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밑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18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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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분절되고 뒤죽박죽 반죽이 된 세계사의 편린들을 좀 추스려 모아 보자고, 곰브리치의 세계사를 샀었다. 사실 그 이전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도 책장에서 나를 무섭고 애절하게 노려보고 있다. 서양미술사가 펼쳐보면 너무 재미있지만 두꺼워 세계사를 샀는데, 세계사도 재미있는데, 그 두께에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책이 필요했다. 그러다 창비 청소년문고의 "지붕 밑의 세계사"를 발견했다.



식탁, 옷장 위의 세계사에 이어 세번째 지붕 밑의 세계사.



저자 이영숙님은 선생님이고, 엄마가 딸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여서 친근감있게 잘 읽혔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실들을 어렵지 않게 잘 풀어주셔서 아주 이해가 잘 되었다.



"... 책이 된 나무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독자분들의 소중한 시간이 버려지지 않기를요."

작가님의 이 마음만으로 책을 잘 샀다 생각했다.



책 제목 "지붕 밑..." 처럼 집의 각 장소로 세계사를 분류했다. 대 백과 사전, 백서 이런 스케일은 아니고, 세계사를 제재로한 취미/교양서 정도이다. 하지만, 작가의 역사 사건들의 전후 관계에 대한 통찰력은 전문 서적 다운 면면도 보여 준다.



욕조의 경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 주세력이었던 급진적인 자코뱅파 핵심인물인 '마라'가 다른 주세력이었지만 자코뱅파의 공포정치로 세력을 잃어가던 지롱드파의 '코르데'라는 젊은 여인에 의해서 살해된 것을 그린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은 같은 자코뱅파의 다비드라는 화가가 그렸는데, 정치색이 잔뜩 배어 있다.



같은 그림을 '마라'가 주인공이 아닌 '코르데'를 주인공으로 보드리가 그린 그림도 함께 설명해준다. 그래서 한 사건을 두고 이렇게 그림으로도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듯이, 역사적 사실들이 견해나 가치관 사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각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방'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등 여성 운동과 관련된 작가와 책들이 소개된다.



발코니에서는 교황과 연설가 히틀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하실에서는 베트콩의 꾸찌 터널을 이야기하며 베트남 전쟁 때의 국제 정세에 대해서 시원하게 이야기해준다.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베를린 장벽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떤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무너져 버렸는지 이야기해주는 부분이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빌리나 사서 보십시오 :-)



정원에서는 중국의 '이허위안' 정원과 서 태후를 이야기하며, 중국이 서구 열강에 무릎을 꿇는 것을 이야기 한다. 총면적이 2.9제곱킬로미터의 이허위안이 그 중 3/4가 쿤밍 호라는 호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 호수를 사람 손으로 팠다고 한다. 그리고 그 파낸 흙으로 완서우 산이라는 걸 만들었고. 역시 대륙!



마지막에는 이렇게 작가가 참고한 책들이 소개되어있다. 이제 워밍업으로 지붕 밑의 세계사를 읽었으니, 곰브리치의 세계사와, 서양 미술사를 차례차례 읽어야하는데에...

옷장 속이랑 식탁 위의 세계사를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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