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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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갈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인류의 사상사적 흐름에서 각 시대에 제기되었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동양철학의 사상적 출발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제자백가들로부터 기인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로부터 2500여 년 전에 시작된 문제제기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고작 그 문구의 해석에 그치거나 그 해석의 올바름에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따른 사람들에게 당면했던 문제를 풀어가고자 제기되었던 각종 사상은 인류, 특히 동양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인정한다고 해도 동양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노자와 공자의 사상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철학자와 사상가들에 의해 노자와 공자의 사상에 대한 연구를 비롯하여 두 사상에 대한 비교분석 또한 수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안성재의 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와 같은 구성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는 노자와 공자의 핵심사상 열 한 가지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해가고 있다. 이 확인해 가는 형식이 두 사상가의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마치 대화의 현장중개를 보는 것처럼 이끌어가고 있다.

 

안성재가 주목한 두 사상가의 핵심 사상의 키워드는 대동사회와 소강사회’, ‘성인과 군자’, ‘무위자연(無爲自然)’, ‘()’, ‘()’, ‘()과 화()’, ‘삼보(三寶)’, ‘()’, ‘인의예악(仁義禮樂)’를 비롯하여 변치 않고 실천하는 태도와 올곧음, 지혜로움과 올바름, 신중함과 무력을 포함한 강압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태도나아가고 물러서는선택의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어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 반갑다. 앞의 열 가지의 주제를 통해 마지막에 제기하는 나아가고 물러섬의 선택에 관한 것으로 모아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결국, “나라에 도가 있으면 머무르면서 지도자를 올바른 길로 보필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세상을 등지고 유유자적하라는 당시의 불문율에 대해 보여준 두 사상가의 태도가 여러 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 노자는 도가 없는 세상을 등지고 유유자적하는 선택을 했지만, 공자는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남아 세상을 바꾸려 했던 차이가 두 사사의 핵심적 차이로 나타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현대사회에 와서 노자의 사상이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표면적인 이유는 노자의 무위자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현대인들의 선택은 어디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공자처럼 세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지도자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하지 않을까? 선택의 몫은 개인에게 달렸다고 하더라도 시대정신에 부응해야할 의무 또한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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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금성산성'
성곽길이-7,345m(외성:6,486m, 내성:859m)

 

사적 제353호인 금성산성은 고려시대 축성된 산성이다. 호남의 3대 산성 중 하나로 운대봉, 시루봉, 노적봉,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성과 외성으로 성벽을 쌓았다. 1895년 제작된 금성진도에 의하면 내성에 동헌, 대장청, 내아 등 관청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의 거점이었으며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각종 시설이 불타고 동, 서, 남, 북문의 터만 남 았고 성안의 사찰이었던 보국사는 한국전쟁 때 불타 주춧돌만 남아있다.

 

 

 

출입구나 마찬가지인 남문을 지나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거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산성이지만 군데군데 보수한 흔적에 무너진 곳 까지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동문에서 북문까지의 완만한 길에 비해 북문에서 서문까지는 급경사다. 반대로 올랐다면 꽤 험란한 여정이 될뻔 했다. 서문을 중심으로 가파른 산세를 이용한 성벽 쌓기는 남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금성산성의 위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가장 긴 길을 선택했기에 정비되지 않은 다소 험난한 길을 가며 올해 처음 산자고를 만났다. 유독 생강나무꽃이 많은 곳이다. 성벽을 걷는 동안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제비꽃과 진달래, 현호색도 환한 미소로 반긴다.


남문에서 동문, 북문, 서문으로 다시 출발지점 남문까지 점심도 먹고 경치도 보면서 넉넉한 걸음으로 5시간 거리다. 봄볕 좋은날이기에 주차장에서 남문까지 등산, 나들이 하는 사람들로 다소 분주하다. 할머니 산악회, 가족나들이객, 삼삼오오 가벼운 발걸음이 봄을 누리기에 좋은 때임을 알게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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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조금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연꽃도 아닌 널 보러가야지 마음먹는 순간부터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시다.

그것도 전문을 다 떠올리지는 못하고 세번째 연만 줄곧 맴돌았다.

 

너를 만나는 순간, 얼어붙은 듯 어쩌지도 못하고 멈춰서

한참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날 발견하고서야 알았다.

왜 이 시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는지ᆢ

 

다시 널 만나러 갈 때도 여전히 떨리는 마음일테지

봄을 맞이하는 수줍은 새색시 마냥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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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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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게 물어봐?

속세와 인연의 끈을 놓아버린 수행자가 자신이 떠난 속세에 할 말이 있단다. 떠나 있었기에 속살의 민망함까지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저기 걸리는 것 없는 수행자이기에 오롯이 속내를 볼 수 있으며 바른 말을 할 수 있으리라 짐작은 한다. 무엇이 속세를 떠난 수행자로 하여금 속세의 사람들에게 말을 하게 했을까?

