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 - 인류 역사상 가장 기발하고 위대한 처음을 찾아서
코디 캐시디 지음, 신유희 옮김 / 현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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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내가 제일 처음 굴과 회 등, 날 것의 해산물을 먹은 게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굴과 회는 내 첫 직장과 관련이 깊다. 내게 회 먹는 법을 가르쳐 준 곳이 바로 첫 직장이었다.

회는 고급음식이다. 가격이 비싸면 그건 고급음식인거다. 가격이 비싸다는 기준? 글쎄, 엄마가 절대 사주지 않는 음식이라면 비싼 게 아닐까.
간혹 포항 등 가까운 바닷가에 갔다 오신 날엔, 꽤나 많은 양의 회를 사가지고 오셨다. 물론 우리가족 모두가 배불리 먹기엔 적은 양이었다. 머리 맞대고 내가 적니 네가 많니 하는 것이 귀찮았던 나는 그저 옆에 앉아 달걀에 참기름 넣고 비벼 먹곤 했다.
그래서 나는 회 따위에도 시큰둥, 먹어보질 않았으니 그 맛도 모른다.
그러니 먹고 싶은 맘이 애초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었다. 매운 맛의 시작이었다. 얼렁뚱땅도 설렁설렁도 이곳엔 없는 단어, 여긴 냉혹한 사회였다. 민원인들에게 쌍욕을 듣고 퉁퉁 부어 울기도 하고, 일을 잔뜩 넘긴 채 매번 외출 중인 상사에 분노하면서도, 바로 옆자리 선배가 매번 자기 전화를 나에게 넘기며 인터넷 쇼핑을 하는 꼴을 보면서도, 월급날을 주문처럼 외며 보너스를 구원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소비했다. 소비된 내 하루들은 젊음도 무색하게, 금세 칙칙하고 구분되지도 않는 땟국 흐르는 회색이 되어 20대들을 채웠다.

일어나기 싫어, 회사가기 싫어, 민원인 싫어, 상사 싫어, 점심도 맛없어, 싫어 싫어 투성이 중에서도 제일 제일 최고로 싫은 것은 바로!!! 회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회식이다. 비위를 맞추기는 죽기보다 싫은데, 옆에서 말상대가 되어 주는 것도, 웃으며 앉아있는 것도 고역인 회식.
그런 끔찍한 회식의 메뉴도 늘 상사들의 취향에 맞춘다. 특히 유난히 회를 좋아하던 그 분.
그 날도 바닷가 지역 이름이 붙은 횟집에서 회식이 시작되었다.
다들 광어회니 우럭이니 먹으며 소주잔이 돌았다.
“아이고, 땡땡씨, 자네는 왜 회는 안 먹고 메추리알만 까 잡숩나?”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날쌘돌이에 머리가 벗겨진 빤질이 박대리
“땡땡씨는 회를 잘 못 먹는다고 합니다. 하하하 ”
“그래? 와 잘됐군. 땡땡씨덕에 경쟁자가 줄었어. 하하하. 다음 회식에도 계속 회로 가자구!”
다들 이 썰렁한 대화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 가장 재미있는 농담 인냥 웃고 있었다.
그 때 발동된 내 심술, 먹고 토하더라도 반드시 먹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 때부터였다. 회를 먹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2년쯤 뒤에 나는 다른 일을 하게 돼서 멋지진 않지만 하옇튼 사표를 쓰게 됐다. 상사는 나를 불렀다.
“자네 왜 그만들려고 하나 이유가?”
“아, 새로운 일을....”
내 말을 끊으며 상사는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그리 만만해 보이느냐 이 곳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 직장인줄 아느냐, 나만 봐도 얼마나 좋은 직장상사냐 등 온갖 이야기들을 떠들어댔다.
상사를 감싸고 있는 암흑의 파티션들을 빠져나오며 나는 갈릴레오에 빙의한 듯이 조용히 속삭였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세상일이란게 마치 게임의 레벨업 같아서, 어딜 가나 더 특이한 유형의 골룸들과 더 깊숙이 타오르는 지옥의 던젼들을 만나게 되었다. 해피앤딩따윈 개나 줘버릴 세상이었다.

이 책은 최초의 발명품, 굴, 불, 옷, 활, 아메리카, 하와이, 맥주, 바퀴, 뇌수술, 처음 말을 탄 사람, 천연두, 비누, 기록된 최초의 농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처음에 대해 고고학적 증거등을 가지고 파헤치고 있다.

