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 - 역사와 해학의 글씨를 만나다
김남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 감상하듯 글씨와 만나다

손 글씨가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나름의 멋을 한껏 살려주는 것이 손 글씨다. 컴퓨터가 일상화 되고 E-mail이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와 같은 수단이 발달하면서 편지도 사라졌다. 필기도구를 가지고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변했다는 것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정을 이어주는 수단이 없어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이 있다.

 

필적은 사람의 DNA처럼 특수한 성격을 나타낸다고 하는 점을 주목하면서 발간되었던 책이 있다. 강력범죄 전문 검사가 친필 분석을 통해 항일 운동가들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필적은 말한다’(중앙books(중앙북스), 2009)라는 책이다. 십여 년 넘게 전국의 고서점과 미술상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글씨를 바탕으로 글씨가 곧 사람이라고 하는 것에 주목한다. 필적은 말한다의 저자 구본진은 ‘사람의 성정과 기질이 글씨에 반영되어 있어서, 글씨를 들여다보면 마치 관상을 보듯이 그 사람을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글씨에 주목하는 또 한권의 책을 만난다. 역사와 해학의 글씨를 만나다라는 부제를 단 ‘명필’이 그 책이다. 이 책 저자 역시 전국을 발품 팔아 돌아다녔다. 사찰과 서원, 정자 등 현판과 편액, 주련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배웠다고 한다. 일단, 한자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이 글씨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점은 현대인이 한자를 바탕으로 된 글씨에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에 반해 장점이라는 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글씨를 보는 방법에 대해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다. 글씨를 그림처럼 보라고 한다. 한자를 모르면 글씨와 만남에 두려움을 느끼고 친근함이 떨어져 글씨가 주는 맛과 멋을 알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방법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자신만의 눈으로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 글씨와 친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 문화재는 불교와 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글씨를 이야기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사찰 건물의 현판과 편액, 주련 등에 남아있는 글씨들을 찾아가는 이유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글씨에는 역사와 종교가 공존한다. 삼각산 화계사에서 금정산 범어사까지 사찰을 찾아다니는 저자의 발걸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대 명필들의 삶과 정치적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부침을 거듭했던 상황을 함께 살펴야 글씨에 담긴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교라는 종교의 교리를 담고 있는 사찰의 경내를 둘러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주문부터 시작하여 대웅전과 산신당까지 건물배치와 각 건물의 의미를 알았을 때 전각의 편액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발걸음은 사찰에 머물지 않는다. 이이나 이황, 송시열, 최치원의 흔적이 있는 정자들을 찾고 화양계곡의 돌에 새겨진 글씨를 찾아 나선다.

 

글씨는 개인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한다. 서체는 그림처럼 유행이 있어 흐름이 있고 당대의 정치와 경제, 생활상이 담겨 있다. 글씨 한 점에 주목하고 그 속에 깃든 예술성과 역사성을 함께 경험한다. 저자는 명필 속에 숨어 있는 역사와 풍류, 해학, 문화, 예술의 세계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역사전공자가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적 쟁점이 논란 없이 받아드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이의 십만 양병설을 기존 학설에 의거하여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우암 송시열의 영향으로 당시의 사료에는 없는 이이의 양병설이 사실화 되고 무게가 실렸다고 보는 시각은 무시된다.

 

저자는 글씨는 세 번 태어난다고 한다. 붓으로 쓴 글씨와 나무판이나 돌에 새긴 글씨 그리고 이것을 볼 때 감상자가 보는 글씨다. 한자가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감상자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글씨가 갖는 매력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례자의 시간 - 로마 4대 바실리카로 떠나는 시작을 위한 여행
김지환 지음, 전화식 사진 / 고즈윈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례자의 내면과 만나 울림으로 다가오는 바실리카

