살지 못하게 하고, 괴롭히고, 조정하고, 매질하고, 그리고 하얀색 셔츠에 튄 와인 한 방울 때문에 사람을 산 채로 화형 시키고.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 바로 돈이다. 



노예 장부의 목록이 두툼해졌다. 처음에 이름들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수십만의 적하 목록으로 수집되었다. 인간 화물. 죽은 이들의 이름은 산 사람의 이름만큼 중요했다. 질병과 자살로 – 그리고 회계 용도로 여타 작은 사고라고 분류된 이유들로 – 상실된 분량을 고용주들에게 입증해 보여야만 했다. 경매장 연단에서 그들은 매 경매에서 구입된 영혼들의 수를 기록했고, 대농장에서 감독관들은 일꾼들의 이름을 빽빽한 필기체로 일일이 기록해 두었다. 이름 하나하나가 자산, 숨 쉬는 돈, 살점으로 만들어진 이윤이었다. (242쪽) 



마지막 장면. 코라는 목에 말편자 낙인이 찍힌 사람의 마차를 타고 또 다른 여정에 접어든다. 그녀가 성공하기를, 자유를 향한 긴 여행 끝에서,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녀를 도왔던 수많은 손길들이 바랬던 게 바로 그것일 테니. 


“이 책을 집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나 더 집을 것. 분명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질 테니.” 오프라의 말이 맞다. 나는 벌써 두 명에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리고는 또 다섯 명에게 이 책에 대해 말할것이다. 별 다섯이다.





훔친 땅에서 일하는 훔친 몸들. 그것은 피로 가는 보일러, 멈추지 않는 엔진이었다. 스티븐스가 설명한 수술로 백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코라는 생각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 – 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땅에 있는 동안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고, 훗날 그들의 후손이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희망마저 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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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0-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

단발머리 2017-10-23 13:42   좋아요 0 | URL
hnine님의 코라는 쉬고 있는 중이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순간들이 너무 짧아서 가슴조이며 읽었네요.
저의 코라는 마차에서 빵을 먹고 있어요. 코라,라고 제 이름을 말하면서요.^^

psyche 2017-10-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아직 손도 못대고 있네요. 이 책. 읽을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단발머리님 리뷰보니 꼭 읽어야 할 듯!

단발머리 2017-10-23 14:34   좋아요 0 | URL
좋은 시간이 되실거예요.
다른 책들이 우르르 밀려났어요~~~~~~
최강자로 등극했습니다.^^

syo 2017-10-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생각도 못했던 문장들이 막막 튀어나옴......

단발머리 2017-10-23 14: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장이 좋죠.
사실 많은 들었던 내용일 수도 있는데, 전혀 다르게 읽히고 전혀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리얼리즘과 픽션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말... 맞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폴 비티의 <배반>을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콜슨 화이트헤드의 전통 서사와
폴 비티의 정신 없는 비급정신의 차이는
엄청나네요.

모두 인종차별에 대한 글이면서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단발머리 2017-10-24 10:3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저는 폴 비티의 <배반>을 찾아 읽어야겠어요.
막 책소개 읽고 왔는데, 너무 흥미롭네요.

전.... 흑인들이 이 텍스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게 조금 궁금해요.
오바마도 그렇고 오프라도 그렇구요.
할머니의 이야기, 곧 나의 이야기인데....

 




1.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은 건 아닌데, 큭큭하게 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먼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애트우드가 왜 내가 아니지,하며 무척 기분 나빠했다는 이야기도 그랬고, 예루살렘상, 카프카상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상을 받고 나서야 이 상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다’ 같은 대목이 그랬다. 체코에 인연이 깊은 작가가 수상하는 걸로 알려졌던 카프카상을 하루키가 받을 수 있었건 체코어로 간행된 책이 한 권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는데, 하루키가 카프카상을 받은 2006년이 『해변의 카프카』가 체코어로 번역된 해였다, 이런 대목도 재미있었다. 








