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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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고뇌하는 영혼이 그것이었다." p42


고갱을 그린 스트릭랜드를 화자가 서사한 대목이다.

화자가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보러가기 전에 그에게서 받은 인상을 쓴 것이다.


"뜨겁게 타오르는" 그리고 "고뇌하는" 영혼 그것이 스트릭랜드의 앞에 달려있다.

어떤 것을 창작할 때 고뇌를 할 것이다. 그런데 "뜨겁게 타오르는"을 두고 내 속의 의견들이 분분하다. "뜨겁게 타오르는" 바로 뒤에 쉼표가 있으니 이 것은 "영혼"을 수식할 것이다. "고뇌하는"을 수식하는 것이 아닌.

어쨌든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 이외의 모든 내부와 단절 해가며 한 여름 뻘뻘 땀을 흘리거나 에어컨의 냉기에 냉방병이 걸리며 부족한 잠을 초월한 그래서 몸이 느끼는 감각을 타이밍 벨트가 늘어져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뇌를 가진 상태로 창작하는 것을 의미할까?

쉼표로 분리는 하였으나 "너무 뜨겁게 타올라" 뒤의 "고뇌하는"의 영혼과 그 마음이 너무 무거워 '창작'의 'ㅊ' 이전의 상태로 무수한 배회를 하거나 어느 관광 특구 해녀의 동상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않고 또는 뒹굴뒹굴거리며 사유하는 것일까?

둘 중의 하나일까, 둘 다 일까, 둘 다 아닐까.


우리가 무엇을 판단할 때는 '가치관'을 따른다고 한다.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p212 라는 무미건조한 사실에 대해서도 어떤 형이상학적 가치관을 들이댈 수 있고 서사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가 온다고 온 세상의 뉴스와 남편 아이들까지도 말했는데, 부주의한 정원사 아주머니는 우산을 또 집안에 두고 와버렸다고 꾸짖을 수도 있고, 정원사 아주머니는 사별한 남편이 자주 쓰던 우산을 그를 그리워하며 10년이 넘도록 남편이 두었던 그 자리에 두고 있습니다라고 서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많은 사건과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 판단을 한다. 가치관을 가지고. 개인의 그것으로 보이는.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한다. 그래서 개인의 가치관은 사회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형성될까? '나의 한국 현대사'에서 유시민씨가 인용한 것처럼 100명의 역사가가 있다면 100개의 서로 다른 역사가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익 집단이기도한 사회가 의도하는 방향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는 우산을 집안에 두는 것이 어떤 사회에서는 문밖 우산꽂이를 두고 우산을 두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 '좋다'라고 판단내려진 개인의 가치관은 그 사회의 가치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절대적인 선과 악을 논하기 이전에 그 사회가 넉넉하지 못하여 치안에 신경쓰기 힘드니 우산은 집안에 두어야한다를 고집하는 그 변명에 기인한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 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뜨겁게 타오르는"을 이야기하다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까지 확장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의미를 두고 싶다. '이방인'처럼 우리 개인 자신들이 우리가 속한 사회의 가치관만을 따르기에는 치뤄야할 대가가 불합리하고 개인 자신을 슬프게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나는 뜨겁게 타올라 고뇌하며 집안에서 뒹구는 것이 창작의 산고 같은데, 그 사회는 그를 방바닥을 뒹구는 백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그 창작과 무관한 사람들은 편리하게 - 또 어떤 경우는 창작을 하고 있는 사람조차도 '사회'의 가치관을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도 모르게 - 그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우고 상대를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선한 일'은 인간 자신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 선함을 분별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것을 판단할 때도 그것이 원래 뜻에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를 우리 자신은 이미 알고 있다. 내부의 판단이 외부의 판단과 괴리를 가질 때 우리는 비겁하게 내부의 판단을 묵살시키기도하고, 그 괴리를 분출하지 못해 고뇌하기도하는 것 같다.

나는 생각해본다. '사회'라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개인들이 모여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최악의 자연재해로 엉망이 된 길을 보수하는 것은 개인이 모인 사회가 공동으로 처리해야하할 것이다. 개인에 국한된 일들을 사사건건 그 공동의 모임에서 판단하기 위해서 사회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타인과 그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을 허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1984'와 같은 전체주의를 지양하고 개인의 자존감과 자의식을 좀 더 독립적으로 다져보자는 이야기이다.


p42



"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고뇌하는 영혼이 그것이었다." p42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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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3 16:26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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