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라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를 밀애를 읽고 누군가를 김명원을 읽으며 또다른 이는 달을 보고 천문학을 이야기 한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국보 135호로 지정된 혜원전신첩에 들어 있는 그림이다. 신윤복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월하정인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옛그림 중 하나다. 간송미술관에 소장 중이다.

 

월하정인에 대한 오주석의 이야기를 이렇다.

조각달이 낮게 뜬 밤 한껏 차려 입은 남녀가 담 모퉁이에서 밀회를 한다. 무슨 일일까? 다소곳하게 쓰개치마를 둘러쓴 여인은 수줍음 반 교태 반 야릇한 정이 볼에 물들었다. 그윽한 눈길을 건네는 사내는 오른손에 초롱 들고 왼손으로 허리춤을 뒤적인다. 내노라하는 장안의 한량인 사내의 가족신은 코와 뒤축이 따로 옥색을 댄 호사스런 것이다. 한편 여인은 치마를 묶어 올려 하얀 속곳이 오이씨 같은 버선 위로 드러났다. 함께 갈 수 없는 길, 그러나 마음만은 님 품안에 있다. 달빛이 몽롱해지면서 두 사람의 연정도 어스름하게 녹아든다. (달도 기운 야삼경 /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지(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한다. 어떤 관계일까? 오주석은 여기에서 김명원을 불러온다. 김명원(1534~1602)은 임진왜란 당시 정승을 지낸 사람으로 화류계에서 놀기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김명원이 신윤복의 그림에 불려온 이유는 그가 남긴 시 속에서 찾는다.

 

창 밖은 야삼경 보슬비 내리는데 窓外三更細雨時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라 兩人心事兩人知

나눈 정 미흡해서 날 먼저 새려 하니 歡情未洽天將曉

나삼 자락 부여잡고 뒷기약만 묻네 更把羅衫問後期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보며 오주석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속내를 읽는다. 단연코 키워드는 밀애다. 밀애라고 해서 현대인의 풍속도에서 말하는 불륜을 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에 어설프며 주저하게 된다. 상대방이 몰라주는 그 속내 때문에 복잡하기만 하다. 예나 지금이나 상대를 향한 마음은 이렇게 은밀한 달빛아래서 깊어지는 것이리라.

 

오주석은 내가 우리그림의 세계를 알아 가는데 나침판과 같은 사람이다. 오주석의 우리그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우리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로 하여금 그의 해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마음으로 알아간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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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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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가져다 줄 미리 보는 인간의 삶

제자백가가 활동하던 춘추전국시대 이후 인류의 사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로부터 수 천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백가의 사상이 주목받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기 위한 자기 성찰의 지침으로 삼은 것이 바로 그 당시 활동했던 사상가들의 인간의 근본에 대한 고뇌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기술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인류가 탄생한 후 최고 수준의 물질적 누리면서도 사상적 측면에서는 제자라 걸음이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기술의 발전은 그 속도를 가속화하여 기술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정도로 빨리 변한다. 향후 이런 기솔의 발전이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까? 30여년 전만해도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온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었지만 지금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물보다는 기업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판매하는 물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의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깊숙이 광범위하게 작용하리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의 변화에 어떤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범위를 차지할까? 대한민국 대표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는 먼저 이 책에서 욕망도 인간도 관계도 사라진 시대가 올 것이라 말한다. 무감동과 타성에 젖은 사람들, 사이코패스, 관계의 해체, 감정이 부족한 R 세대의 출현,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의 세계화 등을 예상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삶의 변화를 상상하며 그려가는 이야기는 마치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직면할 것처럼 현실감 있게 그려간다. 저자 이나미가 기술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지어 변화를 예상하는 분야로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 가족, 넘쳐나는 정보와 표현, 진화하는 여론 공간, 기술 및 의학발달로 소외되는 인간, 융합 종교, 죽음의 방식등이다. 달라진 인간의 모습은 그렇게 다음 인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저자 이나미는 이런미래 인간에 대해 지나치게 아름다운 미래를 제시하면서 현재의 모순에 눈을 감게 만드는 태도나 반대로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를 제시하면서 결국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식의 가짜 예언자적 태도를 모두 지양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가상 시나리오 속에서 미래사회에 대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가는 이유는 사고의 영역과 관점을 미래로 연장하는 것은 현실과 과거에 갇힌 작은 자아를 큰 자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하며, ‘미래에 대해 꿈꾸고, 걱정하고, 대비하면서, 내가 속해 있는 사회 전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때 내 존재에 좀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나 한국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인 예측이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현실감 있게 드려가는 시나리오는 대단히 흥미롭다.