도코 새삼 ‘나는 뭘 좋아할까’ 하고 생각해봤더니 ‘캐나다에 사는 아주머니가 쓴 문학을 좋아한다’는 답이 나왔습니다(웃음). 요컨대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와 앨리스 먼로지요. 특히 애트우드는 저에게 신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 먼로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경력이 너무나 수수해서 좋아요(웃음). 인구가 3천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중퇴한 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틈틈이 단편을 썼습니다. 그 후 남편과 서점을 경영하기 시작하는데, 오후에는 가게를 지켜야 하니까 오전 중에만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 계속 썼던 사람입니다. 인터뷰도 재미있는데, 여성이라는 것부터가 이미 빈곤층 남성이 작가가 되려 할 때만큼의 어려움을 깔고 가는 길이었다고 말합니다. 항상 자신에게는 쓸 권리 같은 게 주어져 있지 않다거나 세계의 구석에서 비주류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그것만으로 경사스러운 일이지요. (23-24) 







































2. 홀 





교통사고를 당한 오기. 옆자리에 탔던 아내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오기는 전신마비 상태가 되어 유일한 가족인 장모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아내의 방을 사용하게 되고, 아내의 기록들을 보게 되면서 오기의 결혼 생활에 대해 알게 된 장모.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오기를 본다. 장모의 변화를 눈치챈 오기는 장모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팔다리의 힘을 키운다.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오기의 말을 간신히 알아들은 물리치료사가 장모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데… 








집을 나서면서 장모와 이 문제를 두고 길게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물리치료사가 대문을 나선 얼마 후 장모가 오기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 한번 일어나보게. 걸어서 나랑 같이 정원으로 나가보세.”

장모가 오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두웠지만 장모가 활짝 웃는 게 다 보였다. (196쪽) 



자신은 가정에 충실했다고, 아내를 사랑했다고 기억하지만, 실제는 어땠을까. 오기의 기억과 아내의 기록은 왜 이렇게 다를까. 






3. 셰익스피어 일러스트 소극장 






















아이들 보라고 대출했는데,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긴다. 목차를 살펴보니, 셰익스피어의 비극보다 희극을 더 많이 읽었다. 희극이 더 짧아서인가. 비극 중에서 제일 먼저 읽고 싶은 작품은 <리처드 3세>다. 영국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바로 그 왕, 리처드 3세. 





















4.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소설 다섯 편을 모은 연작소설집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의 네번째 작품 <다시 그곳으로>에서, 섬사람들은 동물들과 함께 고향섬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동물들의 울음과 불안한 움직임, 바다에서의 경험을 통해 섬사람들은 큰 풍랑이 올 것을 예상하고, 선장과 배의 운행에 대해 상의해 보려 하지만, 일등항해사는 선장과의 만남을 무조건 불허한다. 그가 말하는 건 딱 하나다. 선장은 최고의 전문가다. 선장의 결정은 언제나 옳다. 큰 희생을 치루고 간신히 섬에 도착한 섬사람들이 일등항해사에게 말한다. 








“당신네 배의 선장님은 신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오.”

“무슨 뜻이죠?” 

일등항해사가 물었다.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그게 신 아니겠소?” (141쪽)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추측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보고를 받았다는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번 주에 박근혜의 구속 영장 연장이 확정되었다. 구속 기간은 2017년 10월 17일부터 내년 4월 16일까지다. 누가 일부러 이렇게 맞추려해도 맞추기 어려운 일 아닌가. 아니면, 누군가 이렇게 맞추고 있는가. 조직적 국정 농단이 이렇게 드러난 것처럼. 거짓말처럼 우리 앞에 이렇게 드러난 것처럼. 정말 누군가 이렇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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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책, 저도 저 인용하신 대목 ㅋㅋㅋ 애트우드 찬송 구절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가 않습니다....ㅠ

단발머리 2017-10-17 12:57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신의 가까운 존재다~~~ 할 때 저도 맞아, 맞아 했습니다.
작품은 <시녀 이야기> 하나 읽었지만 ㅠㅠ, 정말 압도적이었죠.

줌파 라히리는 인도인도 미국인도 아니다, 희망없는 이야기를 구사한다, 좀 차갑다.... 이런 이야기랑, 필립 로스는 동유럽 문학이다, 이런 이야기도 재미있었지요 ㅋㅋㅋ

syo 2017-10-17 12:59   좋아요 0 | URL
제게 제일 재밌었던 건 ˝세계8대˝ 문학상에 아쿠타카와랑 나오키를 넣었다는 거였어요. 역시 일본.

