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에 치우친 편식 독서를 올해는 개선해보고자, 알라딘에서 뜨겁게 주목한 코니 윌리스의 걸작선 1 '화재감시원'을 덥석 구입해서 읽었다. 1월의 무거웠던 독서로 혹사당한 목뼈에게 휴식도 줄겸. 그래도 무거운 독서는 여전히 좋다.

휴고상 11번, 네뷸러상 7번, 로커스상 13번 그리고 평생 상을 너무 많이 받아서 '데몬 나이트 그랜드 마스터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펜들이 뽑는 휴고상에 작가가 뽑는 네뷸러상 그리고 미국 SF와 판타지를 소개하는 '로커스' 잡지가 팬 투표로 뽑는 로커스상. 미국 SF계에서 받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받은 셈이다. 그래서 작가의 소개 첫줄에 있는 '영미권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라는 수식어가 증거가 있어야만 믿는다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도 끄덕이게 할만하다. 그래서 몸에 안좋을 수록 더 가득 사게되는 팝콘과 절대 제로가 아닌 콜라를 들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소파에 앉아 입을 헤 벌리고 영화를 보듯이 페이지를 넘겨갔다.



처음 나를 맞은 작가의 서문.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가와 작가의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입담 좋게 에둘러 단편들을 소개하는 그녀에게 홀딱 반해 찬사를 노트해 포스트잇으로 공손하게 붙여나갔다.



리알토에서

첫 단편을 읽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추억하며, 입을 꽉 다물고 단편의 카프카적 불친절한 끝맺음도 각오하고 읽었다. 현기증이 나고 토했다. '산만한 의식의 흐름인가?'라는 노트를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그리워하며 버겁게 노트해서 포스트잇으로 붙였다. 마지막을 읽고, 내가 SF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급기야 네버를 펼치고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았다. SF (Science Fiction, 과학 소설). 모호하단다. 나에겐 모든 장르가 포함될 것만 같기도하고 어떤 장르도 해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 그것이 바로 SF다." by 나이트

"판타지는 개연성 있게 만들어진 불가능한 것이고, SF는 가능하게 만들어진 개연성 없는 것" by 셜링

곱씹을 정의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정의 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 같다. SF는. 그저 어려운 양자역학이 은유로 가득 써였다.


"이해가 기다리고 있소!" p39, 리알토에서



나일강의 죽음

코니 윌리스가 자신도 환상특급 같은 것을 쓸 수 있다고 과시한 작품이란다. 난 이제 환상특급을 보지도 찾지도 않을 것 같다. 작가는 각 단편마다 '후기'를 썼다. 어떻게 이야기를 발상하게 되었는지를 주로 쓴다. 나일강의 죽음은 그 후기가 더 볼만했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p126, 나일강의 죽음 후기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나는 더이상 공상과학을 기대하지 않기로했다. 체념했다. 그냥 단편집을 읽고 있다라고 위로했다. 책을 가득 에워싸고 있는 수상경력과 찬사에 의구심을 느끼며, 알라딘의 리뷰를 봤다. 줄곧 별오 (5) 였다. 1984의 전체주의 사회처럼 찬사의 대 장사진을 나는 목도했다. 그래서 난 짜게 별을 줘야지라고 1984의 쥴리아처럼 도발을 결심했다.



화재감시원

드디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공상 과학이다! 하지만 미래의 역사학도가 실습을 위해 2차 세계대전의 영국으로 시간여행을하고 화재감시원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SF를 잊은 채 화재 감시원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해나간다. 걸작선 1의 간판 단편인 화재감시원의 후반부는 작게 의도한 반전 마저도 식상했다. 1983년 수상작이라, 내가 미래에서 읽어 그런가보다.



내부 소행

책을 놓고 싶었지만 샀기 때문에 마지막 단편을 읽었다. 이미 분노의 밑줄도 그어서 되팔기도 무례해 보일 것 같아.


"미국인들의 지적능력을 과소평가하여 망한 사람은 없었다 - H. L. 멩켄" p241, 내부소행


이런 문장에 위로를 받아 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p320, 내부소행


나는 코니 윌리스를 "입담 좋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라고 힘 없이 부르고 싶었다. 2006년에 휴고상을 받은 이 소설은 내가 가까운 미래에 읽었음에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여왕마저도"에 실린 단편을 소개해주는데, 좀 더 공상과학적인 단편들이 있는 것 같아, 걸작선 1에서 받은 정신적 피해 보상의 대가로 읽어 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녀의 수다에 힘이 없어 한없이 미루어본다.


SF 소설을 제대로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 무지한 상태라 이렇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내가 몹시 부끄러울지 모르지만.





"이해가 기다리고 있소!" p39, 리알토에서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p126, 나일강의 죽음 후기

"미국인들의 지적능력을 과소평가하여 망한 사람은 없었다 - H. L. 멩켄" p241, 내부소행

"아무것도 없었다" p320, 내부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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