최초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약 300만년 전 아마 어린 엄마였을 그녀가 발명한 슬링일것이라고 추측한다. 미약한 상태로 태어나 1년간 자립도 할 수 없는 상태의 아기, 이걸 “똑똑한 두 발 동물의 역설”이라고 한다. 두 발로 서고 머리가 커지면서, 엄마에게 매달릴 수가 없게 되었고, 아이를 안다가 지친 엄마가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가장 손 쉬운 표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슬링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덩굴식물로 간단한 매듭이나 고리를 만들어 슬링을 제작하고, 아이를 안고 수렵채집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잤을 거라 추측한다.(대부분의 유인인들도 매듭을 지을 수 있으니, 인류도 매듭쯤은 가능했을거라 본다.) 이런 슬링은 더 이른 출산과 뇌의 발달을 가능케 했고, 하루 종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혀의 울림으로 대화와 비슷한 소리들을 주고 받으며 유대감을 높여 주었다고 한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또 한가지는 무엇일까. 바로 불일 것이다. 돌을 쳐서 불을 내는데, 누군가가 불이 잘 붙는 황철석을 우연에 의해 발견했을거라고 본다. 불은 인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무 아래 잠들 수 있었고, 추위에서 견딜수 있었고, 포식자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특히 익힌 음식은 소화와 흡수률이 높아졌고, 더 이상 장시간 음식을 먹고 구하는데 시간이 줄어들어,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혀의 맛봉오리는 더 많은 열량의 음식을 선호하였고, 인류는 구운 감자를 생감자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냥 음식 찌꺼기가 아니라 이런 익힌 음식에 맛 들린 늑대들이 따라다니면서 지금의 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잉카 페루의 인위적으로 구멍 뚫린 두개골은 농업의 발달로 소득의 불균형이 생기면서, 권위에 의해 수술이 가능했다고 본다. 천두술이 성공하면서 오히려 온갖 병에 사용되면서 부작용이 낳았다고 한다. 최초의 바퀴는 장난감이라던가, 천연두가 설치류의 수두균에서 낙타를 매개로 인간에게 옮아와 최악의 전염병인 천연두가 되었다는 것 등이 소개된다. 천연두는 공식적으로 1977년 사라졌다고 하지만, 현재 미국와 러시아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1973년부터 백신접종을 멈춘 천연두, 지금은 대부분이 천연두에 면역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발견된 농당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메소포타미아의 서기들이 점토판에 남긴 것으로
“사자가 양 우리에 다가오자, 개는 자기가 가진 최고 좋은 가죽끈을 목에 둘렀다.”
뭔 소린가 싶지만, 지금 양을 지키는 개지만, 위험이 다가오면 애완용 개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이 외에도 다양한 세상의 최초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47쪽 기린이 높은 곳에 난 풀을 먹는 쪽으로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린은 높은 곳에 난 풀을 먹으려 목이 길어진 것이라는 19세기 라마르크의 주장도 있지만, 이런 획득형질은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는 다윈의 주장도 있다. 다윈의 주장에 따르면 기린은 키 큰 나무가 많은 곳에서 서식하였다. 그러다 보니 목이 좀 긴 기린이 태어났을 때, 목 긴 기린들이 환경에 더 적합해서 살아남은 것일 뿐이라고. 영국 생물학자 브라운리는 체온조절과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쉽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고고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에티오피아 하다르 근처의 도랑에서 유골을 발견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유골로 체격이 작고 엉덩이 크기 등으로 유추해서 “루시”란 여성의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엔 이 루시란 유골이 여성이 아닌 남성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장품으로 무기들이 잔뜩 나와 아주 용감한 남성 바이킹이라 믿었던 유골 또한 여성으로 밝혀졌다. DNA 검사를 통해서였다. 오래된 고정관념이 고고학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구의 시간에서 인류의 시간은 정말 티끌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많은 것을 해왔지만, 또 많은 것을 멸종시켰다. 티끌의 티끌보다 더 짧은 남은 시간, 무언가를 멸종시키는 대신 조용히 폐 끼치지 않고 살길 바란다. 코로나는 좀 사라졌으면ㅠㅠ

작은 여자들은 천천히 음식을 익혀서 먹을 수 있도록 덩치가큰 남자들의 보호를 받았고, 그 대가로 남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 랭엄의 주장이다. 이로써 저녁 식사를 보장받은 남자들은 만약 사냥에 실패하면 쫄쫄 굶어야 한다는부담감 없이 마음껏 양질의 먹거리를 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증명할 길이 거의 없는 여러 학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쨌든 다른 영장류는 그렇지 않은데 어째서 호모 사피엔스만 남녀가 분업해서 먹거리를 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처음으로 굴을 채취해서 먹은 사람이 왜 여성일 확률이 높은지도 여기서 알 수 있다.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an이 처음남아메리카 남쪽 해안을 항해했을 때, 산 위에는 만년설이 쌓였고 바다에는 빙하가 흘러들어왔지만, 그곳에 사는 야가족과알라쿠엘프족은 옷 없이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채살고 있었다. 체온 유지를 위해 그들은 몸에 동물 기름을 발랐고 모닥불을 아주 많이 피웠다. 마젤란의 선원들이 ‘불의 땅‘
이라는 뜻으로 티에라델푸에고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였다.
그들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이웃 오나족 사람들과 자주 전쟁을 벌였으므로, 야가족과 알라쿠엘프족이 옷의 존재 자체를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태즈메이니아Tasmania의 어보리진도 랄프가 살았던 지역보다 훨씬 추운 기후에서 생활하면서도 옷은거의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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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2-03-08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축하합니다~~~
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대선일 되시고요...^^

mini74 2022-03-08 23:54   좋아요 0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북홀릭님~ 즐겁고 행복한 대선일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3-09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려요 미니님^^ 이 글 재밌고 댓글도 재밌었는데, 이렇게 다시 읽게되니 좋네요ㅎㅎ

mini74 2022-03-09 09:21   좋아요 1 | URL
ㅎㅎ괭님도 축하드려요 ~~ 고맙습니다 ~

희선 2022-03-09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축하합니다 그렇게 길지 않게 살면서 사람은 지구에 안 좋은 걸 하는군요 전쟁도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서로 좋아할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


희선

mini74 2022-03-09 09: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좋아할 시간도 부족한데 ㅠㅠ 고맙습니다 희선님 *^^*

강나루 2022-03-0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mini74 2022-03-09 09:22   좋아요 1 | URL
ㅠㅠ 또 투표하고 싶어요 ㅎㅎ 저는 혹시나 해서 미리 했어요 ~ 강나루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oren 2022-03-09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든지 회맛을 알기 전에는 회 먹기를 조금은 꺼렸던 시기가 있었을 듯해요.. 저도 대리 시절까지만 해도 회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던 듯해요. 가끔씩 저녁식사를 접대(?) 받을 때조차 굳이(!!) 횟집은 사양하고 고깃집을 더 선호했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왜 별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횟집에서 보자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할 정도였지요. 회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을 아는 데까지는 다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회 얘기가 나오니 문득 고등학교 다닐 때 시험 치르면서 한자로 회자(膾炙)라는 단어를 익히던 기억도 나네요. 회(膾) 맛이 구운 고기 맛보다 더 좋은 줄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지요.^^

mini74 2022-03-09 17:01   좋아요 2 | URL
전 지금도 ㅠㅠ 거의 초장 맛? 으로 ㅎㅎ 남편이 이 귀한 회를 초장 발라 먹을 일이냐며 먹을 줄 모른다고 한답니다. ~ *^^* 편한 저녁 보내세요 ~

러블리땡 2022-03-10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2-03-10 06:46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고맙습니다 *^^*

scott 2022-03-10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이달의 ✌관왕 추카 합니다

낼 메뉴! 굴 튀김? 굴!밥 ^ㅅ^

mini74 2022-03-10 23:20   좋아요 1 | URL
저 굴 튀김은 좋아합니다 ㅎㅎ

thkang1001 2022-03-11 0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ini 74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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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통로, 현대예술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름다운 미인에서 괴물까지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빛과 내가 본 환영들, 소소한 이야기와 아픔이나 상처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런 그림들을 보며 깨닫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지만, 권력과 돈, 정치력과 소수의 힘이 숨어있다. 특정한 이들을 위해 특정한 교육을 받은 특정한 이들이 점령하던 예술이란 그 견고하고 오래된 틀을 현대예술은 무너뜨렸다. 