종교에서의 믿음은 단순하고 절대적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무신론자에 가깝다. 도무지 그 믿음에 확신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이것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듯하고 종교적 체험이나 그것도 아니라면 감동이라도 있어야 믿음에 다가가는 계기가 될 듯 싶기도 하다. 종교의 눈으로 본다면 분명 한계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모든 종교에 열려있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종교는 나에게 남아있는 문화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교의 영향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불교와 관련이 있다. 그 문화재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불교를 접했고 불교문화재를 더 잘 알기위해 교리를 공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다른 종교 역시 독특한 건축물이 먼저 다가왔다. 성당이나 교회를 비롯하여 종교마다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는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곧 그 종교와 만나는 지점이었다. 모든 종교 건축물은 나름의 특색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 종교가 가지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정서상 조금은 낫선 이야기로의 여행에 동참한다. ‘순례자의 시간’은 로마시대 건축된 바실리카 성전을 순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실리카(basilica)란 고대 로마제국에서 도시에 세워진 법정, 집회 등에 사용되는 큰 홀 형식의 공공건축을 의미한다. 저자 김지환은 성 베드로 대성전, 성모 마리아 대성전, 라테란의 성 요한 대성전, 성 바오로 대성전을 찾는 순례길에 사진작가 전화식과 동행했다.

 

가톨릭 신자인 저자와 무신론자인 사진가의 눈에 비친 고대 로마시대 성당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저자는 혼란스러웠던 일상에서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성지순례라고도 할 이 순례길에 오른 것이다. 순례길은 무엇인가 찾아가는 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인 특별한 장소로 가는 길은 종교적 의미에서는 신과의 만남의 과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순례자의 발걸음은 일반 여행자의 발걸음과는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을 것이다.

 

네 곳의 성당은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신과 만나는 장소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서양사에서 보여주듯 종교는 특정한 시대에는 삶, 권력, 정치 등 이 모든 것에 우선되었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막대한 힘을 가졌다는 말이다. 그러한 종교의 막강한 힘이 정치권력에 의해 탄압받고 때론 권력에 붙어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온 과정이 바로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도 보인다. 물론 이것은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벗어난 견해가 될 수 있다.

 

로마시대의 역사나 이후 중세 역사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이 바실리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성당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느냐 보다 우선하는 것은 저자가 성당을 방문하며 자신의 내면과의 깊은 대화를 하는 그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 삶은 결국 인간 내면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성적 가치와도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삶에서 자신을 늘 돌아보는 저자의 글과 바실리카가 내포하는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 사진가의 마음이 모여 하나를 이룬다. 글과 사진이 만나 하나를 만들어 가는 이런 종류의 책은 종종 글이든 사진이든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이 있다. 글을 쓴 저자의 마음이 사진가의 눈에 담긴 사진 속에 녹아 있다고 본다면 사진만 따라가도 충분할 만큼 사진이 주는 매력이 강하다.

 

‘대성전의 성화나 성물을 보면 그 시대 예술가들의 깊은 영성이 느껴져요. 수많은 언어와 성징,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하나의 그림 안에 담아 낸 것을 보면......’

 

거의 모든 종교적 건축물은 화려하다. 그 화려함은 인간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고자 나타내는 화려함과는 구별된다. 화려함 속에 경건함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전화식의 눈으로 담은 사진들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이는 사진가의 고백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으며 형태도 없는 존재를 절대자라 믿고 저토록 매달릴 수 있는 간절함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과도 같은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은 늘 더디다.

생각할 것도 많아 마음도 더디고  발걸음 역시 머뭇거리다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된다.

지난해 읽었던 책을 돌아보면서 올 한해 읽을 책의 방향을 잡았다.

넓게 읽으면서도 한 곳에 집중해 읽은 성과를 쌓아 보자는 것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났다.

그 방향에 걸맞는 행보였는지 돌아본다.

 

-------------------

 

12-001(2011-1-1) 조선 지식인의 위선

김연수 저 | 앨피 | 2011년 08월

 

12-002(2011-1-2) 밤은 책이다

이동진 저 | 예담 | 2011년 12월

 

12-003(2011-1-4) 유배, 권력의 뒤안길

전웅 저 | 청아출판사 | 2011년 11월

 

12-004(2011-1-6) 색에 미친 청춘

김유나 저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 2011년 12월

 

12-005(2011-1-6) 한글 박물관

박창원 저 | 책문 | 2011년 11월

 

12-006(2011-1-8)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저/이순희 역 | 부키 | 2007년 10월

 

