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난풀
먼길 나섰으니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고자하는 마음이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니 간 곳에서 최대한 눈을 밝게 뜨고 무엇이든 새롭게 보이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 본 것들이 제법 많다. 이 구상난풀도 그중에 하나다.

구상난풀은 우리나라 전역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부생식물이다. 구상나무 숲에서 자란다고 구상난풀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생육환경은 빛이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숙인 고개를 좀처럼 들지 않으니 얼굴보기가 만만치않다. 색 또한 밋밋한 황갈색이라 다른 것에 비해 튀지도 않기에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한번 눈에 익으면 이곳 저곳에서 보인다. 쉽사리 보지 못하는 것이라 눈여겨 봐두고 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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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끝에 물든 사랑, 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봉선화(鳳仙花), 속어로 봉사꽃은 비록 1년생의 풀이지만 여름에 피는 꽃 중에 흔하면서도 가장 운치 있는 꽃이다. 어느 집을 가든지 울밑 뜰 안이나 우물가에 봉사꽃이 곱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어여쁜 아가씨들이 이 꽃을 따서 하얀 손톱에 빨갛게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인가?”

“봉사꽃은 인도가 원산지다. 그것이 진작에 중국으로 건너왔고, 또 조선에도 왔었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다시 일본으로 간 것은 아시카가(足利)시대다.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 역시 봉사꽃의 전래를 따라 중국, 우리나라, 일본으로 차차 퍼져나간 듯하다.”

“《군방보(群芳譜)》에는 봉사꽃이 명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줄기 사이에서 꽃이 핀다.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이 모두 오똑하니 들린 것이 봉황새의 형상과 같은 까닭에 봉선화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 시골마을엔 여전히 울 밑에 봉산화가 피고 진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마을이지만 꽃을 심고 가꾸며 핀 꽃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 얼굴에 스치는 미소는 알 듯 모를 때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떠올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여전히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살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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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올해는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 편하게 만났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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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암차즈기
식물들은 제각각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들만의 각기 다른 모양, 색, 향기를 가지고서 주목 받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한다. 식물에 따라 모양, 색, 향의 독특함이나 어우러짐을 선택하여 다른 식물과 구분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참배암차즈기는 독특한 모습으로 주목받는 식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꽃잎이 벌어진 모습이 마치 뱀이 입을 벌린 모양과 흡사하다.

점봉산, 설악산, 태백산, 가야산, 지리산 일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배암차즈기와 거의 비슷하나 배암차즈기는 꽃이 연한 보라색이고 참배암차즈기의 꽃은 노란색이다.

보기에 쉽지 않은 꽃이다. 더욱 남쪽지역에서는 봤다는 소식이 없다. 솔나리를 보러 나선 먼 길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도 독특한 생김새로 금방 이름을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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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리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매년 가야산(1430m)에서 보다가 이번에는 기회를 얻어 멀리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 어디쯤에 가서 만났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핀 꽃이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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