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홍
이게 무슨꽃? 글쎄요~
꽃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이들이 종종 물어본다. 산들꽃에 주목하다보니 원예용으로 키우는 꽃들은 도통 모르겠다. 내 뜰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있지만 이름을 아는 것은 내가 심었거나 오래보아 이미 익숙한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꽃에게도 편애가 심하다.

구슬 모양의 꽃이 달렸다. 핀듯 안핀듯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간혹 눈길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된다고 하여 천일홍이라고 한다.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이 있으며 독특한 모양에 주목하여 화단에 주로 심는다. 토방 아래 나무데크 앞에 여름 내내 눈에 밟히던 꽃이다.

다양한 원예종을 들여와 정성을 들이는 것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안주인의 취향이니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이건 아닌듯 싶을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겨우 퇴근 해서야 보는 뜰이니 나로서는 별도리가 없다.

꽃의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성질 때문일까. 불전을 장식하는 꽃으로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불변, 매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뚜껑덩굴
몇해 전 가시연꽃을 보자고 찾은 낯선 곳에서 가시연꽃은 흔적도 못보고 돌아서는 길에서 만났었다. 그후론 딱히 기억에 없는 것으로 보아 주목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이번에는 더위가 한풀 꺾인 시기에 물가의 비슷한 환경에서 만났다. 독특한 생김새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본다.

뚜껑덩굴은 물가에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열매가 익으면 뚜껑처럼 열리고 그 속에서 씨가 나온다 하여 뚜껑덩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덩굴을 이뤄 무성하게 주변을 점려하듯 자라는 모습에서 유해식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씨를 합자초인(合子草仁)이라 하며 어린순은 식용하고 열매는 약용으로 이용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볕 좋고 바람 적당한 날

무엇하나 서두를 것 없다는 듯

강은 고요하다.

이 고즈넉한 유혹에 한눈 팔다

저와는 상관도 없는

늦가을의 어설픈 함정에 빠졌다

머뭇머뭇

딴짓하다

붙잡힌 것은

ㆍㆍㆍ

'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메밀
달밤이어야 한다. 소금꽃 피는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말이다. 여의치 않다면 가로등 불빛에라도 의지해서 봐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출발한다.

메밀묵의 그 메밀이다. 요사이는 주변에서 거의 만나지 못한다. 모밀, 메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게 메밀은 메밀묵보다는 어린순의 된장무침은 지금도 좋아하는 계절의 진미다.

꽃은 백색이고 무한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며 꽃에는 꿀이 많아 벌꿀의 밀원이 되고 타가수정을 주로 한다. 원산지는 동아시아 온대 북부의 바이칼호, 만주, 아무르강변 등에 걸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헌의 기록으로는 '향약구급방'에 처음 나온다. 메밀은 한발이나 추위에 잘 견디면서 생육기간이 짧아서 흉년 때의 구황식물로 많이 재배되었으며, 세종 때에 펴낸 '구황벽곡방'에도 구황작물로 기록되어 있다. 약용작물로도 두루두루 재배했다.

'연인' 이라는 꽃말의 연유는 모르겠다. 봉평으로 가지못한 아쉬운 마음을 여기에 담아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4-11-2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만큼 글도 아름답습니다.
달밤은 아니었지만 저도 몇해전 봉평에서 본 메밀꽃밭과 이효석 문학관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무진無盡 2024-11-23 20:19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억은 특별한 감정을 일으키더군요.
 

석산(꽃무릇)
붉디붉은 기운이 한 철을 다 덮고도 남는다. 애뜻함의 상징처럼 무엇인가를 대변하는 강렬함이 사람들 마음을 이끄는 것일까. 무리지어 핀 자리에 발걸음이 쌓이고 쌓인다.

석산(石蒜)은 "서해안과 남부 지방의 사찰 근처에 주로 분포하고, 가정에서도 흔히 가꾸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찰 근처에 많이 심은 이유는 이 식물에서 추출한 녹말로 불경을 제본하고, 탱화를 만들 때도 사용하며, 고승들의 진영을 붙일 때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흔적이 남아 여전히 절 아랫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걸까.

붉음의 상징처럼 보이던 꽃무릇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일까. 붉다 못해 타버린 속내가 하얗게 된 것일까. 초가을 곱게 핀 흰색으로 핀 꽃무릇을 만났다. 이제 꽃진 자리에 잎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