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사이저를 샀을 때 나는 지금보다 젊었다. 신디사이저만 있으면 밤낮으로 연습에 열중할 거라 나 자신을 설득했는데, 남편에게도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어떤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제는 엄청난 가격이었는데, 마침, 정말 때마침, 딱 맞춰서 공돈이 생겼다. 신발장 속, 버리기 직전 남편 워커에서 아이들 돌반지가 무더기로 나왔다. 그 때는 금값이 지금과 달라, 얇은 돈봉투보다 돌반지가 훨씬 더 흔했는데, 허술하게 묶은 비닐백 안에는 금반지와 금팔찌와 금목걸이가 들어 있었고, 남편과 나는 그것을 팔아… 얘들아, 엄마가 미안.
그렇게 신디사이저가 집에 왔건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보다 신디사이저를 애용해주지 못했다. 운반용 하드 커버를 벗기고, 전원을 연결하고, 페달을 꼽고, 헤드폰을 쓰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울에 이사하면서 이젠 정말 사랑해주겠다,는 다짐으로 과감히 운반용 커버를 벗기고 거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건만, 먼지 쌓이는 게 눈에 보여 오히려 더 미안할 뿐이었다.
하여, 본격적인 연습 전에 예쁘게 새 단장을 해 주고자 아른님에게 특별 제작 주문한 신디사이저 커버가 드디어 어젯밤에 도착했다. 대충 덮어놓은 빨간 수건이 부끄러워 잠시 아이 방으로 피신했던 신디사이저는 이제 곧 세상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환상의 연주를 선보일 것인가.
내 신디는 일반적인 직육면체 모양이 아니고, 앞쪽과 뒤쪽의 높이가 달라 아른님이 만드시는데 애를 쓰신 듯 하여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 귀퉁이, 귀퉁이마다 야무지게 잘 맞는다. 책의 바탕이 되는 깜찍한 땡땡이는 푹신한 방석이고, 바닥의 스트라이프는 다용도 키친크로스, 책과 엽서도 너무 마음에 든다.
어젯밤,부터 묻고 싶은 말입니다.
마녀의 한 다스,라면 책을 읽어보면 알 테죠.
그래서 다스는 누구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