 

현대, 지금 동시대의 그림들 앞에 서면 어떤 마음이 들까.

소리를 보라는 그림, 뭉개진 형태이다 못해 혐오스러운 피사체, 도통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겹치는 형상, 일그러진 육체들, 내가 그려도 이것보다 낫겠다는 이야기들.

동시대의 그림들은 다양성이다. 내가 어제 주워 온 조개껍데기도 훌륭한 예술품이 될 수 있는 것, 추하고 더러운 것들과 쓰레기들도 그림이 되는 것이다. 대중에게 익숙해진 캐릭터들도 나만의 생각이 담기면 새로운 작품이 된다. 아이가 그린 듯 어설픈 그림에도 이 시대가 꿈꾸는 순수함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작품이다. 동시대의 그림은 과거보다 좀 더 자유롭다. 권력과 정치에 구애받지 않는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리며, 또 누군가는 그런 독특함들을 추구한다. 무시당하고 외면받았던 예술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성과 독특함이란 단어들에 수용된다.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돈의 논리, 새로운 시도들의 현대예술에 동그라미들이 자꾸 붙기 시작하면서 그 친근함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나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는 아니다. 아주 간략하게 그리고 대표 그림 하나 등으로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폰으로 계속 이미지를 찾기도 하고, <세계 100대 작품으로 만나는 현대미술강의>책이 도움이 되었다.

 

예술의 아우라를 깨고 맘대로 말하고 내키는 대로 느끼기!

그것도 모른다고? 그게 어때서?

이게 뭐냐고? 현대예술이다 왜? 이 정도가 이 책을 읽고 떠 오른 생각이다.

 

트레이시 애먼전시회에서 만나 예술에 대한 마음이 맞아 팟캐스트 진행에서 책까지 쓰게 된 배우와 싱어송라이터의 그림이야기다. 허세없는 그림이야기에서부터, 그림의 구입방법까지 설명되어 있다.

동시대의 미술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세상의 가치관에 대한 전복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신이 담겨있다.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고 참여하는 예술과 성과 생활에서의 각기 다른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다양성과 포용성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퍼포먼스아트를 소개한다.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으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예술을 관람함으로써 더 극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대표적 작가 중에 기억에 남는 인물은 2016년 터너 프라이즈 상을 받은 앤시아 헤밀턴이다. 버튼 스쿼시와 호박빛깔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7가지 의상 중 하나를 입고 공연자가 캐릭터에 대한 내면의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다.


또 한 명의 작가는 제도권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고대 역사나 신화, SF와 다크 판타지와 페미니스트에 영향을 받은, 2019년 터너 프라이즈 상을 수상한 타이 샤니 이다. 크리스탄드 피잔의 <여인들의 도시>를 재해석하여 가부장제를 부정하는 새로운 우주관과 세계관으로 만든 작품 <DC.Semiramis>에는 그녀가 만든 12개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그 캐릭터들은 네안데르탈인부터 소프트웨어 조각까지 다양하며 그녀들은 공공생활을 하며 자아실현을 하고 선택의지를 갖는다.


 

두 번째는 공공예술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의 조각상들이 진정 위대하고 정당한 인물인가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한 케힌데 와일리의 <전쟁의 소문> 조각상은 나이키를 신은 젊은 흑인이 말을 타고 있다.

 

세 번째는 사진부문으로 인화지를 구부려 만든 눈물방울 모양을 찍어 유명해진 볼프강 틸만스를 소개하고 있다. 인습에 묶이지 않은 다양한 주제와 개인적인 내면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 캐서린 오피 등의 작품도 담겨 있다.

 

네 번째는 예술과 정치이다. 인권유린과 독재, 인종차별 등을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소통하려는 행동주의 예술을 소개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루바이나 히미드의 <naming the money>. 예전 예술작품에서 그저 지나가거나 하인 등 중요치 않은 인물로 그려졌던 흑인들에게 하나하나 인격을 부과하면서, 그들에게도 그들의 서사와 삶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 번째 예술과 페미니즘 편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리사 브라이스의 작품이다. 마네와 르누아르 등의 대가들의 그림 속 여성 누드를 재해석하여, 주체성있는 인물로 탈바꿈한다.


 

여섯 번째 자기 표현에서는 인종과 성적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을 일곱 번째에서는 사운드아트를 다룬다. 이 중에 하룬 미르자는 바다를 그리다가 결국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은 파도소리임을 알게 되어, 그 후에는 파동에 집착하여 온 몸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방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덟 번째는 도예작품을, 아홉 번째는 주변부의 예술을 다룬다. 일명 아웃사이더 예술가들로, 필라델피아 와이어맨, 헨리 디거 등이 유명하다. 그 중 다섯살에 자폐증 진단을 받고 부모와 떨어져 보호시설에서 살게 된 미슬레이디스 카스릴로 페드로소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페드로소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소통하며 대화했다고 한다.


열 번 째는 만화예술이다. 좋아하는 작가인 조이스 펜사토의 작품이 나온다. 색색의 선과 검은 빛, 흘러나오는 느낌의 미키에게선 분노가 느껴진다. 아름답고 동화 같은 세계를 이야기하는 만화캐릭터로, 작가는 분노와 부조리와 세상의 고통을 말한다.