 

네이버에게 물어봐? 요즘 흔히 듣는 이야기다. 궁금한 일이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 부딪치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손안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통해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기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말이 되었다. 이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근본 속성을 의심케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바로 생각하는 기능을 삭제하고 검색하는 인간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유의 힘에 대해 주목하며 이를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의 이야기나 머리가 아닌 스스로의 사고 속에서 무엇을 사유하여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삶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이는 인문학과 철학 등이 대중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뿐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 속에서도 주목하는 시대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법인 스님의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바로 인간이 사유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에 내놓고 있는 진지한 담론이다. 법인 스님이 절간이나 대처에서 소임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 대둔사 일지암에 주석하며 만났던 스님, 범부대중과의 만남 속에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혜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 대승불교의 마음과 눈으로 속세를 버겁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삶의 위안이다.

 

수행자의 기본은 사유하는데 있다. 의심하는 바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그 근본에 이르는 과정을 몸으로 쌓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하여, 상유의 힘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바로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삶을 버겁게 만들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방안으로 사유, 사색, 성찰을 제시 한다.

 

쉽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라에서 안도현의 연어의 주인공 은빛연어의 사유과정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로부터 출발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일으킨다. 더불어 나는 오늘도 출가한다에서는 출가의 기본 정신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20103월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대학생 한예슬 양의 대학을 버린 날에 대한 이야기와 싯다르타의 출가 그리고 법인 스님 스스로 출가한 바를 통해 출가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이는 결국 대승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과 자비의 실천의 조화를 통해 사회 속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생각이 넘치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중심에 사유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생각 그리고 사랑, 연습하면 무르익는다.”는 법인 스님의 이야기처럼 사유 또한 연습하면 무르익어 비로소 자신만의 사고를 통해 제 삶을 꾸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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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기댄 畵요일 - 오직 나만... 위로하는 그림 전展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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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냥 좋아서

여전히 궁금하고, 가슴 설렙니다. 이미 알고 있으되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리움을 낳습니다. 그림이란 정녕, 이련 것이어야 합니다.”이런 고백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설렘과 함께 오는지 아는 사람들만 안다.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사람과 그것과의 관계가 만들어주는 이 좋은 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이후 미술사학을 공부한 이종수의 그림에 대한 사랑을 쫒아가 보는 출발점이 그의 전작 이야기 그림 이야기이라는 책이었다. 이야기를 담은 도구로 그림이 있다면 그 그림으로 다시 이야기가 진행되는 순환구조를 통해 그림을 온전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었다. 그 이후 우연한 기회에그림문답이라는 책을 몰입해 보다가 저자가 궁금해서 확인해 보니 바로 이종수 그 사람이었다. 바로 그 책의 저자 이종수의 다른 책을 만났다. ‘그림에 기댄 화요일이다. 그림과 마음이 통한 날을 저자는 그림의 요일, 화요일이라 부른다.

 

이종수는 그림문답에서 그림을 그렸던 당시로 돌아가 화가를 만나 그의 심정을 들여다보고 그 화가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림에 기대 화요일은 순전히 저자가 그림을 만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림을 공부하는 전공자의 시각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 이입되어 그림과 만난 이야기를 담았다. 가감 없이 보고 느낀 그대로를 담았기에 천편일률적으로 도식화된 그림 설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의 사적인 시각으로 보이지만 거기에 멈추지 않고 보다 의미 있게 그림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저 내 이름 하나도 버거운 어느 날,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그리고 그들의 사랑도, 나를 휘감는 고독과는 무관한 날이면 전기의 '계산포무도', 그래도 괜찮아ᆢ,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간절하면 이암의 '모견도', 세상을 등진 채 살아왔던 시절, 그 시간의 의미. 나를 이해해줄 벗의 존재가 그래서 더 절실할 때면 윤두서의 '심득경 초상'을 더듬는다."

 

그림 감상은 자기 내면과의 조우와 화가와의 교감, 미감의 발견, 창작의 순간의 내면에 대한 고찰, 그림이 그려진 시대상 문화상 이해 등 다채로운 통찰의 길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텍스트가 가지지 못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그림과 만나는 것이 꼭 이런 짜여진 각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보고 느끼는 것에서 다가오는 정도만을 이해해도 무방하다.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저자는 , 라고 물어주니. 그렇구나, 끄덕이게 되니. 그림이 그저 그림만은 아닌 셈이지요. 인문학의 쓰임이란, 그 따뜻한 교감이란 이리 가까이 있는 것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쯤. 그림에 기대어 나를 만나는 요일로 정해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인문적 삶의 즐거움을 누리길 권한다.

 

이재관 오수도, 정조 야국, 신윤복 월하정인, 김홍도 추성부도, 조희룡 매화서옥도, 김시 동자견려도등 이종수의 마음으로 만난 우리 옛 그림 24,

 

누군가에게 편히 기대어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할 때. 혹은 그저 넋두리라도 들어주고 내 외로운 길을 좀 지지해주었으면, 마음 간절할 때만나고 싶은 친구. 저자 이종수에게 그런 친구는 그림이었다고 한다. 저자처럼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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