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인 김승옥 - 김승옥의 문학과 예술에 바침
백문임 외 지음 / 앨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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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하면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이 떠오른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중고등학생에게 필독도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국어 시간 또는 문학 시간에 배웠던 작품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작품들은 그의 20대 작품이고, 그 이후의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은 별로 없다.

 

초기에 명작을 쓰고 그 이상의 작품을 쓰지 못한 작가, 그래서 김승옥은 내게는 잊혀진 작가였다. 그냥 아주 먼 오래 전 작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김승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친구 사이라는 김지하처럼 여러 면에서 언론에 노출이 된다면 친숙한 작가로 인지하고 있겠지만, 김승옥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 문득, 그가 쓰러졌다는 기사를 본 듯도 한데...

 

이 책을 통해서 김승옥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김승옥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를 인터뷰한 글도 실렸으니.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은 맞고, 언어를 잘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회복되어 가는 중이라고 하고, 이 책이 나온 2005년에,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다. 아마도 젊은시절의 김승옥은 되지 못할지라도 살아있음으로 그는 여전히 작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김승옥의 예술활동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고찰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김승옥 헌정논문집이라고 해도 될 책인데... 소설가로만 알고 있던 김승옥의 다른 면모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그가 먼저 시사만화가로 출발했다는 사실, 그는 '파고다 영감'이라는 4컷짜리 만화를 <서울경제신문>에 연재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가 소설을 쓰지 않는 기간에 영화 감독으로 또 영화 각색자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70년대에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별들의 고향>이나 <영자의 전성시대>의 각색자가 바로 깁승옥이었고, 그가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책 제목처럼 만화, 소설, 영화의 장르에 참여한 르네상스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모두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년에 쓰러져서 이들을 종합하는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김승옥은 1960년대의 소설 몇 편으로도 우리에게 중요한 작가로 남아있게 된다.

 

일제시대의 소설을 넘어서서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한, 새로운 감성을 선보인 작가 김승옥. 어떻게 김승옥의 독자층이 형성이 되었고, 이들은 왜 김승옥의 소설에 열광했는가부터 시작해서 김승옥의 변모를 다룬 글들이 실려 있다.

 

김승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이 책 한 권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안 르네상스적 예술가인 김승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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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카프카 - 99가지 습득물
라이너 슈타흐 지음, 정항균 옮김 / 저녁의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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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카프카에 관한 책 중에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카프카라는 어려운 작가를 99개의 습득물이라는 제목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

 

그간 잘 알려진 카프카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고, 처음으로 만나는 카프카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99개의 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카프카를 그렇게 어렵게 여기지 않게 만든다.

 

이 점이 이 책의 좋은 점이다. 사실 카프카의 작품을 그냥 읽으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다. 가장 많이 알려진 "변신"만 해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말이다. 게다가 "소송"이나 "성"이라는 소설을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를 싸매고 무슨 뜻인지 파악하려 해도 안개 속을 헤매듯이 그냥 헤맬 뿐이다. 그러니 카프카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를 읽지 않을 수도 없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산을 넘을 수 있는 방법, 준비를 철저히 하고, 우선 쉬운 길부터 가는 것.

 

그 쉬운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99편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카프카란 사람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신비롭고 고뇌하는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한 카프카가 부정행위도 저질렀음을, 그리고 학교 성적도 그리 우수하지 않았음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으며, 그가 당시의 문화에 따라 사창가에도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카프카란 인물이 어려운 작품을 썼다고 하지만 그 역시 동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고, 그래서 그가 사업을 하기 위해 여러 발명품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이미 시판되고 있었던 현실, 도박장에 가서 돈을 날렸던 사실, 그가 의사들을 믿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글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카프카란 인물이 시대와 동떨어진 어떤 신비로운 인물이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고 숨쉬며 살아갔던 사람임을 잘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어떤 소녀를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는 모습도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 그렇다. 카프카는 단순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모여 그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를 99가지의 습득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친숙한 카프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제공해주고 있다. 그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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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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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뒷맛이 매우 맵다.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사실과 진실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실이 꼭 사실이지는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다. 흔히 진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는데, 기반으로 한다는 말은 사실과 꼭 일치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가 실경산수화와 어떻게 다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소설을 읽다가 진경과 실경의 차이,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사실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진실이라면 세상에 진실은 너무도 많다. 또한 진실은 밝혀진다는 말은 사실을 밝힌다는 말보다 더 어려운 말이 된다.

