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하생활자의 수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평점 :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궃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p5
종잡을 수 없는 독백이 또는 독백과 같은 말이 몇 페이지에 걸쳐진다. 애를 써봐도 그 긴 사유의 늘어놓음에 어디가 북쪽이고 남쪽인지 갈피를 잡기는 어렵다. 도스토예프스키와 김네모라는 두 작가가 자기의 사유를 끝없이 내려쓸 때, 누구는 세계적인 작가이고 누구는 개똥철학가이고를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구분한 후에 그것은 어떤 쓸모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영향을 줄까? 도스토예프스키의 끝없이 휘몰아치는 쏟아냄을 읽고나면 김네모의 그것을 읽고 났을 때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거나 행동을 할까? 좋은 책은 읽고나서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하생활의 수기를 읽고 의아해하고 혼란스러워지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변화 또는 결과를 유발하는 영향을 준 것은 맞다.
"제2부 진눈깨비의 연상에서"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겨우 숨을 쉴수 있지만, 화자는 점점 더 졸렬해져보이기만하다. 그리고 리자와의 만남은 여느 인텔리와 그시절의 하층 여자의 만남을 이야기한 것과 다를 수 있을까 불안하기까지 했다.
몹시 극적이다. 광적이다. 드라마다. 나약한 부적응자로 안스럽기까지 했던 그의 변명과 같은 사유는, 하지만 마지막에,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르고 있다." 다시 p5
확실히 아는게 없다. 여기에 쓰든 - 수기를 쓰고 있던 화자처럼 - 생각을하든 그 어떤 것이든 어디까지가 내 내면의 깊숙히에 있는 본연의 것인지 모른다. 나의 생각은 대상을 위한 나의 생각인지 오래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