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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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을 모르고 주문했다.

작고 얇은 책에 놀랐고, 12,000원에 당황했고, 넉넉한 여백에 실망했으며, 필요 이상으로 많아 보이는 비슷한 예문에 화마저 났다.

문장 이야기와 저자가 역자 함인주씨와 주고받은 편지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었다. 저자는 20년 동안 교열.교정을 하고 있다. 올바른 문장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샀는데, 얇은 책에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불만이었다. 편집하시는 분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 않았다.


'올바른 문장'에 관한 이야기는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이다.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자신의 문장에 녹여 쓰기는 힘들겠지만.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문법을 다룬 전문 참고 서적으로 이 책을 글 쓸 때 펼쳐두기는 힘들 것 같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이상한가요'를 해갈하는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 문장이', '나만의 문장이', 사회적 언어를 벗어나 '내 방식대로의 문장'을 가지는 것이 이상한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책 같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문장은 이상하다고. 자신의 소임은 한 작가의 글이 일관성 있게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책을 읽고 나니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문법 때문이 아니고 아래의, 문장에 관한 사유를 쓴 함인주씨의 글 때문에.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를 '이젠 없는 시간'으로, 미래를 '아직 없는 시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라는 건 환상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이젠 없는 나'와, '아직 없는 나' 사이에 '여전히 없는 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니 만일 문장이 나를 매혹시킨다면 그건 문장 안에 '현재의 나'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p152 - 153


표현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원어민 앞에서 영어로 아침 인사도 제대로 못 하듯, 타이핑을 망설이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말한 오에 겐자부로를 떠올리며 억지로 위로해본다.


레이먼드 카버가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을 그대로 단편에 썼다고 말하듯이,

"언제나처럼 당신은 쓰고 나는 읽습니다" p194

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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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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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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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9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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