 

진실이라는 말에는 사실에 자신의 관점이 더해졌기 때문인데, 이런 진실게임들, 그것을 댓글을 통해서 진실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해 우리들에게 다가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그런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여론조작을 시도한 국정원이 생각하고 있는 진실과 그것을 바라보는 언론의 진실, 보도를 접하고 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는 진실이 서로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긋남, 소설에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세력이 등장해 여론을 바꾸려고 한다. 그들은 단순하게 말한다. 우리나라가 좋은 쪽으로 가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지금은 잘못되었다. 이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고용한다. 컴퓨터에 능한 조직을. 젊은이 셋으로 구성된 조직, 이들을 통해 진보사이트를 공격해 엉망으로 만들고, 진보적인 인사들을 깔아뭉개게 되며,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작하려고 한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말을 한 때 모토로 삼았던 어떤 조직을 연상시키는 비밀스러운 집단이 댓글만이 아니라 언론을 속이는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작업을 더 확대해가는 모습, 소름끼치도록 살벌한 그런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 속에 바른 정보를 골라내는 일, 그리고 그런 사실들에 기초해 진실을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한 때, 진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으니.

 

여기에 공신력 있는 언론을 어떻게 유도하여 신뢰를 떨어뜨리는지도 잘 나와 있다. 댓글을 통해 또 언론에 대한 사실 왜곡 조작을 통해 진실은 각자의 진실로 남게 된다.

 

결국 진실 만들기에 참여한 팀원 중 한 명은 제거되는데, 이 한 명만 제거되고 말 것인가. 아니다 소설에서는 이들 모두가 곧 제거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권력자들에게는 음지에서 일한 사람이 양지에 나타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양지에 나서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영원히 음지 속에 가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권력이 얼마나 음성적으로 우리 삶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권력에 종사한 사람들이 온전한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소모품으로 취급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더하여 올바른 사회를 주장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올바르지 못하게 살아가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으니, 4.3문학상을 받았다는 이 책, 4.3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권력에 의해 우리 삶이 얼마나 왜곡되는지를 보여주었기에 4.3문학상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댓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에 설마 이런 '댓글부대'가 있지는 않겠지. 이 소설에 나오는 기법들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겠지? 이런 '댓글부대'의 작업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사실과 진실이, 즉 사실에 자신의 관점을 왜곡해서 반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필요한 때다. 재미있게 때론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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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4-23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고 후덜덜한 소설 중 하나였어요. 실제로 댓글을 전문적으로 달아주는 회사가 많다고 하니, 후기 등도 믿을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kinye91 2017-04-23 15:55   좋아요 0 | URL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것만큼 위험부담도 높으니까요.
 
이연주 시전집 - 1953-1992
이연주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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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전집을 읽으면서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시들이 이렇게 어둡다. 칙칙하냐, 이 시인 밝게 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시인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기에 시인을 검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시들이었는데...

 

제목들도 그렇다. 생전에 발간한 시집 제목이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이라니...

 

매음녀... 삶의 나락에서 그래도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내맡길 수밖에 없는 사람, 낮에 활동하기 보다는 밤에 활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매음녀 아니던가.

 

이런 매음녀에 관한 시가 6편이 실려 있다. 이상하게 '매음녀1'부터 '매음녀7'까지 제목이 붙어 있는데도 '매음녀2'라는 제목을 가진 시가 없다. 그래서 6편이다. 아마도 시인이 썼지만 발표는 하지 않은 듯하다.

 

몇 개의 제목을 보아도 시집이 참으로 음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토피아는 없다, 어떤 행려병자, 악몽의 낮과 밤' 등등

 

유고시집 제목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속죄양, 유다"

게다가 처음 시작부터 부제를 달고 있는 시들이 있는데, 그 부제가 '위험한 시절의 진료실'이다. 9편의 시가 이 부제로 실려있는데... 시대와 화합하지 못한 시인의 모습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들이다.

