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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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중 <로즈 울다> 란 단편이 참 좋았다. 그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 그 묘한 감정선들과 로라의 마음이 와닿았다.
늙은이의 마음이란 게, 감정이란 수분이 날라가고 바싹 말라버려 아픔 따위도 증발한 듯하지만, 상실과 배신이 걸어오면 그 발자국 밑으로 바싹 말라버린 그 마음은 더 쉽게 부서지고 바스라진다. 그렇게 부스러기로 남아 흩어지기라도 하면 텅빈 마음과 갈라진 자욱은 더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면 멍도 상처도 더 오래 가듯말이다. 바싹 말라버린 마음은 깨지는 소리마저 더 크게 들린다. 마음이 깨지는 소리를 숨죽여 듣던 로즈는 마음을 다해 울어준다. 말라버린 늙은이를 대신해서.
 

사람은 혼자다. 외로운 존재다. 죽음도 외로운 것, 그러나 트레버의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만은 외롭지 않다. 누군가와의 사랑이 연민이 그리고 추억이 담겨 있다. 통속적이지 않도록, 과하거나 미화되지 않도록, 차분하게 그리고 자세히 쓰인 트레버의 글을 따라가면, 내가 보지 못한 삶의 이면과 섬세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무용선생의 음악>에 나오는 브리지드가 자신이 떠난 후에도 자기 삶의 놀라운 경이였던 그 음악이 이곳의 영혼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알 듯, 트레버의 글들도 무용선생의 음악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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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2 1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깨져버린 소리 ㅜ.ㅜ
트레버는 인간 내면 깊숙한 감정의 결을 언어로 끌어올린 장인!^^

mini74 2022-02-02 11:49   좋아요 4 | URL
그래서일까요.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작가인거 같아요 스콧님 *^^*

새파랑 2022-02-02 11: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트레버의 작품에 대한 미니님의 해석이 너무 좋네요 ^^ 차분하게 쓰인 그의 문장이 너무 좋더라구요~! 저의 2월 트레버 책은 이 책으로 결정~!!

mini74 2022-02-02 11:50   좋아요 4 | URL
이 분이 글로 쓰는 마음과 감성이 참 좋은거 같아요 *^^*

청아 2022-02-02 12: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글을 모아 책을 만드셔야할것 같아요! 갑자기 출판사직원이 되어 선정하고싶은 글감입니다~♡ 강렬한것 좋아하는 저도 은근 트레버에 반해버렸어요^^*

mini74 2022-02-02 12:10   좋아요 5 | URL
헉 그런 과찬을 ㅠㅠ 북플님들 글 읽음 그런 생각 들 때 많아요 미미님글도 그렇고요. 트레버 글 좋지요 *^^*

가필드 2022-02-02 1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밀회안에 단편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 거군요 감정선들이 와닿았다는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미니님 멋진 책 소개 공유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2-02 13:21   좋아요 4 | URL
읽어주셔서 더 고맙지요 *^^*

서니데이 2022-02-03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 전 이 책 첫번째 에피소드 읽다 와서 그런지 아는 책이 반갑네요.
mini74님 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mini74 2022-02-03 12:29   좋아요 1 | URL
앗 서니데이님~ 같은 책 읽는다니 너무 반가운 ㅎㅎ ~ 서니데이님도 잘 보내셨지요 ~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an22598 2022-02-03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작가 이름을 작년부터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인용해주신 문구 보면서 올해는 꼭 한권이라도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해봅니다 ㅎㅎ

mini74 2022-02-03 12:29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 한 분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