12-007(2011-1-9) 그녀가 말했다

김성원 저/밤삼킨별 사진 | 인디고 | 2011년 12월

 

12-008(2011-1-10)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이철 저 | 알마 | 2011년 12월

 

12-009(2011-1-12) 법정, 나를 물들이다

변택주 저 | 불광출판사 | 2012년 01월

 

12-010(2011-1-13) 역사의 미술관

이주헌 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12-011(2011-1-14) 1월의 모든 역사 한국사

이종하 저 | 디오네 | 2012년 01월

 

12-012(2011-1-16)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김영수 저 | 역사의아침 | 2011년 12월

 

12-013(2011-1-17) 닥치고 정치

김어준 저/지승호 편 | 푸른숲 | 2011년 10월

 

12-014(2011-1-18)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이민희 저 | 글항아리 | 2008년 06월

 

12-015(2011-1-19)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박필우 저 | 서해문집 | 2011년 12월

 

12-016(2011-1-20) 맛있다, 내 인생

신정선 저 | 예담 | 2011년 12월

 

12-017(2011-1-21) 할 말이 있다

허균 원작/이경혜 편/정정엽 그림 |알마 | 2011년 12월

 

12-018(2011-1-24) 일상 활용 긍정 사전

장 피에르 마뉴,뤽 테시에르 도르푀유 공저/이세진 역 | 부키 | 2012년 01월

 

12-019(2011-1-25)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심재우,한형주,임민혁,신명호,박용만,이순구 공저 | 돌베개 | 2011년 12월

 

12-020(2011-1-26) 소현세자 독살사건

이수광 저 | 산호와진주 | 2011년 12월

 

12-021(2011-1-27) 꿈꾸는 광대

김명곤 저 | 유리창 | 2011년 12월

 

12-022(2011-1-28) 절대강자

이외수 저/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2월

 

12-023(2011-1-29) 축구 이야기

JOON 저/칼카나마 그림 | 산호와진주 | 2012년 01월

 

12-024(2011-1-30) 단 하나의 습관

연준혁 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01월

 

12-025(2011-1-31) 임페리움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등저/박종대 역 | 말글빛냄 | 2005년 01월

 

----------------------

 

여전히 관심분야는 역사와 문화예술이다.

역사 중에서도 조선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조선사에서도 한 분야로 집중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문화 예술은 넓게 읽어가는 분야 중에서 으뜸일 것이기에 관심사 역시 여전하다.

 

조선 지식인의 위선

법정, 나를 물들이다

역사의 미술관

닥치고 정치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맛있다, 내 인생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1월 함께한 책들 중에서 주목되는 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승자의 기록을 넘어선 제국의 멸망사

역사를 보는 시각에서 이데올로기를 배재할 수 있을까? 이데올로기가 무엇을 대변하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로보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자명할 것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라고 하는 말이 가지는 무거운 의미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이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에 자신이 결정하는 많은 일에 있어 그 영향력 아래에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가 역사를 보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한국의 역사학계도 이러한 범주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로 보인다. 노론사관을 이어받은 식민사관과 자주적 입장에서 역사를 보려고 하는 시각 사이에 충돌이 학계일부의 범주를 넘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주목받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을 겪게 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제국들의 흥망과 성쇠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제국이 일어나고 수많은 다른 민족과 나라와의 직접적인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알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하루아침에 역사에서 사라지곤 했다. 누군가는 끊임없는 권력욕에 의해, 누군가는 향락의 끝자락으로 누군가는 외침에 의해 몰락했다는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모든 시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제국들의 몰락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승리했던 나라들의 시각을 반영한 기록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떤 것은 과소평가되거나 또는 침소봉대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사라져버린 역사이기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도출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는 점도 포함되어 더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들고 있다.