만화가 아니라 오직 이미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만화를 도저히 볼 수가 없어요

 

마지막은 동시대 미술에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깊이있는 분석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동시대의 작가들에 대한 간단한 배경설명, 이런 그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짧은 설명서 느낌의 책이다. 그럼에도 영국내 새로운 화가들, 주목받고 각광받는 새로운 인물들을 알게 되어 재미있게 읽은 책, 단 네이버와 구글에서 열심히 작가들을 검색하고 그림들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는 예술에서조차, 아주 오랜 시간동안 유색인종과 소수파들, 여인들의 목소리는 묵인되었다. 그들은 입도 없고 손도 없고 눈은 가려진 창의력도 없는 존재였다. 그들의 손재주는 그저 주인들을 위한 눈요기였고 그 속에 담긴 위대함 등은 무시되었다. 흑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퀼트들은 백인 주인들의 자랑거리와 돈이 되었고, 여인들은 그저 모델로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동성애자들은 정신병자였고, 장애와 자폐아들이 내놓는 소통의 이미지들은 괴랄함이라 여길 뿐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현대예술은 자리를 내어준다. 그들의 색감과 형태와 분노와 다양한 방법들과 함께, 소외와 단절 고통이란 서사가 힘을 실어준다. 예술계에서도 큰 성과다. 반쪽의 시선을 되찾은 것,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의 세상을 볼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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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07 16: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현대 미술의 영역은 정말 넓고 다양한 것 같아요. 저 얼마전에 ‘초현실주의 거장전‘ 관람하고 왔는데 정말 잘 모르겠더라고요.
미니님처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나봐요^^

mini74 2022-02-07 17:09   좋아요 6 | URL
정말 알듯 말듯 한게 현대예술인거 같아요. 말장난같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양성을 품은 모습은 또 고개 끄덕이게 되고요. 읽고 돌아서면 까먹어요 페넬로페님 ㅠㅠ

가필드 2022-02-07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정성스런 리뷰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현대미술에 대한 표현에 다양함에 대해 또 배우게 되네요 정치력과 권력과 돈 소수의힘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군요 저도 이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리뷰쓰기느라 수고하셨어요 ❤️

mini74 2022-02-07 19:24   좋아요 3 | URL
읽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지요 ~ 작품사진들도 참 좋았어요 ~

새파랑 2022-02-07 1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술잘알 미니님~!! 전 뭔가 막 좋다거나 소장하거나 싶지는 않네요 ㅎㅎ 역시 예술은 어려운것~!!

mini74 2022-02-07 19:26   좋아요 5 | URL
저는 갖고 싶은 게 있지만 ㅠㅠ 비싸서 못 가져요 ㅎㅎ새파랑님 말씀처럼 예술은 어렵고 요지경 속인거 같아요 ~

미미 2022-02-07 1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페이지 속 작품들이 다 흥미롭네요! 현대미술은 재밌으면서도 어떤 면에서 더 어려운 것도 같아요.저 <어쩌다 현대미술>한 권 가지고 있어요. 현대미술에서 결국 자리를 내어준 것처럼 사회적으로도 소외된 계층들이 존중받게 되면 좋겠어요.^^*

mini74 2022-02-07 20:02   좋아요 4 | URL
소외받는 계층들 아웃사이더들의 모습을 독창성과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모습은 반가운거 같아요. 미미님 의견에 공감 100배 ㅎㅎ ~ 제가 조이스 펜사토 그림 좋다니까 옆지기가 로또 되면 사준답니다. 저 백일기도 들어갑니다. 요번주 로또는 우리꺼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2-07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그림 들여다 보다 여성 누드 장면에서 어쩐지 나의 뱃살 같은 모습을 가진 여인이 보이는 것 같아 흠칫 했어요ㅜㅜ

근데 담주부터 미니님 안보이시면 로또 당첨된 걸로 알아야 하나요?
아...댁이 어디신지도 모르는데 어떡해요??ㅜㅜ
로또 당첨되면 미니님댁 찾아가고 싶은뎅~^^

mini74 2022-02-07 22:00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 뱃살 저도 남부럽지 않게 갖고 있는 ㅎㅎㅎ 로또되면 인증샷 올릴게요 ㅋㅋ ~~

기억의집 2022-02-07 23:18   좋아요 2 | URL
나무님 말랐으면서…

책읽는나무 2022-02-08 08:18   좋아요 1 | URL
기억님!!! 뱃살이 좀 저런 모냥이 되었어요. 살이 찌고 있는데 어째 배쪽이 계속 찌고 있어요ㅜㅜ
보기 흉해서 뱃살 빼려고 노력중입니다. 근데 잘 안되네요^^

북다이제스터 2022-02-07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나마 예술이 가장 앞서 간다고 믿습니다.
특히 그림도 그렇지만 음악이 더욱 앞서 가는 거 같습니다. ^^
예술을 보면 우리 앞 날이 보인다는 말을 믿습니다. ^^

mini74 2022-02-07 22:01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말씀이세요. 예술에 희망이 보이지요 ~ 저도 믿습니다 *^^*

기억의집 2022-02-07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성을 베이직으로 했는데 저는 이렇게 낯선 걸까요??? 옛날 미술이 더 편안하고 익숙합니다. ㅎㅎ

페드로소는 나중에 부모 만났을까요? 가벼운 자폐였나 봐요.

mini74 2022-02-07 22:44   좋아요 1 | URL
저도 항상 보면 낯설어요 ㅎㅎ 중증 자폐와 장애를 갖고 있어서 특수시살로 다섯살에 보내진 후 부모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커서 유명해지고 작품값이 오르면서 만났을지도 모르지요 ㅠㅠ

기억의집 2022-02-07 23:17   좋아요 2 | URL
부모가 칼같이 보냈네요 중증인데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나봐요. 저렇게 다들 성공하면 부모가 닥달같이 자식에게 달려오던데.. 아이유도 부모한테 버림 받고 할머니하고 살다가 사촌한테 맡겨져 가수로 성공한 이후 부모가 다시 합쳤더군요!! 돈이 끈끈한 가족애입니다!!!

