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었던 기사 중에 제일 인상 깊은 건 단연 장하준 교수의 기사이다. 경향신문에서는 <장하준 “한국, 1960년대가 아니라 1860년대로 가고 있다>라고 제목을 뽑았던데, 그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하고. 아무튼 나로서는 성별 임금 부분에 관심이 간다. (경향신문, 2023년 10월 9일,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10091551001)
신경아(한림대 교수) : 스웨덴에 와보니까 이 사람들은 ‘피프티 피프티(50 대 50)’가 입에 뱄어요. 모든 걸 똑같이 한다는 건데도 스웨덴 여성들이 불만이 있어요. 저는 한국 분들이 다 한번 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여성들이 일을 많이 하는데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0%인데 한국 여성들이 속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장하준 : 스웨덴은 성별 임금격차가 7.3%, OECD 평균이 11.9%, 한국은 33.1%이나 됩니다. 아주 격차가 작은 나라도 있는데 벨기에 1.2%, 콜롬비아 1.9%, 코스타리카 1.4%예요. 성별 임금격차는 불공평한 것일 뿐 아니라 엄청나게 비생산적인 것이죠. 우리나라 여성들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요. 임금격차는 같은 일을 하는데 남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주는 요인도 있지만, 여자들이 승진이 안 된다든가, 좋은 직장에서는 안 받아준다든가 등의 요인도 있죠. 그 결과 여자들이 많이 교육받은 부분을 낭비하는 거예요. 여자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못한 일을 주면 지식을 낭비하게 되고 여기에 경력단절까지 되면 여성들이 일하면서 쌓은 암묵지(경험을 통해 쌓이는 지식)가 그냥 공중에서 분해되는 거예요. 이제 여성들을 차별하는 게 불평등하다는 걸 넘어 경제의 생산성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 임금의 70%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기혼여성이라고 모두 전업주부인 것은 아니고, 실제로는 많은 기혼여성들이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등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일’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아내의 월급이 30% 상승하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건, 일하는 여성 뿐 아니라, 일하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오랜 시간 당연시되어 왔다는 것이고, 이러한 비정상 상태를 제자리로 돌리는데 여성과 남성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는 온통 ‘여자 살기 편한 세상’이라는 한탄. 잊지 말자, 제발. 여자 살기 편해지면, 남자도 편해진다.
그래서 산 책은 이렇다. (이런 급발진을 이해하는 알라딘 세상 ㅋㅋㅋㅋ)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최근 가까이 지내는 분 선물로 구입했다. 종종 책을 추천해달라 하시기에 집에 있는 페미니즘 책 한 권 빌려드리려다가 너무 강력하여(여자는 인질이다, 백래시,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여성 괴물, 기타 등등)... 집에 있는 내 책을 빼놓고 이 책은 5번째 구입이다. 100권 채우는 게 목표이기는 한데(100권 채우면 이메일 쓰려고 한다. 선생님, 제가 100권 팔았습니다!), 갈 길이 멀구나. 나는 <페미니즘의 도전>, <낯선 시선>,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를 좋아하지만, 아직 페미니즘 세상을 모르시는 분이라 조심스레 이 책으로 추천해 드린다. 게다가 표지도 너무 예뻐서 사진용으로도 완벽하다.
<호미 바바의 탈식민적 정체성>은 탈식민주의 한 권 더 읽으려고 샀다. 서재 뒤져보니, 호미 바바 만났다고 촐랑거렸던 게 2019년인데, 도서관에서 <문화의 위치> 빌렸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이후로 호미 바바는 모른 척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적 상황에 의거, 진짜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 읽겠지. 읽을 거야. 읽어야한다,의 마음으로.
<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으니>는 정보라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도 그렇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 평평하게 창조해서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서.
<신을 옹호하다>는 모셔 둔다는 의미에서 구입했다. 도서관 책에 빼곡하게 붙였던 인덱스를 모두 새 책에 가지런히 옮겨 두었고. 도서관 책이랑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도서관 책은 하드커버인데 이 책은 양장본이다. 얇고 가볍게 느껴지지만 같은 책이다.
<504 우리 시대 지성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단어>는 라파엘님이 추천해 주셔서 푸른 꿈에 부풀어 구입했다. 영어에 대해서는 할 말 많지만...... (이건 진짜 말줄임표임) 아무튼 새로운 각오로 충전되어 스프링 분철까지 신청해 구입했는데. Lesson 1을 펼치자마자, 알았다. 아, 내가 공부 못하는 이유가 있었네. 가슴 깊이 몰아닥치는 ‘하기 싫다’의 기운. 왜, 시작이 반인지, 이제야 알겠다. 시작을 해야 시작할 수 있는데, 시작하기 싫으니, 시작부터 종 쳤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페이퍼의 진짜 주인공은 장하준 교수 아니고, 호미 바바 아니고, 504 아니고, 라면 식기다. 손잡이 라면기, 라면 먹는 고양이. 육개장 사발면 넣어서 먹을 예정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