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흑백사진이 증명해주듯 니체는 신체적으로도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다. 사진 속에는 인간이라기보단 콧수염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

니체는 이곳에서 여러 대담한 발상을 떠올렸다. 여기 실스마리아에서 "신은 죽었다"라며 철학에서 가장 뻔뻔한 주장을 했다.

니체가 말했다. 우리는 손으로 글을 쓴다. 발로는 더 좋은 글을 쓴다.

바로 쇼펜하우어의 걸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였다. 보통 니체는 책을 구입하기 전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니체는 잘나갔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지명되었다. 하지만 이 행복한 시기는 길지 않았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 니체만큼 과거의 삶을 멀리 내던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3

소크라테스가 물음표의 철학자라면 니체는 느낌표의 철학자다. 니체는 느낌표를 사랑한다! 가끔은 두세 개씩 붙여 쓰기도 한다!!!

니체는 읽기 즐거우면서 동시에 읽기 버겁다. 니체가 읽기 즐거운 것은 문장의 명료함과 상쾌한 단순함이 쇼펜하우어에 맞먹기 때문이다. 니체는 중요한 할 말이 있는 10대의 당당한 패기로 글을 쓴다. 온 삶이 글쓰기에 달린 것처럼 글을 쓴다.

니체에게 패기와아모르파티, 즉 운명애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우주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주장을 니체가 처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그보다 약 2500년 전에 비슷한 발상을 내놓았고, 인도 경전인 《베다》는 그보다 더 빨랐다. 니체도 분명히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니체 역시 먼 곳까지 두루 살피며 지혜를 찾아 헤맸다.

성공의 모습은 자기 운명을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공의 모습은 시시포스의 행복이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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