서니데이 2022-02-07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대예술은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2-02-07 23:27   좋아요 2 | URL
저도 현대예술은 항상 어려운 ㅎㅎ 서니데이님도 편한 밤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2-0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현대예술은 자리를 내엊 ㄴ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얼마전에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고 현대미술의 의미에 대해 아주 쬐끔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미니님 리뷰 보니 더 와닿습니다^^

mini74 2022-02-07 23:45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댓글처럼 예술이 좀 더 다양성 등에서 유연한 것 같아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란 책 저도 읽고싶네요 *^^*

희선 2022-02-08 0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 잘 모르기도 하고 몰라서 어려운가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현대미술은 예전과 달라져서 잘됐습니다 여러 가지로 나타내고 여러 사람이 하니... 지금은 좋게 여기는 걸 예전에는 다르다 하고 안 좋게 여기기도 한 적 있네요 이제는 전보다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나타내게 됐군요


희선

mini74 2022-02-08 09:32   좋아요 3 | URL
정신없고 어렵지만 장점이 큰 듯 해요 *^^*

레삭매냐 2022-02-08 1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닝겡이 현대적이지 못해서
그런진 몰라도 현대 미술은
참말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냥 저는 예전 그림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헷

mini74 2022-02-08 19:33   좋아요 4 | URL
예전 그림은 보면 와 좋다했는데 현대그림엔 설명이 좀 필요한거 같아요. 그럼 음 그렇군 ㅎㅎ 참 어렵죠 *^^

라로 2022-02-12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잘알 미니님!!^^
저는 남편이 미술을 하는데도 요즘 넘 관심이 없어져서,, 반성하며 다시 남편과 미술에게 관심을 좀 줘야 할;;;

mini74 2022-02-13 11:44   좋아요 1 | URL
라로님 남편분 보드 타시는 예술 하시는 분 ! 키도 크시고 ㅠㅠ 완전 로맨스소설 속 남주잖아요 ㅎㅎ 부럽습니다 *^^*

scott 2022-02-13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담달!
당선작이 된다에
제 손! 발!ฅ🐾 검요 ^ㅅ^

mini74 2022-02-13 11:44   좋아요 2 | URL
스콧님 손 발은 소중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스콧님 ~

프레이야 2022-02-13 0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이나 사진관련 도서를 낭독녹음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해요. 이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없는 분들도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되지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두 가지 감각 모두가 불가능한 사람도 있고요. 그런 면으로 보면 경계가 없는 예술이란 진정 어렵지 싶어요. 결국 누릴 수 있는 자들만의 영역. 현대미술의 다양성이 그 안에서도 좀더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모두 관심 가지만 특히 세번째 사진부문 인화지 구부려 만든 눈물방울 ^^ 궁금합니다.

mini74 2022-02-13 11:11   좋아요 3 | URL
저도 가끔 그런 생각합니다. 그림을 듣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자요 ㅠㅠ 틸만스 사진도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참 창의적이란 생각 들었습니다. 재료로 찍은 사진이라니 재미있기도 하고요. ~
 

안녕하세요.
달콤한 밸런타인데이를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실 분들께
추천하는 안티밸런타인데이도서 !
1. 사랑의 종말
2. 벨아미
3. 생전에 떠나는 지옥여행

그리고 제가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1. 이순신의 바다
2. 다이어트의 역사
3. 깃발의 세계화
4. 토크아트
5. 바다인류
6. 풍속의 역사
7. 영원히 사울레이터
8. 실크로드의 악마들
9. 못생긴 여자의 역사 입니다.

사은품은 머그컵, 스티커, 젓가락, 에어팟케이스, 주방용수건이랍니다
항상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https://youtu.be/YquqTAx8C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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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022-02-14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상을 좀 늦게 확인했네요..
요번 영상에서는 ‘이순신의 바다‘ 책이 읽고 싶어져요.. 어쩜 그리 책 소개를 잘 하시는지, 항상 영상을 볼 때마다 장바구니에 책들이 많아집니다... 존경합니다, 미니님.. ㅎㅎ
그리고 막판에서 스누피 이어폰 케이스, 저도 이거 샀어요! (정작 친구 생일 선물로 샀지만...) 공통점 발견하고 혼자 좋아하는 1인....

mini74 2022-02-16 22:36   좋아요 1 | URL
앗 몸들바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칭찬 정말 고맙습니다 외계인님 *^^* 스누피 ㅠㅠ 아이에게 전 뺏겼습니다 ㅎㅎ 예쁘다고 좋아하네요. 친구분도 좋아하셨을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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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에 대하여