 

이 책 ‘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고 이야기되는 세계제국들의 멸망에 주목하고 있다. 임페리움(imperium)은 포괄적, 무제약적 지배권을 의미한다. 영토적으로는 지배권이 미치는 영역일 것이며 영역 내에서는 권력의 지배 대상이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는 제국의 멸망에 대해 살피면서 남겨진 기록이 가지는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들을 엮어 가설을 만들고 이것이 그 시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 한다. 그래서 때론 지금까지 정설처럼 여겨지는 해석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 놓을 경우도 있다. 무엇이 올바른 역사적 해석일지 일단은 판단을 유보하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4개의 세계제국들의 멸망의 과정을 따라간다. ‘나일 제국 - 파라오의 권력과 무기력’, ‘페르시아에 몰아친 폭풍 - 세계제국의 치명적인 실수’, ‘한니발 - 카르타고의 승리와 비극’, ‘로마를 둘러싼 논쟁 - 서서히 몰락한 세계제국’ 등이다. 이집트, 페르시아, 카르타고, 로마는 고대 지중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서양의 고대사를 일컬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나라들이다.

 

나일강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을 일으켰던 이집트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에 이르러 급속한 몰락의 과정을 겪는다. 라일강으로 인해 풍부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집트 문명은 로마와의 관계에서 운명을 맞이한다. 페르시아 역시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하며 로마를 충격 속으로 내몰았던 과거의 영화로 인해 철저하게 파괴된다. 승자인 로마의 기록에 의해 페르시아 문명이 이룩한 역사는 사라진 것이다. 이집트나 페르시아의 더한 몰락의 경우가 카르타르다. 한니발 장군으로 대표되는 이 제국은 한때 로마 제국을 위기로 내 몰기도 했다. 하지만, 지중해를 중심으로 부를 쌓았던 카르타르는 역사에서 철저하게 사라졌다. 사라진 제국에는 로마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제국 로마의 명말 이유로 퇴폐적인 문화를 예로 들기도 하지만 어떤 제국도 한가지의 이유로 몰락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역사학은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과 기록을 나열해서는 안 되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지나긴 시간 속에 녹아 있는 고통과 간난, 그리고 기쁨까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 있는 역사가 되고, 역사로부터 배울 게 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어떤 이데올로기의 시각으로 역사를 봐야 하는지 선택의 문제가 남았을 것이다. 이 선택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요구되는 시대정신과 부합되는 경우에 그 의미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하나의 습관 -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결정적 차이
연준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남은 내 미래의 첫날이다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이다. 이런 날들이 쌓여 내 생을 만들 것인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면 문득 드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건이나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 간다는 것 역시 쉬운 것은 아니기에 생각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혼란스러운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역사적 인물이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고. 특별한 환경이나 물려받은 조건에 의해 지금의 사회적 성공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성공한 그들과 일반인들의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 이것이 지금 내 모습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사회가 주변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단 하나의 습관’의 저자 연준혁은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 그 차이에 주목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모습에서 찾아낸 것이 ‘습관’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의 습관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습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획득되어 되풀이함에 따라 고정화된 반응 양식’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형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이거나 의식적인 행동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을 결정적 차이를 나타내는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습관 하나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시각으로 ‘단 하나의 습관’에서는 역사적 인물이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비교분석하면서 습관이 가지는 긍정적인 힘의 원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습관에서 온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습관의 어떤 특성이 그런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일까? 여기서 저자가 찾아낸 힘의 원천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라고 한다. 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드는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보고 있다. 새종의 ‘토론과 경청’, 김정희의 ‘정보를 소중히 여기는 일’. 알렉산더 플레밍의 ‘놀이처럼 즐기는 것’, 마틴 루터 킹의 ‘좋은 문구를 외우는 것’, 옹정제의 ‘신하의 보고 문서에 꼬박꼬박 답장을 쓰는 일’, 이덕무의 ‘관독일기’ 등에서 보이는 사소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습관에 주목한다. 사마천이나 알렉산더에서 김재동이나 조인성까지 저자는 역사적 인물이나 현 시대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그들의 습관을 시대를 넘나들며 내용적으로 비슷한 습관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비교 분석한다. 그 속에서 시대적 환경이나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습관이 가지는 커다란 힘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습관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열정과 시간이라는 짝이 맺어져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습관은 시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결단이 요구된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와 그 일을 끊임없이 밀고나가는 열정이 습관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며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들어 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해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간다. 지나온 한 달을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올 한해가 결정될 수도 있다. 다소 어설픈 시작이었을지라도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훨씬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그만큼 열려있다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오늘은 남은 내 미래의 첫날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을 어떻게 살지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