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언덕을 따라 뛰어 올라가는 아이에게 라이트 세이버(광선검의 일종으로 보라색임) 빠이빠이를 해주고 신호등을 건너 학교 쪽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눈으로 좇았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 들으며, s님과 ㄷ님 서재를 오가며, 우유, 보리차,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왼손으로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눈으로 훑고 있을 , 이것을 보게 된다. 



<창비학당> 

여성 상위? 비혼? 고양이? 여행? ‘한남사회에서 어떻게 살까? 

문재인 정부와 젠더? 여성이 군대 가면 평등해질까? 

<정희진의 페미니즘, 있습니다>



나는 어제 애정하는 님과 정희진쌤 강의에 대해 문자를 나누다가 정희진쌤 12 연속 강의 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강의가 그런 거였다. 토요일마다 4시간씩 3. 12시간. 이것 괜찮은데, 하면서 시간표를 확인하는데, 어렵쇼? 강의 시작이 11 11 토요일 2시인거다. 그런데, 시간에 정희진쌤은 다른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정희진쌤의 11 11 2 강의를 신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할일 없어 노는 것은 아니고, 일이 많지만 다만 하지 않을 뿐인 사람인 나는, 그냥 단순하게 시간이 많은 사람인 나는… 9 12 창비학당에 전화를 하기에 이른다. 다정하게 여보세요,라고 말하던 남자는 정희진쌤 창비학당 강의시간에 정희진쌤은 곳에 있지 못할 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사람은 누구인지, 그것 때문에 전화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아무튼 안내에 따라 (ㄷ도서관이 아니라, ㄷ정보문화센터요) 해당 강의를 찾고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 정말 그렇네요. , 제가 강의를 전에 신청해서요. (아직 창비 강의를 신청한 것은 아니지만, 정희진쌤 스케쥴이 이렇게 꼬이면 되니까) 전화 드린 거예요. 그럼 이만. 그제서야 남자는 다급하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의 톤으로 말했다. 상황 종료. 




아침부터 정희진쌤 스케쥴을 관리하다 보니, 정희진쌤이 생각나고, 11월에 만날 , 책을 사서 사인을 받아야 할지, 여기저기 밑줄에 포스트잇 플래그가 덕지덕지한 책들을 그냥 가져가도 되는지, 잠깐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정희진쌤만은 아니다. 나는 강신주를 사랑했고, 필립 로스를 사랑했으며, 마거릿 애트우드를 숭앙한다. 그리고 정희진쌤을 좋아한다. 좋아하면서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부담스럽다. 





여담이지만, 내가 하는 사회를 위한 유일한 실천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먹을거리 외에는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가구도 없다. 승용차는 물론 운전면허증도 없고, 텔레비전, 헤어 드라이기, 전자레인지 가전 제품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없는 생활이 그토록 비난받고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특이한삶인가? 생각에는 특이한(게다가바람직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낯선 시선>, 185)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그녀처럼 사는 아니다. 이렇게 사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강박이종교적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할 , 자꾸 수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 


엄마는 수녀였다.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여러분 자신은 바로 여러분입니다,라고 말해줬을 , 나는 강신주를 사랑했다. 

자네는 수집했네,라고 말해줬을 , 필립 로스를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희진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약속을 정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지도 않으며, 약속은 계속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오해, 오식,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없다. 객관적, 중립적, 보편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해에 따라 진리가 폭력이 수도 있고, 백해무익한 정보가 절실한 신앙이 수도 있다. 이처럼 언어는 신이 만든 공정한 말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적 산물이다. 누군가 먼저 말한 사람(주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언어는 필연적으로 당파적이다. 이분법은 언어가 만들어지는 가장 일차적인 원리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29)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 , 사람들은 그것이남성 권리에 대한 침범이나여성의 과격한 권익 요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작점을 그렇게 잡으면사실은 그렇지 않아!’라는 외침이 이성적인 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남자의 입장에서 기술되어 왔다. 그것만이객관적인서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객관성에 도전하는 주장들은 여자들의 억지이거나 정신 나간 남자들의 떼쓰기라고 폄하된다. 





나 역시 젠더와 성에 대해 진화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방식들 가운데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들처럼 동기도 이념적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내가 객관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러니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조신함을 기본축으로 하는 문화를 예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이러한 예찬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35)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처지에 있었고 현재까지 그러하다, 주장이 편협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인정한다. 또한 오해, 오식,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없을 테니까. 게다가 나는 그러한 불평등한 지위에 처해있던 여자가 아닌가.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비교적 평등했고, 요즘에는 오히려 여성 상위 시대라는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곳이 바로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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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7-10-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라이트세이버 빠이빠이도 짱 멋진데 희진쌤 스케쥴 관리까지~단발머리님 멋져요~♥

단발머리 2017-10-26 18:3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렇게까지 멋지지는 않아요.

흙당근과 닭가슴살 볶음밥과 신디사이저 커버와 키친크로스와 ˝토옴~~~!!˝이 가능한
아른님이 진짜 멋지죠~~
그래도 저 멋지다고 해주셨으니, 12정도 멋진걸로 할께요. ㅎㅎㅎㅎ

2017-10-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시간씩 30주가 아닌게 다행인거죠?
‘내가 하는 사회를 위한 유일한 실천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책꽂이도 없이 책을 쌓아두셨을 거 같고, 운전 좋아해서 더 더 더 좋은 차를 종류별로 갖고싶다라고 방금 생각한 저는 몹시 부끄럽습니다...^^;;;

단발머리 2017-10-26 18:45   좋아요 0 | URL
원래 30주 정도는 해줘야 나 좀 공부 좀 했다~~ 하는건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더 더 좋은 차가 어떤 걸까요?
운전을 좋아하지만 마을버스 노선인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유부만두 2017-10-2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라이트 세이버 (파란색) 있습니다. 부우우웅~ 비이이잉~

단발머리 2017-10-26 19:19   좋아요 0 | URL
저도 라이트 세이버 좋아하는데, 소리가 참 활달하다 보니 건전지가 빨리 닳아요.
저희집꺼는 현재 건전지 없이 입으로만 부우우웅~ 비이이잉~ ㅎㅎㅎㅎㅎ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읽으니, 무소유의 삶을 직접 실천하시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소비물신주의 시대에 정말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2017-10-26 19:25   좋아요 0 | URL
<낯선 시선>에서 스마트폰이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증, 시민권 증명서로서 기능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셨는데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생활 전반이 정말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신 듯 해요.
먹는 것 이외에 무엇이든 사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죠.

단발머리 2017-10-2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

<창비학당>에서는 정희진쌤의 11월 11일 강의를 11월 12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용기 내어 전화한 저한테 조금 고마워해 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물론 저는 정희진쌤을 위한 것이었지만요.^^

공쟝쟝 2021-01-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 이 책 읽다가 ... 수녀다.. 보고 할말잃어서 검색하다 단발님 페이퍼 만났어요 ㅋㅋ

단발머리 2021-01-28 13:47   좋아요 1 | URL
수녀다!에 놀란 사람, 여기 추가요.
쟝쟝님이 정희진쌤 책 읽으니까 나도 다시 읽고 싶어져요.
<페미니즘의 도전>도 다시 도전하려고 새 장정으로 구입해 두었는데, 아직은 고이 보관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