고등학교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까이서 본 첫 죽음이었다. 아저씨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옥상이나 마당에 천막을 치고 커다란 석유난로를 켰다. 그 위엔 커다란 들통들이 올라가고 소고기뭇국이 끓었다. 국방색의 모포들이 깔리고 화투판이 펼쳐졌다. 시끌벅적했고, 이웃들은 으레 상갓집은 그러하다는 듯 한밤의 소음을 참아내 주었고, 상여가 나가는 날 같이 울어주었다. 근엄과 존엄, 이별의 순간,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모두가 떠난 뒤에 밀려왔다. 할머니를 묻고 오던 날, 왜 할머니의 얼굴을 할머니의 손을 만져드리지 못했나 생각했다. 다들 온 몸이 지쳐 널부러져 있던 오후, 아버지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우시던 그때가 진짜 장례식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죽음은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의사가 사망시간을 확인하고 나면, 상조회사에 전화를 걸고, 그러면 상주들은 그저 사인을 하고 카드를 건네 계산을 하는 행위들의 반복이다. 무슨 수의를 할지 어떤 비석을 할지, 어떤 방식의 화장이나 매장이 선택될지, 조문객들에게 어떤 종류의 국을 대접할지도 정해야 한다. 상복을 빌려 입고 장례식장의 방 한켠을 차지하면, 곡을 하고 인사를 하는 행위들이 기계처럼 반복된다. 내가 사랑하던 사랑했던 이젠 시신이 된 가족은 상징적인 사진으로만 그 곳에 존재한다.
<인체 재활용>이란 책을 지은 매리 로취 또한 어머니의 죽음앞에서, 이 시신이 정말 내 어머니인가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그 생각에서 출발해, 시신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이 책을 쓴 것이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고스족 출신의 여성 장의사가 보는 장의 문화와 모순에 대한 책으로 둘은 어느 정도 닮은 책이며 서로 보완을 해 준다. 두 권을 같이 읽으면 더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시신은 어떻게 될까.
먼저 일부는 시신기증이 이루어진다. 병원에서 해부를 하는데, 지금은 필요 부분만 절단해서 전달된다고 한다. 천에 덮여 손 하나가, 혹은 머리부분만 40개가 해부실 등에 전달되는 것이다. 물론 기증자에 대한 예의와 고마움의 표시로 조사를 읊는다고 한다.
최초의 서양 외과 수술은 루이14세의 치루 수술이었고, 이 수술이 성공하면서 널리 퍼졌다. 단점이라면 마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수술에 대한 방청권을 팔아 의사에게 진료비를 내야 했다는 것 정도? 물론 수술시엔 꼭 환자를 잘 묶어야 한다.
종교적 이유등으로 해부할 시신이 모자랄 때는, 사고로 아들의 다리가 잘리자 그 다리를 맥주 값에 의사에게 판 아버지 사례부터, 살해를 통해 시신조달을 한 무시무시한 사례도 있다.
(네크로 필리아는 1965년까지 미국에선 범죄가 아니었단다. 지금도 16개 주에서만 범죄로 인정한다고. 충격적이었다.)
테네시대학에서는 시체의 부패를 실험하는 숲이 있다고 한다. 이 숲에선 한 번씩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는데, 시신이 터지는 소리라고 한다. 옷을 입은 시신, 벗은 시신, 익사한 시신등 다양한 시신들을 다양한 조건으로 숲에 가져다 놓고 부패 정도 등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시신의 상태로 사망시간이나 사망장소를 추측하고 살인범을 잡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화장시에는 가장 잘 타는 것인 폐이며 가장 잘 안 타는 부위가 뇌라고 한다. 타는 차이에 따라서 시신이 벌떡 일어나곤 하는데, 이런 모습이 와전돼서 화장터의 괴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는 장례문화가 발전하면서, 화장의 기술, 보존처리 기술 등도 발달했다고 한다.
외국영화를 보면 관 안에 평온히 잠든 듯한 고인을 보며 많은 이들이 애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장의사들은 고인의 눈을 찌르고 화장을 하고 입 안에 보형물을 넣고, 접착제로 입을 다물게 한다. 퉁퉁 부인 팔과 다리를 랩으로 감싸고 옷을 입히고 구두를 신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그래서 뇌사와 심장정지 사이에서 사망선고를 고민한다. 옛날 사람들은 간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고, 이집트인들은 심장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식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우월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사용하는 식인, 그러나 유럽인들 또한 이집트 미라 가루를 만병통치약으로 믿었다. 디에고 리베라는 고양이에게 고양이를 먹였더니 털빛등이 좋아졌다는 화상의 말을 믿고 두 달간 사람고기만 먹기도 했다. 우리나라 또한 효와 관련된 기록엔 허벅지를 잘라 구워 드렸다거나 단지해서 피를 먹였다는 사례가 많다. 아랍에선 꿀에 절인 시신을 약으로 먹었고, 십자군 원정 시 어린아이는 구워서 노인들은 질기니 삶아서 먹었단 기록이 있다.


건조한 기후로 시체가 썩지 않아 조장(시신을 새 등이 먹게 하는 장례)을 했던 지역도 있었고, 고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나눠 먹던 지역도 있었다. 부활을 위해 시신을 그대로 보존하려 애쓴 곳도 있었고, 어머니의 강에 흘려보내는 곳도 있다. 최근엔 스웨덴에서 활발하게 행해지는 형태로, 수산화나트륨에 시신을 녹이는 장례도 있다. 비용은 30달러이며 남은 부분은 퇴비로 사용된다.
장례와 관련해서는 세세히 따지고 묻고 하는 것을 사람들은 꺼린다. 그것이 왠지 고인에 대한 모독 같아서 혹은 금기처럼 느껴져서이다. 화장터의 열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지역난방에 활용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어색해할 것이다. 내 방이 지금 따뜻해지는 건 38구의 시체가 화장되면서 쓰인 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으스스해진다. 상업적이고 차가운 장례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화장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낭비, 매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낭비, 보존처리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외면해선 안된다고 한다.
엄청난 돈을 들인 장례식과 스웨덴의 30달러짜리 장례식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장의 문화에 몸을 담았던, 그리고 시신에 대해 취재한 두 작가는 죽음을 숨기는 것에 반대하며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숨겨지고 싶지 않다. 삼나무 숲에서 영혼의 캄캄한 밤을 보낸 후로, 난 평생 내가 먹은 동물들이 언젠가는 반대로 나를 먹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우리는 아무리 죽음을 숨기려 해도, 삶의 끝에서 만나게 됨을 안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거나, 사랑하는 이 옆에서 눈을 감는다면 그건 썩 좋은 죽음일 것이다.
그 후엔?
이 책에 쓰여진 대로다.
“장례문화는 남은 사람의 몫이다.”


(아래 그림은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에 소개 된 이재림이 만든 수의이다. 수목장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버섯포자에서 만든 실로 만들어진 이 수의는 부패시 발생하는 독소등을 없애고 생분해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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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03 18: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버섯 수의 왠지 끔찍해 보이네요. 저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몇번 경험했는데 그럴때마다 영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좋은 죽음은 없는거 같아요 ㅜㅜ

mini74 2022-02-03 18:43   좋아요 6 | URL
죽음의 슬픔과 상실은 남은 자들 몫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영혼이 있었음 좋겠어요. 가끔 아버지가 꿈에라도 나오셨음 합니다. *^^*

