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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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극한 것은 물론 베를린 장벽이었다" p365

그래서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정치가는 장벽에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두껍게 계획하고 유지하기 바빴을 것이다.

그 정치가의 색깔에 카멜레온처럼 색을 맞춘 스태프 (staff)들은 그 변화시킨 색을 밝히며 열심히 이런저런 일들을 했을 것이다.

장벽 설계자와 시공자들은 솔직히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 스태프들이 원하고 지시하는 대로 장벽을 쌓아 올렸을 것이다.

장벽을 지키는 이 또한 처음 방아쇠를 당겨야 할 때의 망설임은 무뎌지고, 동독이나 서독의 사회 일원으로써 일했을 것이다.

멀리서 장벽을 지켜보는 이들은 그 장벽이 이미 일상의 회색이 되어 무감각해졌을 것이다.

장벽을 넘거나 뚫어 다른 세계로 탈출한 이들은 목숨을 건 성공의 희열과 서러움과 분노와 슬픔을 가슴에 묻고만 있었을 것이다.

실패한 사람들 그래서 말 못한 사라들은 침묵한다.

장벽을 지나는 데 성공했든 실패했든 모두 침묵한다.


그리고, 여기 장벽 앞에 한 작가가 서 있었다.


"베를린 장벽은 완전한 극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미쳐 버린 이데올로기의 기괴함을 완벽하게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p366

"나는 역사의 구역질 나는 몸짓이 나 자신 속의 필사적인 메커니즘과 일치하여 6주 만에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책을 쓰게 해준 그때를 잊지 않을 것이다" p369

"실제로 소설의 문장은 바람처럼 빠르고 공기처럼 가볍다." p377


그는 그 장벽 앞에서 어떤 의도도 가지지 않았고, 어떤 이윤도 추구하지 않았고, 어떤 지시도 따르지 않았고, 어떤 강제된 사회 일원으로써의 의무도 지지 않았고, 무감각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장벽 앞에서의 느낀 모든 것을 가슴에 묻지 않았고,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그 길고 높고 추운 장벽을 온몸으로 받아 단 6주 만에 이 소설을 썼다.

'개인이 사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내가 이 소설을 통해 서구 자유주의 국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최고이자 유일한 팩트는 개인이 사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관념" p393


그래서 나는 장벽 앞에 서 있던 모든 사람 중에 '작가'를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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