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산 건 아니지만, 오늘 책탑은 좀 올려야겠다.
내가 가장 오래 사랑했고 아마도 영원히 사랑할 이가 있다. 내가 그를 위해 하는 일은 그의 책을 많이 자주 사서 주변에 읽기를 권하는 것이 전부다. 안 읽어도 상관없다. 그의 작품이 한 권이라도 팔려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사랑한다. 상대방은 나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累)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낮은 자세'. 이런 사랑은 쉽지 않지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이 예술, 문학, 공부 같은 것일 때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사도(使徒)의 삶이다.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130쪽)
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두 번째로 읽고 있다. 이번에는 분홍색(파스텔 분홍 좋아하는 사람) 형광펜을 들고 경건한 자세로 앉아 읽는다. 선생님이,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도 선생님을 사랑한다. 선생님이 모르셔도 상관없다. 예전에, 이메일로 알라딘 서재에서의 선생님 사랑을 살짝 고백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하셨다. 괜찮다. 나는 원래 짝사랑 체질이다. 두 권은 독서 모임 언니들 추석 선물이고, 한 권은 교회 후배 추석 선물이다.
『재수사』는 장강명 신작이다. 내가 강명씨 좋아하는 거 온 세상이 알아야 할 텐데. (강명씨, 아직도 알라딘 해요? 나는 매일 알라딘 하는데…) 강명씨 안 좋아한다고 하면서 강명씨 신작 모조리 구입하는 쟝쟝님과 강명씨 좋아한다고 하면서 신작 안 사는 나의 묘한 대립각을 혁파하기 위해. 강명씨 좋아하는 내가 강명씨 신작 구매하기로 나 혼자 합의를 봤다. 근데, 미안해요. 1권 밖에 안 샀어요. 얼른 읽고 2권 살게요, 강명씨.
그 밑에는 보시다시피 『전체주의의 기원』이다. 집에 『전체주의의 기원』 있는데, 필리스 체슬러 생각하면서 구매했다.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라딘에서는 12,530원인데, K문고에서 7,570원이라서. 어찌 모른 척하랴, 의 심정으로. 사진용으로 전락한다 할지라도, 아렌트 아닌가. 한나 아렌트.
『계속 가보겠습니다』는 임은정 검사의 책이다. 나는 근래 한국인들 가운데 이 사람만 한 기개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놀란 정도가 아니라, 신비하기까지 하다. 아, 한 명 더 있다. 우리의 불꽃, 박지현. 알라딘 책소개를 옮겨본다.
<알라딘 책소개>
저자 임은정은 2007년 ‘공판 업무 유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법무부가 선정하는 ‘우수 여성 검사’가 되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되는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던 검사였다. 한때 ‘도가니 검사’로도 불리며 검찰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던 검사 임은정, 이제는 끊임없이 검사 적격 심사의 대상자에 오르는 검찰 조직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검찰 내 각종 부조리를 폭로하고,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이 아닌 ‘무죄 구형’을 강행하면서 골칫거리 문제 검사가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부 고발 검사 임은정의 첫 번째 단독 저서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온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담겨 있다. 저자는 검찰이 잘못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은 자정능력을 상실해 고장 난 저울이 되었다고 말한다. 검찰 조직의 부끄러움을 알고, 검사의 양심을 지키고자 분투한 저자는 검찰이 바른길로 향하도록 하는 길을 열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검찰 조직의 어두운 면과 이를 걷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각오와 용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의 힘겨움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담을 넘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분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의 노고와 수고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여전히 우리에게 요원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부정과 부당한 압력에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람. 그때문에 얻는 피해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 임은정 검사가 그런 사람이다.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