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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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시집의 시인이 한강인 것을 보고, 한강이 시도 쓰는구나 생각하며 손에 들었다. "소년이 온다"의 뺨을 맞는 그 채찍 같은 서럽고 날카로운 서사를 생각하며 시집을 펼쳤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니, 이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 아니 시다. '저녁은'도 아니고 '저녁도'도 아닌 '저녁을' 넣어 두었단다. 그건 저녁을 서랍에 넣는 행위가 가장 의도된 것이 분명하다. 열어야만 그 속을 볼 수있는 서랍에.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들을 들추어야만 제대로 속을 볼 수 있는 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단다.

평론가의 글이 마음에 든다. 시집은 해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고맙게 들어주었다. 

조연정 평론가가 거론한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도 읽고 싶은 책에 고이 담아 본다.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은 여자의 "희랍어 시간"도 담아 본다.


"말의 효용성에 무심한 채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자가 바로 작가이다" p138 해설 중

"한 언어를 비효율적으로 다루려는 문학적 행위와 관련된 인간의 욕망은 결코 줄거나 퇴화하지 않는다" p139 해설 중

으로 나는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조심스럽고 어렵게 가늠해본다.


"언어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지속하지만, 그림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한다." p151 해설 중

그렇다 "그림의 침묵은 말의 어머니"이다. 말은 언어는 지금 당장 눈앞에 실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것이다.


나는 오래전 시인으로 등단한, 하지만 처음인 그녀의 시집을 읽었고,

조연정 평론가를 만났고, 그가 소개해준 책과 평론을 마주했다.

감사한다.


그래도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는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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