 

지금까지 인간의 삶을 보다 풍족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기술의 발전에 집중하면서 그 기술을 향유할 인간이 소외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에 집중해서 기술의 발전이 어떤 인간과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지를 미리 짐작하여 인간에게 보다 집중하자는 것이며,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여,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집중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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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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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JTBC의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종편의 일환으로 시작한 JTBC는 그리 주목받는 언론사가 아니었다. 그렇고 그런 다양한 채널 중 하나에서 일약 뉴스의 중심채널로 바뀐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루는 기존 뉴스채널이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진행자 손석희를 중심으로 JTBC 뉴스 제작진의 노력에 의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뉴스 채널과 JTBC의 뉴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기존의 뉴스들이 충분히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사건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의 새로움을 생각한다. 기존 뉴스 채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내용을 방송할 때 JTBC 뉴스는 다른 시각으로 사건에 접근했다. 커다란 충격 속에 빠져 있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내용과 보다 심층적인 취재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달랐다. 하여, 뉴스는 JTBC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나름 한계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뉴스 채널에서 보여주지 못한 점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중심에 서 있던 기존의 뉴스채널들이 보여주지 못한 점은 무엇일까? 이 물음보다 앞서 뉴스란 무엇이고 언론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어떻게 보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대사회는 뉴스의 홍수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뉴스들 중에 무엇에 집중하고 뉴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려면 어떤 시각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는 이런 우리시대의 현주소에 맞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뉴스의 홍수시대지만 그 뉴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더욱 취사선택의 문제에 직면해서는 올바른 대안도 없는 현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시각으로 뉴스를 대할 때 알아두어야 할 다양한 것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스가 아무런 사용설명서 없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이것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뉴스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행사하는지 알지도 못한 현실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뉴스를 독점하는 세력이 뉴스를 운용하는 방법의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하고 있다. 독재자들의 언론의 통제가 예전엔 직접적이었다면 현시대는 다만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기에 뉴스 속 의제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동안 중요한 사건의 핵심은 흐려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언론의 다양한 얼굴에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알랭 드 보통은 정치,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와 같은 뉴스의 다양한 부분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뉴스가 양산되는 모양을 일컬어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표현한다. 사건이나 사고 그것도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뉴스를 생산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언론의 이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속에서 뉴스를 보는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날마다 쇄도하는 뉴스와 이미지 들 속에서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뉴스를 수용하는 방법과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언론의 역할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 그리고 세상과 접촉하지만 그것은 진정하고도 구체적인 만남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주목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수많은 뉴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지면서 주목하고 해결해야할 무엇을 놓친다면 타인 혹은 사회의 기쁨과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들을 마련하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손석희의 JTBC의 뉴스가 주목받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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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이야기
민홍규 지음 / 글로세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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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얽힌 이야기

방외지사(方外之士)란 주류에 포함되지 못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에 수많은 방외지사들이 있다. 단지,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하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들은 엄밀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 이야기 의 저자 민홍규도 그런 범주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민홍규는 20064대 국새 국민공모에 인문전각과 뉴조각 등이 당선되어 제작한 국새가 완성되어 3년 동안 사용되다 소송에 연루되어 3년간 옥살이를 하였고 지난해 9월 출소했다. 그가 옥새를 제작하기 위해 옥새 제작할 건물의 터를 잡고 건물을 세우며 그 터를 조선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민홍규는 어려서부터 서예를 비롯하여 동, 서양화는 물론 16세부터 석불 정기호 문하에서 옥새 동장 전각을 사사하고 국새(소옥새)제작원리에 풍수나 동양학적 원리가 도입되는 것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말보다 실제 쓰이는 우리 예술 문화의 정립을 지향한다.