 

시인은 그렇게도 이 세상의 삶에 고뇌를 했나 보다. 그의 삶이 유다의 삶처럼 괴로웠던 걸까? 이 전집에는 시인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시인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검색해보니 한국여성문인 사전에 이름이 올라가 있으니 여성시인이고, 40이 되어 세상을 떠났는데, 그것이 자살이라고 하니...

 

세상의 고민을 짊어지고 그 고뇌를 시로 표현해서 삶을 추구했으나, 결국 자신이 고민을 모두 짊어지고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집이 무겁도록 음울한 내용들이 시전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시인이 살았던 시대, 우리 사회가 참으로 무거운 시대였지만, 그 시대의 무게를 온몸으로 시인 역시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전에 한 권의 시집을 내었고, 유고시집 한 권 도합 두 권의 시집이 전부인 시인의 전집을 내는데... 동인 활동으로 발표한 작품을 모아놓은 것까지도 좋은데... 시인에 대한 해설,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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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4-17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시는 가슴의 통점 자극제입니다....

kinye91 2017-04-17 14: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광주시편
김시종 지음, 김정례 옮김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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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김시종 시인의 광주시편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이미 37년이 지난, 일제강점기보다도 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광주에 관한 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

 

일제강점기 36년(통칭 말하는, 이 시집에서도 36이라는 숫자는 일제강점기를 뜻하는 숫자로 나오니 정확한 기간 대신에 이 기간을 쓰도록 한다)이 제대로 해결이 되었던가.

 

청산이 되었던가. 아니다. 지금도 친일인명사전을 둘러싸고도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듯이 친일대상자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음에도 명백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광주는 아직도 대상자들이 살아 있으니, 더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친일잔재 청산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좀더 내려가면 4.3운동이나 모두 미완성인, 진행 중인 역사이다.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역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김시종의 광주시편을 읽어야 한다. 그의 광주시편은 제두 4.3을 겪고 일본으로 밀항한 시인이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어 언어로 표출해낸 결과물이다.

 

얼마나 안타까웠을 것인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듣기만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시인. 그의 마음 속에서 터져나오는 피울음을 언어로 표현해낸 것, 그것만이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더욱 슬픈 그런 시편들.

 

게다가 우리 글이 아니라 일본어로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도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황.

 

그런 마음들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시편들이 이 시집이다.

 

최근에 광주와 관련하여 이순자의 회고록이 문제가 되었다. 전두환도 피해자라고...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심사인가.

 

모 대통령 후보는 광주에서 일어난 발포책임자를 찾아내겠다고 했다. 총을 쏜 군인들은 있는데, 발포명령자는 없는 상태.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건가 뭔가, 도대체... 그 당시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가, 그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러면 발포명령자를 찾지 않아도 발포책임자는 명확하게 가릴 수가 있다.

 

'그 한밤중에도 또 / 멀리 천둥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먼 천둥'에서)고 표현하는 그런 총소리, 발포 책임자

 

누구인가, 우리는 누군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발포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누가 올렸는가 만장 하나 / 팽팽 펄럭펄럭 / 하늘 끝 한 점을 뒤틀리며 펄럭이고 있다'('흐트러져 펄럭이는'에서)고, 이런 희생자들이 있는데, 함께 하지 못해 '살아 있는 몸을 의지로 바꾼 남자가 죽었다. ... 살아가야 할 인생을 걸고 / 남자는 벽 속의 평온을 끊었다' ('입 다문 말-박관현에게'에서)는 사람도 있는데...

 

아직도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니.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니.

 

그렇다. 광주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어야 한다. 진행형을 종결짓기 위해서.

 

재일 시인, 김시종, 그가 피어린 마음으로 쓴 시편들, 그리고 일본 작가가 그린 광주민주화운동 그림들.

 

이 시집을 번역하기 위해 고생한 사람들, 이 사람들을 위해서도 광주를 기억 속에 가두기 보다는 우리의 삶으로 끌어내 완결지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다.

 

이 시집은 그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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