단발머리 2017-10-17 13:03   좋아요 0 | URL
책 표지를 보던 가족 중 1인도 똑같은 질문을 했더랬죠. 아쿠타카와랑 나오키는 뭐야?
그래서 저도 syo님과 똑같이 말했거든요.
일본이잖니. 역시 일본.

cyrus 2017-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노벨 문학상을 애트우드가 받길 염원했습니다. 《시녀 이야기》 드라마판 반응이 좋아서 올해 그녀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해라고 생각했어요. ^^

단발머리 2017-10-17 13:05   좋아요 0 | URL
네, 무슨 도박사이트에선가도 예상순위 3위였는데.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애트우드가 노벨문학상 타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했었죠.

다락방 2017-10-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를 오만년전에 겨우겨우 읽어낸 경험이 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아마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되게 지루하게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생각이 안나요. 아아 다시 읽어보고 싶다..그렇지만 저는 아직 시녀이야기도 안읽었죠...(시무룩)

단발머리 2017-10-17 13:5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를 진작에 읽으셨군요.
저는, <시녀이야기>도 리커버로 나오면서 화제도 되고, 알라딘에서 여럿 분들이 읽으시면서 극찬하셔서 읽게 됐는데, 책을 딱 잡자마자 다른 모든 책들이랑 잠시 안녕~~ 했다는^^

전 읽은게 <시녀이야기> 뿐이지만, 다락방님도 작가의 ‘목소리‘에 반하게 되실거라 확신합니다^^
 
콜럼바인
데이브 컬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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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내 아이가 그랬던 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으며 수도 없이 이 말을 떠올렸다. 나는 그녀의 외침에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녀의 말이 변명으로 들릴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음은 상실이다. 아이의 죽음은 가장 큰 상실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들였던 모든 노력과 사랑은 수포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제 끝이다. 아이가 죽었으므로.

 

자식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귀한지를 말하기에 난 너무 무심한 사람이기에 부끄럽기는 하지만. 첫 아이를 낳은 다음날 아침, 오똑한 콧날과 티없이 투명한 양 볼. 그림처럼 예쁘게 잠든 아이를 보고, 나는 평생 이 아이를 사랑하기로 맹세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좋아져 연애하고,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을 대할 때와는 다른 감정이 뱃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게 또 자식이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자식이다. 내 의도와 다르게 생각하고, 내 계획과 다르게 커가는게 자식이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도, 가고 싶었던 대학도, 동경했던 직장도 포기할 수 있고, 어느 순간 자연스레 포기하는게 일생살이지만, 자식을, 어떻게 자식을 포기할 수 있는가.

 

가장 큰 기쁨과 가장 무거운 실망을 안겨주는 존재.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자식이다. 그럼에도 자식은 ‘내’가 아니다.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지만, 사랑하고 아끼며 보살폈지만, 자식이 곧 ‘나’는 아니다. 나는 그녀의 외침을 이해한다. 난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어요.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여기까지 『콜럼바인』 읽기 전 마음 준비.


 

『콜럼바인』의 저자 데이브 컬런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저널리스트다. 2만 5천쪽이 넘는 자료, 9년간의 조사 및 집필을 통해 1999년 4월 20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한 다면적 조사 보고서로서 이 책을 출간했다.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는 비극의 날 1년 반 전부터 살상극을 준비했다. 1년 전쯤에 4월 학생식당으로 시간과 장소를 잠정 합의했으며, 학생들이 제일 많이 이동하는 시간인 11시 16분에서 18분 사이에 폭탄이 터지도록 계획했다. 실제로 그 날에는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두 사람은 11시 14분 직후에야 식당에 들어가 폭탄이 든 불룩한 더플백을 두고 나왔지만,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계획이 실패했음을 파악한 에릭은 당황한 딜런의 차로 이동해, 두 사람은 같이 서쪽 출구로 이어지는 외부계단으로 올라갔다.  11시 19분,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더플백을 열고 산탄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장전했다. 총을 쏘기 시작한 건 에릭이 거의 확실하다. (86쪽) 12시 8분, 공격 개시 49분만에 두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 1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13명, 부상자가 24명의 참극이었다.

