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니체의 말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 삼호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세계의 정점에 있는 위대한 철학가, 사상가라고 생각했던 니체가 인간 '삶' 깊숙한 곳에서 부대끼며 살며 사랑하는 문학가로 인식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의 아포리즘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심연에 들어가 오랜 기간 동안 고뇌해서 만들어진 쓴 약이라기 보다는, 예술로 승화시킨 시에 가까웠다.

"인간의 육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정신이라 불리는 것은 작은 이성" p5 


그리고 그의 사상 전반에는 자기애를 통해 평정심이 가득하고 자존감이 올곧은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존경하면 악한 일은 결코 행하지 않는다" p21

그러면서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베품을 강조하는 인류애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세 가지 - 베푼다. 비난한다. 부순다"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는 카뮈의 영원회귀, 부조리를 생각했을 때, 한정적인 인생이니 즐겁게 살라고 말하는 니체의 말을 보면, 같은 것을 니체는 좀더 밝게 카뮈는 좀더 어둡게 표현해서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기뻐하라. 이 인생을 기뻐하라. 즐겁게 살아가라."p47


카뮈의 영원회귀, 가브리엘 G. 마르케스의 백년고독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는 반복되는 굴레를 생각하고 사유했지만, 정작 그 근원에 있었던 니체는 그렇기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한다. 그래서 그것이 반복되어도 또 똑같이 반길 수 있는 생을 살라고 한다.

"지금 이 이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p65


좋아하고 즐겨썼던 "이야기가 복잡해지면 진실을 말하라"의 오에 겐자부로처럼 그는 솔직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싶다면 일단은 단언하라". p66


그리고 그는 겸손을 말했다. 

"귀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손으로 모든 것을 어루만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다 작다, 딱딱하다 부드럽다며 제멋대로 판단한다" p78


하지만 조지 오웰의 촌철살인 같은 꿰뚫음도 있다.

"평등이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은 두 가지 욕망 중 어느 한쪽을 숨기고 있다." p87

"도덕은 그 행위만으로는 진짜인지 아닌지를 좀처럼 판단할 수 없다" p121

 

이책은 일본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고객사 미팅에서 레고로 회사의 신념을 전파하는 에반젤리스트를 소개 받았다. 그는 레고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먼저 레고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게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봄으로써 창의적 사고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것은 빙산의 일각과 같은 내 주위의 일상에서 그 빙산아래에 있는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 대화에서 나는 놀라고 즐거워하며 가방 속에 있던 니체를 꺼내들고 다음 문장을 말했다. 유쾌한 경험이었다.

"독창적인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있으나 아직 알아차리지 못해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나아가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p152


아래와 같이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렸구나라고 생각하며 책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결국 풍요로운 대상물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p44


아포리즘이 가득하고, 엮은 자의 해석과 그에 따른 주관이 많이 개입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니체를 좀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었고 출장 중 비행 시간을 즐겁게 해준 책이었다.


이젠 정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읽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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