 

민홍규는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한반도의 국운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기가 보인 지리산 자락에 새로운 터를 잡고 이 기를 운용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숨겨진 터를 찾아내고 그 터에 발현되는 기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건물과 바위의 위치를 잡고 터를 완성해가는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옥고를 치루기까지 했다. 범부로서 이 터를 만나고, 터가 가진 기운을 일깨워 하나하나 모양새를 찾아가던 여정이다. 완벽한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던 비밀이야기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준비된 공간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따라 국운은 물론 관여된 사람들의 삶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실례로 자신이 겪는 사고와 산청군수의 신변에 생긴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발생한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20082월 숭례문이 방화로 불에 탔다. 2009년부터 4대 국새가 유린 당하더니 결국 201011월에는 국민화합과 국운융성, 통일의 비원(悲願)이 담긴 대한민국 4대 국새가 폐기 처분됐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천안함이 침몰되더니(2010.3.26.), 이어서 태안 고교생 해병대 캠프 사고(2013.7.18), 경주 리조트 강당 붕괴(2014.2.17), 세월호 침몰(2014.4.16.) 등과 같이 온 나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사건사고들과 이 터의 운용이 관련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해 두더라도 땅에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가 가져오는 자연재앙은 공감하는 바가 있다. 굳이 우리 역사와 맥을 같이 했던 풍수사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자연경관을 헤치고 인위적인 인공물을 구축해서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것만으로도 좋지 못한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낸 터에 등황전(騰皇殿)이라는 건물을 올리고 그 건물의 명칭을 짓는 것으로부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뤄가려는 모습은 인정하고 싶다. 미처 완성되지 못하고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터가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장소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산청 '기체험장'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못내 아쉬움이 묻어나는 이 터 운용에 대한 마음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 터의 운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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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평민열전 -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조선
허경진 지음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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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주역으로 눈을 돌려야

왕조시대의 역사를 조망할 때 주목하는 계층은 단연 왕과 그 권력의 중심에 선 사람들로 사대부들이다. 이들에 의해 정치가 운용되는 시대이고 문자로 기록된 역사를 중심으로 살피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현실 정치와 문자사용에서도 소외된 계층이면서 사회 밑바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 사람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왕권을 중심으로 한 역사의 이해는 동전의 한 면 만을 부각시켜 온전한 역사 이해에 걸림돌로 작용하여왔지만 이면의 모습에 대해 주목하는 것 또한 배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역사로부터 소외되었던 계층의 사람들이 사회의 변화와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점차 사회 각 분야에서 중심인물로 등장한 시대가 19세기 조선 후기에 와서야 가능해졌다. 그들은 낮은 지위의 벼슬에 머물거나 사대부 양반들이 기피하는 부류의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하여 양반 사대부를 아우르는 중심인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을 역사에서 올바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은 최근에 들어서야 시도되엇고 그것도 지극히 한정된 분야에서 이뤄져왔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의 한계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지각 있는 역사학자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새롭게 발굴되어 독자들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무척이나 환영할 만한 흐름이라 여겨진다. 양반의 아닌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허경진의 조선 평민 열전도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반갑기만 한 책이다. , 그림, 서예, 의료, 역관, 천문학, 출판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들과 사람의 성격에서 따라 의협이나 충렬, 장인, 효열 등으로 110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이들 사람들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 아니다. 조선 후기 활동했던 당시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책으로는 평민 출신의 화가 조희룡이 1844년에 지은 호산외기와 아전 출신 유재건이 1862년에 엮은 이향견문록그리고 그들의 친구였던 시인 이경민이 1866년에 엮은 희조질사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별하여 이 책에 실었다. 이들 책은 전()이라는 형태로 평민들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다

 

편역자 허경진이 이들 책에서 주목한 사람들로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책의 유통에 헌신했던 조신선, 사람의 치료에만 매달렸던 백광현, 서당의 교재를 출판한 장혼을 비롯한 조선 후기 평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역사로부터도 외면당해왔다. 그들을 현시대로 불러와 역사의 한 축에 대한 그동안의 소외를 만회하려는 출발점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남다르게 살았던 평민들은 이들 외에도 무척 많았을 것이다. 종이책이라는 한계 속에서 가능하면 많은 분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으려 했다는 편역자 허경진의 말은 이처럼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어야만 그간의 반쪽 역사를 온전한 역사로 복원하는 시각에서 분명 의미 있는 출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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