초란공 2022-02-03 18: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흠..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듯 해요 ㅜㅜ 이제는 죽음이 가정이 아니라 병원으로 외주화되어버린 것 같네요. 명절 연휴 동안 저도 장례식장 다녀왔더니 ‘죽음‘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mini74 2022-02-03 18:44   좋아요 5 | URL
죽음을 드러내고 그 죽음의 과정을 합리화하고 모두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자는 의도인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2-03 18: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죽음에 대해 이 책 넘 적나라한 것 같아요. 죽음의 결과에 대해 어떤 걸 선택할지도 미리 생각해야 할 듯 해요^^
너무 판에 박힌 장례식장의 모습이 좀 싫어요**

mini74 2022-02-03 18:50   좋아요 1 | URL
정말 판에 박힌듯 너무 똑같지요. ㅠㅠ

미미 2022-02-03 18: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편리‘라는 것 때문에 죽음에 너무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아요. 네크로 필리아 충격입니다.ㅠ.ㅠ
미국은 주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더라구요. 인육이야기는 작년에 봤던 미드 한니발 생각나고요. 배우 매즈 미켈슨 때문에 몇 편 봤는데 정말 다양한 요리가 있어 경악했어요.

mini74 2022-02-03 18:53   좋아요 3 | URL
죽음에 대한 존엄도 없는 거 같아요. 망자를 위한 자리도 아닌 거 같구요. 전 한니발하면 안소니 홉킨스 ㅎㅎ ~ 다양하게 먹는군요 조난당한 남자선원이 여자 골이 제일 맛있었다고 한 기록이 있더라고요 ㅠㅠ

stella.K 2022-02-03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책 모두 흥미롭네요. 근데 <인체재활용>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지금은 품절이고 개인중고샵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네요.

진짜 장례문화는 생각해 볼게 참 많은 것 같아요.
장례 한 번 치르는데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쓰레기 발생도
장난 아니겠더라구요. 어떻게 죽는 게 잘 죽는 걸까요?ㅠ

mini74 2022-02-03 19:57   좋아요 4 | URL
정말 옛날에 사놓은 책이랍니다. 고가에 팔리고 있나요 ? ㅎㅎ메리로취 이 분 책 좋아해서 다 갖고 있어요. 몇 권 안되지만요. 그죠. 잘 죽은 법 ㅠㅠ

persona 2022-02-03 1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테네시 대 시체농장 이야기는 종종 들었는데 여기 덕분에 사망 시간 추정도 더 다양한 데이터가 생겨 가능해졌고 우리나라의 경우와 안 맞아서 우리나라에서 실험을 다시 하기도 했단 말을 들은 거 같아요. 책은 그냥 재미있어보이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겠어요. 끔찍하기도 하고요. 여러가지 이슈들을 만나게 될 것 같은 책들이네요.

mini74 2022-02-03 19:58   좋아요 6 | URL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장례 역사 시신탈취 해부 등 작가가 열심히 취재한 티가 팍팍 나는 책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2-03 20: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시던 그때가 진짜 장례식이란 문장에 머물게 되네요.
1988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습니다ㅜㅜ
저도 고등학교때였는지? 외할아버지 장례식이었는지? 큰외삼촌 장례식이었는지? 사촌오빠 장례식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는데 외갓집에서 치른 장례식이 어렴풋하게 기억나는데 그런 흥청거리던 분위기와 동네사람들이 이고 가던 꽃상여의 모습은 평생 기억에 남네요. 그 후로는 오로지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의 모습들이니.....
읽으면서 늘 감탄하지만, 미니님은 참말로 책 선별하시는 수준이 대단하십니다!!
이런 책도 있었구나? 늘 감탄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mini74 2022-02-03 20:26   좋아요 6 | URL
메리 로취라는 분 사회문제 중 엄숙하거나 사람들이 조금 꺼리는 부분에 대해 묘한 작가분만의 유머로 풀어나가시는 ㅎㅎ 그래서 이 분 좋아해요. 아주 예전에 읽은 책인데 요번에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읽으면서 생각나서 재독한 책이랍니다. 나무님 칭찬에 어깨춤이 ㅎㅎㅎ 과찬이십니다 ㅠㅠ

기억의집 2022-02-03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이란 나라가 참 병맛같은 나라 같은데,,, 저 테네시대학의 시신 연구숲은 진짜 대단하다고 봐요. 저는 사건의뢰라는 유튭에서 처음 알았는데, 윌리엄 배스박사 덕분에 시체가 언제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범죄분석에서 저 테네시 대학 시체숲이 어머어머한 일을 해 낸 건데… 그래서 저는 미국 과학자들의 열정이 대단해서 그들을 철석같이 믿게 되네요. 이번 코로나도 미국 과학자들이 뭐라 하면 아 그런가보다 하고 신뢰가 가요. ㅎㅎ 이러면 안 되는데…

mini74 2022-02-03 21:03   좋아요 3 | URL
전 예전 csi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언급돼서 그 때 알게 됐어요. 저도 미국이란 나라 신기해요. 엄청 상업적인데 또 그 반면에 크게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연구들도 많이 하는거 보면요.

얄라알라 2022-02-03 22:50   좋아요 1 | URL
아, mini74님 말씀하시니 CSI 에피소드 아련히 기억납니다. 진주현 선생님의 <뼈 이야기>였는지, 테네시대학 시신연구 관해 글로만 접했는데 이렇게 사진을 올려주시니 새롭습니다. 버섯^^;;;;

레삭매냐 2022-02-03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신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죽음이었다고 하네요.

