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를 읽으면서 '말'에 대한 글에 끌렸다. 말은 많은데 쓸 말은 별로 없을 때가 있단 생각이 드는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한 나라의 국정운영을 한다는 사람이, 국무회의라고 하는 데서 홀로 장장 20여 분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그 말도 자신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써진 원고를 읽는 말들이었으므로, 도대체 저런 말도 말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자기가 할 말을 뱉어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모습. 게다가 한 나라 행정부의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듣고 있는 모습.


무언가 말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좀더 새로운 말, 좋은 말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일방적인 말의 주입.


일방통행... 주입식 말하기. 나는 옳으니, 그냥 따르라. 이런 모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회의를 왜 하지? 그냥 이렇게 해 하면 끝날 것 같은데... 회의란 말들이 대등하게 부딪치고 부딪히면서 무언가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아니던가.


이런 회의에서 나온 말이 과연 국민에게 와 닿을 수 있을까? 그런 말은 국민들의 귀를 통과해 마음 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냥 뱉어진 말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 호를 읽으면서 말의 중요성. 아니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리더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 다른 사람의 입장이 어떨지, 다른 사람의 지적 수준이나 상황이 어떨지 상상하지 않고 오직 자기에게 중요한 이야기만 달달달 말하는 사람들이요.' (정문정, 잘 알아서 하는 말 말고, 꼭 필요해서 하는 말 중에서. 41쪽)


이 말을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당신 말은 말이 아니라고... 우리 국민을 향한 말이 아니라 이상하게 옆 나라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그러면서도 당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이 지닌 파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면 말을 할 때도 자신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말을 해야 한다. 그는 개인이기 전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관점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아무리 옳다고 여겨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과연 내가 내 말만 해야 하는가? 국민들의 마음에 닿을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한번쯤은 그런 국정운영자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 왜냐 이 사람도 출퇴근을 하니까... 예전 대통령들처럼 한 곳에 머물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니 - 다니면서 우리같은 장삼이사들의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자기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지하철 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들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마는... 이들을 만나고, 이들의 말을 듣고, 이들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었으면 좋겠다. 선거 때 보여주기식 만남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말이 아니라.


[빅이슈] 295호. 이번 호를 읽으며 최근에 벌어진, 혼자만 일방적으로 말을 뱉어내는 그런 모습이 이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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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24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대통령과 국정 운영자들이 하는 말들도 일방 통행으로 보입니다^^; 그냥 통보 아닌가요? 합의라는 게 전혀 보이질 않으니... 잘 읽고 갑니다.

kinye91 2023-03-24 14:1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말이 일방으로 흐르기만 하면, 그런 사회가 바로 경직된 사회일텐데 말이에요. 부딪치는 말들이 허용이 되어야 할 텐데요.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빅이슈] 이번 호를 읽다가.


  기부문화. 연말이 되면 참 많은 액수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억대의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부한 사람들 명단이 언론을 통해서 공개된다. 좋은 일이다. 있는 돈을 나눠 쓰는 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돌아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자가용을 타고, 그것도 기사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 않을까. 이들이 흙을 밟을 때가 있을까? 골프를 칠 때 말고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들이 [빅이슈]를 구입해서 읽을 기회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빅이슈]란 잡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빅판들이 판매하는 이 잡지를 귀하디 귀하신 분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연말이 되면 선심을 쓰듯이 거액을 기부하겠지.


결국[ 빅이슈]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일명 보통사람들이 구입을 할 테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일을 결국은 보통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생각.


보통사람들. 좋은 말이다. 사람들이 특별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보통사람들이다. 힘들 때 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람들.


[빅이슈]는 이렇게 보통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잡지다. 그리고 [빅이슈] 이번 호에 나온 내용도 그렇다.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들 이야기.


동물 유튜브에 대한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이는 동물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빅이슈]도 마찬가지지. 신간이 나올 때마다 편지를 써서 신간에 끼워넣는 빅판의 이야기. 그런 빅판에게 편지를 써서 전해주는 사람들 이야기. 함께 사는 동물 이야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쫓겨가는 사람들과 동물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뜬금없는 소리로 마무리를 한다. 귀하신 분들도 경험삼아(?)서라도 지하철을 가끔은 이용했으면 좋겠다. 이들이 지하철 역에서 나와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을 만나고, 빅판에게서 직접 -비서를 시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했으면 좋겠다.


이들도 이렇게 보통사람들처럼 행동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들도 다른 세계에서 살지 않게 될 텐데.


[빅이슈] 294호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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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에는 '갓생'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슨 뜻인지 몰라 찾아봤더니, 신의 뜻하는 '갓'과 인생을 뜻하는 '생'이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신의 인생? 그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삶이 갓생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좋은 삶, 또는 최선을 다하는 삶 정도 되지 않나 싶다.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 우리는 두 번 살 수가 없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기에 지금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 충실하게. 그렇다면 갓생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충만하게 산다는 뜻이리라.


