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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평점 :
예술의 본질에 사람이 있다
‘그림 읽어 주는 책’을 가슴에 담았다.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들의 마음과 만난 것은 삶의 보너스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잠재해 있던 감성을 일깨워 주고 때론 나도 예술가들의 가슴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다는 만족감을 준 이 만남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내가 그려갈 내 삶의 그림이 비록 유치한 수준에 멈출지라도 온전히 내가 그린 그림이기에 소중한 것처럼 이 만남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들 가슴 깊숙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나타낼지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들이 바로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그 선두에 오주석이 있었고 손철주를 비롯한 이주은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각기 다른 향기를 발하는 그들의 마음과의 만남은 늘 설렘과 함께 한다.
맛과 향이 달리하며 독자들과 만났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손철주와 ‘당신도 그림처럼’의 이주은 두 사람이 각자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우리그림을 비롯한 동양화에 주목했던 손철주와 서양미술사학을 전공한 이주은이 자신들이 선정한 그림에 비추어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주거니 받거니 맛깔 나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림은 어떤 방법으로 표현되었던 사람과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삶 속에서 추구했던 이상과 가치관, 삶의 구체적인 모습이 담긴다. 그렇기에 그림 이야기는 곧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재의 우리들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의 주제는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내가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 엄마 등 열 가지다. 주제 열 가지는 서로 주고받는 글이 열편이라는 점과 연결된다.
동양화와 서양화, 남자와 여자, 삶을 살았던 세월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은 상대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점이 아니라 이 두 분야의 공통점을 찾는다.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감성이자 구체적인 생활모습이다. 손철주가 ‘묘사하면 그림이 되고 갈망하면 그리움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이주은은 그리움을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답신을 보낸다. 또한 손철주가 ‘품에 안을 수 없는 미인도를 그리는 마음’으로 삶을 통찰한다면 이주은은 보통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담긴 감성을 부릴 수 있게 도와주는 ‘바쿠스의 포도주’를 들고 서로의 이야기에 화답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 잘 보기 위해서 타인의 눈을 필요로 하고, 나 자신의 욕망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 타인의 촉감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감정이란 막고 통제하려고 하면 굴레가 되지만, 느끼고 만끽하려고 하면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는 마술의 틀이 되는 것이다.”
이주은 작가의 말이다. 그림은 예술가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낸 도구가 아닐까 싶다. 이 소통의 도구는 때론 예술가의 손을 떠나 관객들 사이의 소통을 매개한다. 이렇게 만나는 지점이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삶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력 또한 그 지점에서 만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둘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핵심일 것이다. 열편의 편지로 끝나지만 이들은 독자들을 위해 열한 번째 편지를 남겼다. 손철주, 동양의 미술을 말하다와 이주은, 서양의 미술을 말하다가 그것이다. 이 두 글을 통해 두 사람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보텔 수 있어 좋다.
달을 보라고 가르치는데 손가락만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 서양의 그림을 보는 맛, 글을 따라가는 동안 떠나지 않은 미소로 참으로 따스한 만남이다.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다. 마치 연인들의 연애편지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아껴주고 격려하며 때론 농담도 서슴치 않지만 이를 보는 내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사귐이 이럴 수만 있다면 한 폭의 그림도 담아내지 못할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