얼마 전에 읽은 시몬 드 보부
아르 여사는 죽는 순간, 육신
은 아무 것도 아닌 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유족들에게는 장례라는 의식
을 통해 고인을 떠나 보내는
유구한 전통은 방식은 달라져
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mini74 2022-02-03 21:57   좋아요 3 | URL
매냐님 말에 공감 *^^* 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거나 마음을 추스리거나 혹은 떠나보내는 의식, 죽은 자보단 산 자를 위로하는 의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식이 없다면 상실감이 더 클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2-03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지>의 연작에서 나온 내용 중 인상적인 내용이었는데, 중국에서는 시신을 한곳에 안치하고 있다가 장례길일에 하는 걸로 읽었어요.
주로 그 분이 사용하던 곳이나 집안의 외진곳에 모시고 있다가 하더라구요.
한달이 걸리기도 하고 제 기억으로는 더 오래 걸리기도 하는것으로...!
오랜 기간 애도하는 장면도 그렇고!
암튼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었어요.

mini74 2022-02-03 22:24   좋아요 3 | URL
그 냄새와 부패로 굉장히 힘들었겠어요. 삼일장도 여름엔 너무 힘들었다던데요. 고구려도 중국의 영향으로 비슷하게 장례를 치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권장하고싶지 얺은 장례문화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2-03 22: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달려다 바로 못 달고 이제야 다네요. 죽음에 대한 생각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요. 저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그랬는데 돌아가셨을 때 중학생 정도였는데 충격이 컸는지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곁에 있는 사람이 죽는 경험을 이제 많이 하게 될텐데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되는 것 같아요. 내가 죽을 땐 어떻게 죽어야 민폐안되고 죽을까 그런 생각을 이제 하게 됩니다.

mini74 2022-02-03 22:40   좋아요 3 | URL
나이가 드니까 죽음이라는게 참 가깝고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거리의 화가님처럼 저도 민폐 끼치지 않고 조용하고 소박하게 떠났음 좋겠어요. 죽음이 가까울때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죽음을 공부해야겠단 생각도 했어요.

scott 2022-02-03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 국가에서 코로나 팬데믹, 밀려드는 죽음 감당하지 못한 채 쌓아두고 냉동시켜서 차량으로 옮겼던 ㅜ.ㅜ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 전부 자연, 흙으로 돌아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국엔 어떤 죽음을 맞아야 할지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2-03 23:56   좋아요 2 | URL
스콧님 말씀하신 기사보며 그라도 이건 아닌데 하며 과거의 흑사병 이야기들도 따오르더라고요. 퍙온한 시기에 가족들 사이에서 죽음을 맞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참 큰 복이란 생각들었어요 ㅠㅠ

희선 2022-02-04 0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거의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저는 그렇게 죽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면 더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싶기도 합니다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지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도 시간이 가면 별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희선

mini74 2022-02-04 09:41   좋아요 3 | URL
고독사도 문제지요. 잊고 살다가 가끔 책 등을 보면 또 죽음이 참 가깝구나 느끼게 되네요 *^^*

서니데이 2022-02-04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전에는 집에서 임종했지만, 지금은 병원이 된 것처럼, 생활방식도 계속 달라지고, 장례문화도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도 저 사진은 조금 무섭네요.^^;
mini74님, 오늘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2-02-04 21:18   좋아요 2 | URL
저도 사진이 좀 무서웠어요 서니데이님ㅎㅎ 좋은 쪽으로 달라지면 좋겠어요 *^^*
 
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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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중 <로즈 울다> 란 단편이 참 좋았다. 그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 그 묘한 감정선들과 로라의 마음이 와닿았다.
늙은이의 마음이란 게, 감정이란 수분이 날라가고 바싹 말라버려 아픔 따위도 증발한 듯하지만, 상실과 배신이 걸어오면 그 발자국 밑으로 바싹 말라버린 그 마음은 더 쉽게 부서지고 바스라진다. 그렇게 부스러기로 남아 흩어지기라도 하면 텅빈 마음과 갈라진 자욱은 더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면 멍도 상처도 더 오래 가듯말이다. 바싹 말라버린 마음은 깨지는 소리마저 더 크게 들린다. 마음이 깨지는 소리를 숨죽여 듣던 로즈는 마음을 다해 울어준다. 말라버린 늙은이를 대신해서.
 

사람은 혼자다. 외로운 존재다. 죽음도 외로운 것, 그러나 트레버의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만은 외롭지 않다. 누군가와의 사랑이 연민이 그리고 추억이 담겨 있다. 통속적이지 않도록, 과하거나 미화되지 않도록, 차분하게 그리고 자세히 쓰인 트레버의 글을 따라가면, 내가 보지 못한 삶의 이면과 섬세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무용선생의 음악>에 나오는 브리지드가 자신이 떠난 후에도 자기 삶의 놀라운 경이였던 그 음악이 이곳의 영혼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알 듯, 트레버의 글들도 무용선생의 음악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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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2 1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깨져버린 소리 ㅜ.ㅜ
트레버는 인간 내면 깊숙한 감정의 결을 언어로 끌어올린 장인!^^

mini74 2022-02-02 11:49   좋아요 4 | URL
그래서일까요.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작가인거 같아요 스콧님 *^^*

새파랑 2022-02-02 11: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트레버의 작품에 대한 미니님의 해석이 너무 좋네요 ^^ 차분하게 쓰인 그의 문장이 너무 좋더라구요~! 저의 2월 트레버 책은 이 책으로 결정~!!

mini74 2022-02-02 11:50   좋아요 4 | URL
이 분이 글로 쓰는 마음과 감성이 참 좋은거 같아요 *^^*

미미 2022-02-02 12: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글을 모아 책을 만드셔야할것 같아요! 갑자기 출판사직원이 되어 선정하고싶은 글감입니다~♡ 강렬한것 좋아하는 저도 은근 트레버에 반해버렸어요^^*

mini74 2022-02-02 12:10   좋아요 5 | URL
헉 그런 과찬을 ㅠㅠ 북플님들 글 읽음 그런 생각 들 때 많아요 미미님글도 그렇고요. 트레버 글 좋지요 *^^*

가필드 2022-02-02 1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밀회안에 단편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 거군요 감정선들이 와닿았다는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미니님 멋진 책 소개 공유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2-02 13:21   좋아요 4 | URL
읽어주셔서 더 고맙지요 *^^*

서니데이 2022-02-03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 전 이 책 첫번째 에피소드 읽다 와서 그런지 아는 책이 반갑네요.
mini74님 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mini74 2022-02-03 12:29   좋아요 1 | URL
앗 서니데이님~ 같은 책 읽는다니 너무 반가운 ㅎㅎ ~ 서니데이님도 잘 보내셨지요 ~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an22598 2022-02-03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작가 이름을 작년부터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인용해주신 문구 보면서 올해는 꼭 한권이라도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해봅니다 ㅎㅎ

mini74 2022-02-03 12:29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 한 분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