어떤 삶이 충만한 삶일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이 만족하는 삶. 또는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삶을 살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가치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이 갓생이 되기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남도 나처럼 살려고 하는 마음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갓생일 수 있다.


이번 호에 갓생을 산다고 하는 사람들 글이 실려 있는데, 꼭 그대로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충만하게 살라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람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찾을 수 있다고 하고. 어떨 때는 고문이 되기도 하지만,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희망도 있다.


그런 희망이 바로 지금 삶을 더 충실하게 살도록 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도록 나를 부추기는 것.


험한 산을 오를 때 멀리 보기보다는 바로 발 앞을 보면서 한발 한발 내디디면 더 멀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를 사는 삶이 바로 '갓생'이 아닐까 한다. 


이제 봄이다. 그렇게 나도 갓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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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3-09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갓생!
입력!
 

  정채봉.


  동화작가로 알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를 쓴 작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세월은 그렇게 갔구나.


  정채봉 작가가 원하던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몇 해 전에 순천 여행을 할 때 김승옥과 정채봉 문학을 기념하는 곳이 있었다.


두 작가가 한 곳에 있는 모습. 서로 다른 문학 작품을 썼다고 하지만, 그렇게 문학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


이 시집은 정채봉 동화와 마찬가지로 따스하다. 그리고 순수와 사랑이 넘친다. 세상에 이런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일찍 세상을 뜨다니.


이런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더 많아지면 질수록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텐데.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고 다투는 일이 줄어들텐데.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이 우주에 평화와 사랑이 넘칠텐데.


시집에 있는 시들이 모두 따스하고 좋지만, 특히 이 시. 이런 마음, 이런 행동. 허투루 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


                들녘


  냉이 한 포기까지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 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샘터. 2020년 개정증보판. 13쪽.


풀잎 하나도 생각하는 마음. 세상에 그냥 있는 존재, 쓸모 없는 존재는 없다는 생각. 모두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


세상에 내려온 천사다. 이 세상에 따스한 마음을 전해주려고 내려온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시로 나타났다. 이 시집이다.


이제 곧 봄이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은 아직도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봄이 왔으면 좋겠다. '차마'라는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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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시'가 과연 설 자리가 있나 싶다. 참 시적이지 않은 세상이다.


  '이전투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진흙탕에서 서로 뒹굴고 있으면서, 서로가 상대가 더럽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묻은 진흙만 보고, 제 몸에 붙은 진흙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싸움은 멈추지 않는데...


  자신들이 진흙탕 속에서 싸우고 있음을 깨달아야 진흙탕에서 나오려는 노력을 할 텐데, 전혀 모르고 있다.


  왜? 멈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멈춤! 여기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시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시 안에서 바깥을 볼 수 있게 한다.


멈출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관성의 법칙을 거스를 염두도 두지 못하고, 그냥 가는 대로만 가려고 한다. 멈추고, 성찰하고, 질문하고, 다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진흙탕 속에서 싸울 이유가 없어질 텐데.


이렇게 해서 '시'는 요즘 세상에 필요하다. '시'는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시들이 좋은 시다. 신미나 시를 읽다가 '시'라는 제목을 단 시를 발견했다.


이 시에서 '멈춤'을 생각했고, 시는 곧 생명을 주는 피라는 생각, 그러나 자신의 안에 머무는 피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양을 주는 피인 선지와 같은 피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에만 고여 있어서는 안 된다. 피는 밖으로 나와 응고되어서 다른 사람의 영양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시들은 그냥 안에만 고여 있든지, 또는 나와도 응고가 되지 않고 뿔뿔이 달아나버리고 만다.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응고되어야 하는 피, 시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는 시들. 하지만 세상은 '한쪽 귀가 흔들리는 냄비'와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넘어져 버리고 만다.


응고되기 전에 쏟아져 흩어지게 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잠시 멈추게 하는 것, 바로 시다. 이 시를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닷새면 피가 상한다고 했다


     선지피 받아온 날

     한쪽 귀가 흔들리는 냄비를 들고 가다

     눈 쌓인 마당에 자빠졌다


     돈벌레의 작은 발처럼 

     수백갈래로 퍼져서

     흰 눈을 갉아 먹는 붉은 다리들, 붉은 이빨들


     응고된다는 것은

     누군가 잰걸음을 멈추고

     문득 멈춰 선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지금 고인 것은

     한사발의 붉음인데

     처음 본 붉은빛은 다리를 달고 달아났다

     뿔뿔이 흩어져 천만갈래 비슷한 붉기만 번지고 있다

   

신미나, 싱고,라고 불렀다, 창비. 2016년 초판 3쇄.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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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3-01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저도 좋아해요^^

kinye91 2023-03-01 09:58   좋아요 0 | URL
가끔 시를 통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시집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