 

비극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냉정하게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살인자들을 ‘이들’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에게 공동의 목표와 목적이 있을 거라 가정했다. 언론은 트렌치코트 마피아 출신의 부적응자 고스족 두 명이 오랫동안 반목해온 운동선수를 공격한 사건으로 이 비극을 설명했다.(252쪽) 무차별적 공격이 사건의 본질이었지만, 이 사실은 금세 잊혀지고 ‘트렌치코트 마피아’만 남았다. 문제는 반복이었다. 콜럼바인 학생들은 목격자와 앵커들이 텔레비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알았으며’, 비슷한 보도를 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살인자들을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돌았다. 하위문화 고스족에 대해서는 가장 악랄한 비난이 쏟아졌다. 검은색 코트를 입는다는 것을 제외하고 에릭, 딜런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고스족에게 말이다. (267쪽)

 

저자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뢰했던 사람은 콜럼바인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학생의 아버지이자 FBI 베테랑 요원이며, 임상심리학자, 테러리즘 전문가인 퓨질리어인 듯 하다. (125쪽) 퓨질리어는 에릭과 딜런이 찍어두었던 필름, 에릭의 일지, 웹사이트를 세심히 살펴보면서 비극의 진짜 원인을 추적하고자 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에릭은 상황에 맞게 거짓말을 하고, 거짓이 탄로났을 때 부모를 안심시키고, 적정하게 비밀을 털어놓아 교화 프로그램 담당자의 신뢰를 얻을 만큼 매우 교묘했다. 퓨질리어는 에릭이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고, 살인 행위를 즐기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 추측하며, 에릭이 사이코패스로 변해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사고 현장에서) 딜런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반면 에릭은 계단 위에서 총을 쏘고 깔깔 웃고 파이프 폭탄을 던지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91쪽) 

 

 

에릭의 아버지 웨인 해리스 소령은 집에서 엄격했다. 잘못에 대해 신속하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한편, 바깥에서 가해지는 위협에는 군인 특유의 방식으로 대항했다. 어린 시절의 에릭은 건강하고 말쑥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1997년 2월, 에릭의 친구 브룩스는 둘 사이의 다툼 이후에, 에릭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에게 말했다. 그들은 경찰을 불렀다. 브룩스의 엄마 주디는 에릭을 완연한 범죄자로 보았다. 에릭의 아버지에게 이에 대해 수차례 이야기했고, 경찰을 계속 불렀다. 하지만, 웨인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주디의 행동을 ‘과잉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애들이라면 누구든 가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족 내에 묻어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웨인은 브룩스가 공공연히 에릭을 헐뜯고 있다고 생각했고, 에릭을 한참 동안 유심히 관찰한 웨인은 결국 아들의 말을 믿기로 했다(278쪽).

 

브룩스의 부모가 경찰에 알려준 에릭의 웹사이트에는 폭탄을 만들겠다는 글이 존재했고, 실제로 에릭의 집 근처에서 설명과 일치하는 폭탄이 발견되었음에도 에릭의 집에 대한 수색영장은 발급되지 않았다. 보안관서, 지방검찰청, 형사재판소의 윗선들은 에릭에 관해 각 기관이 내린 조처를 서로 알지 못했다.(372쪽) 사건 발생 이후, 제퍼슨 카운티는 13개월 전에 총격자들의 친구 브룩스의 부모가 에릭의 살인 협박을 이유로 두 아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97년부터 공적인 파일이 있었다는 소식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지휘관들을 향한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 당국은 브룩스의 부모들이 조사관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그들은 신청서의 존재를 숨겼고, 수년 동안 자신들이 알고 있던 내용도 거짓말했다. (283쪽)

 

시를 좋아했던 클레볼드 부부는 딜런 토머스와 로드 바이런의 이름을 따서 두 사내아이의 이름을 지었다. 집은 늘 규칙적이고 지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딜런은 영재 지원 프로그램에도 등록할 만큼 총명했다. 지적 능력은 뛰어났지만 수줍음을 많이 탔고, 며칠 혹은 몇 달을 얌전히 있다가 노여움이 끓어 오르면 사소한 장난에 폭발하고는 했다. (217쪽) 사랑은 딜런의 일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였다.(315쪽) 딜런은 사랑받고 싶어했고, 열렬히 짝사랑하는 여학생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녀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 했다. 딜런의 기분은 시시각각 변했고 한순간 희망을 품었다가 금세 숙명론으로 돌아섰다.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가 금세 자기혐오로 사그라졌다. “안으로 향하는 분노가 바로 우울입니다.” 퓨질리어는 지적한다. 딜런은 최소 2년 동안 자살을 열망했다.(296쪽)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맥베스』 『리어왕』 『테스』를 읽고 니체와 홉스는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던(442쪽) 에릭에게서 윤리적 혼란이나 정신병의 징후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에릭은 자신의 우월함에 대한 확신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쓸모 없는 존재로 인식했으며 이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것을 좋아했다. 비극의 날이 다가오자 에릭과 딜런은 자주 카메라 앞에 섰다. 저주와 분노를 쏟아 붓는 그들의 언행은 청중을 위한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연기였다. 대중에게, 경찰에게, 또 서로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 특히 그냥 보기에는 딜런이 주동자 같지만, 실제 책임자는 에릭이었다. 에릭은 계속에서 딜런의 분노를 부추겼고, 딜런은 에릭이 원하는 만큼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분노를 쏟아냈다. (548쪽)

