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휴영 處陰以休影
처정이식적 處靜以息迹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 발자국이 쉰다

*장자 잡편 어부 장에 나오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공자를 타이르는 내용이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影와 발자국迹은 열심히 뛸수록 더 따라붙는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무러야만 발자국이 쉰다."

*휴일 집 근처 산에 올랐다. 사람들 북적이는 틈이 버거워 서둘러 다녀오려던 것이 때죽나무 꽃그늘 아래서 꽃향기에 취하다보니 등산 인파에 묻혔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꽃그늘, 향기에는 관심이 없고 시끄러운 말소리와 어지러운 발걸음에 치일뻔 했다. 인파를 피해 내려선 계곡에서 꽃무덤을 발견하고 어수선했던 마음에 쉼의 시간을 더한다.

가물어 물소리 끝긴 계곡 웅덩이에 꽃잎이 떨어졌다. 마침 나뭇잎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꽃은 쉬고자 하나 그림자가 발길을 서두른다. 

나는 그림자 따라가기 바쁜 꽃잎을 잡아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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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비싸리'
계절이 여름으로 옮겨가는 숲에는 특유의 빛이 있다. 초록이 짙어져 무게를 더하고 그 사이로 파고드는 햇빛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색의 향연이 그것이다. 여름으로 건너가기 위해 분주한 숲에서 유독 땅 가까이에서 빛나는 식물들이 있어 허리를 숙여 눈맞춤 한다.


연자주색의 꽃이 햇살을 머금었다. 붉은 것이 더 붉어져 자태를 뽑낸다. 가녀리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햇볕이 잘드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싸리 닮은 것이 땅 가까이 자란다고 해서 땅비싸리일까. 다양한 싸리 종류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이렇게 부지런한 이유는 키큰 식물들이 자라 햇살을 막아버리기 전에 씨앗을 맺기 위함이라고 하니 안쓰럽기도 하다.


볕이 좋은 날 하루를 마무리하는 햇살에 드러낸 땅비싸리의 붉은 속내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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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이 쓸고간 자리다. 어제 저녁 잠깐 사이에 쏟아진 우박으로 옥수수, 고추, 깨, 상추, 가지, 호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밭작물은 쑥대밭이 되었으며, 자두, 매실, 복숭아, 사과, 포도 등 열매가 열린 모든 과일나무의 열매는 다 떨어졌고, 잎 달린 식물은 잎을 찟기고 떨구었다.


하느님이 하신 일이니 어쩌겠냐는 앞집 할머니의 얼굴엔 망연자실 딱 그것이다. 가물어 비를 기다렸던 농부들의 가슴에 깊은 골이 패였다. 성한 것 하나 없는 밭을 보는 마음이 애리다.


또가원 역시 마찬가지다. 텃밭은 뭉개졌고 열매는 떨어졌으며 그 화사했던 꽃은 처참하게 뭉개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회복될까. 골목길 대문 앞에는 아직도 우박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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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박이 매우 많이 쏟아져 내리더군요.. 많은 피해가 있는듯해서 안타깝습니다..
 

'내 인생의 정원'
-손진익, 북산

손바닥만한 크기의 뜰에 나무를 골라 심고 풀을 가꾸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달라지는 빛의 그림자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이 책 '내 인생의 정원'은 정선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저자는 책 속에서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숲에서 행복과 평화를 찾으라고 얘기한다. 지극히 공감하는 이야기다.

"200살 먹은 적송은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 보게, 아직 청춘인데 벌써부터 노인 흉내내면 안 되지"
적송 아래 있으면 정말로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200년은 못살겠지만 백 년은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뜰을 한바퀴 돌고나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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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6-01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왕~제가 바라는 제 미래의 모습이에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무진無盡 2017-06-02 00:03   좋아요 1 | URL
좋은 만남 되시길 바랍니다~

dys1211 2017-06-01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꾸는 삶이에요. 가능할지?

무진無盡 2017-06-02 00:05   좋아요 1 | URL
꿈은 꾸는 사람에게 실현된다잖아요~
 

성질급한 초승달이 서산 마루에 잠깐 머무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눈맞춤할 수 있었다. 달을 보듯 맑고 환한 미소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이 참으로 고맙고 곱다.


저 달은 하늘을 잃었다고 하고
저 하늘은 달을 품었다고 하고


*김명수의 시 '초승달'이다. 마음 한쪽을 비울 수 있어야 비로소 품을 수 있는 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잃어다는 것과 품었다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달이 조금씩 제 품을 키워 차 올라가듯 한걸음씩 부풀어 오르는 마음은 그 심장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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