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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평점 :
저자는 하버드 의과대에서 뇌를 연구하던 중, 좌뇌의 뇌출혈로 뇌졸중이 발생했다. 두개골을 열어 (개두) 수술해서 뇌출혈을 일으킨 골프공 크기의 혈관을 제거하고 8년 동안 재활을 통해 지금의 거의 뇌졸중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뇌졸중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를 처음엔 "뇌졸중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왔다"로 썼다가 수정했다. 인지와 언어 수리 등을 담당하는 좌뇌의 뉴런들이 혈액 때문에 시냅스를 주고받지 못해 침묵하는 동안, 그동안 좌뇌에 억눌려왔던 우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저자는 자신을 타인을 세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끼게 (인지라는 말을 썼다가 그것은 좌뇌의 것이니 '느끼는'으로 또 바꾸었다) 되었다.
뇌졸중이 발생한 날 아침을 뇌 과학자로서 아주 선명하고 섬세하고 과학적으로 서사 했다. 그리고 좌뇌의 인지가 없어 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되는 듯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녀는 잠시 회복을 꼭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는 그때의 상태가 좋아서. 아주 새로웠다.
좌뇌가 혈액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인간의 기능은 하나씩 작동하지 않았다. 소리를 구분하지 못했고, 3차원 공간 인지가 되지 않았고 색깔마저 구분할 수 없었다. 성대를 울릴 수 없었고, 수리 능력은 숫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우뇌가 활성화되었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만을 생각하는 감정적인 우뇌를.
이 놀라운 경험을 저자는 뇌 과학자로서 우리에게 전하고, 수술 후 그녀의 재활기 또한 과학적인 설명으로 해준다. 그것은 전혀 다른 큰 발견이었다.
이 책도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함께 보고 읽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뇌가 극도로 활성화되면 - 좌뇌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몰랐다는 뜻도 된다 -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구나.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면 뇌는 아주 많이 움츠러드는구나. 이제 소리치지 말아야지. 비난하지 말아야지. 영상을 보는 것, 라디오를 듣는 동안 우리의 뇌는 매우 분주하구나. 몸은 쉬고 있어도 뇌는 아주 바쁘구나. 더 많이 자야지.
인지능력이 체계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p30
그동안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