 

에릭과 딜런은 그렇게 서로를 도와 비극의 문을 열어 젖혔고, 설치한 폭탄이 터지지 않았던 것부터 경찰과의 마지막 대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그들의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그리고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총을 들었고, 살인하고, 자살했다. 서로를 도왔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털어놓는 자백이다. 총격자의 81퍼센트가 자신의 의도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 절반 이상의 총격자들이 적어도 두 명 이상에게 말했다. 대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설렁설렁 말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눈여겨봐야 한다. (538쪽)

 

딜런은 이제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파이프폭탄을 여러 차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NBK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이런 현상은 더욱 잦아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총에 대해 알았다. 파이프 폭탄을 아는 사람도 많았다. 에릭과 딜런은 갈수록 대담하게 사람들에게 무기를 시험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550쪽)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다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에릭 곁에 딜런이 없었다면 콜럼바인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에릭이 아니었다면 딜런은 살인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날, 에릭은 살인하기 위해 학교에 갔고, 딜런은 자살하기 위해 학교에 갔다. 에릭이 완연한 사이코패스의 사고와 행동을 나타내고 있음을 그와 관련되었던 학교 상담사, 교화 프로그램 담당자, 지역 경찰관들이 알았더라면, 서로의 정보를 제대로 공유했더라면 에릭이 품고 있었던 위험한 계획들은 제지당하고, 폭탄과 총기는 압수당했을 것이다. 딜런이 오랫동안 강력한 자살 충동에 시달려 왔음을 가족들이 일찍 발견했더라면 그는 적절한 치료와 처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모두 다 예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예상 가능한 모든 변수를 차단한다 하더라도 비극과 사건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 행동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범죄 구성 요건들이 각자 자기의 몫을 다했다. 에릭은 학교의 교화 프로그램을 조기 이수할 정도로 상담사를 완벽하게 속였고, 딜런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부모와 함께 자신이 다니게 될 대학교를 방문했다. 미성년자였지만 친구를 통해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고, 폭탄 재료를 구입해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로 파이프 폭탄을 만들 수 있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공공연한 분노와 대량 학살에 대한 의지를 홈페이지에 자세히 서술했음에도 그들을 막지 못 했다.

 

다만, 비극이 우리 앞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은 거대하고 위압적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실수’라고 부를 만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게 두렵다. 에릭의 아버지 웨인이 에릭의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브룩스의 부모와 갈등 상태에 있었을 때, 아들의 말을 믿어 주기로 결정했다는 지점이 특히 그렇다. 웨인은 아들의 행동을 흔한 고등학교 남자애의 방황 정도로만 생각했다. 당연하다. 에릭은 사이코패스로서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인 아버지 앞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약속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기 쉽지만, 부모는 더 속이기 쉽다. 속이는 자식, 속이려는 자식에게 부모는 완전히 속아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자식을 적확하게 알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1997년 8월 7일        “나는 증오한다”라는 폭언이 수록된 에릭의 웹사이트가 경찰에 신고됨.
1998년 3월 18일       딜런이 브룩스 브라운에게 에릭이 죽이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경고.
1998년 4월 8일        에릭이 교화 프로그램 등록.
1998년 11월 13일      에릭이 나치에 관한 리포트 제출.
1999년 2월 7일        딜런이 “부잣집 애들”을 살해하는 내용의 소설 제출.
1999년 4월 17일       학교 댄스파티.
1999년 4월 20일      대학살.




<20일 덴버 캐피톨 건물 앞에서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 1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컬럼바인 고교 재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13명을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LA 중앙일보, 2009/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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