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예술회관 청년작가 초대전


"여섯 개의 시선 CUBE"


노여운ᆞ설박ᆞ양나희ᆞ윤준영ᆞ이혜리ᆞ최요인


2016.8.24~9.18
광주문화예술회관 갤러리


*서로 여섯 개의 면들이 모여 하나의 정육면체를 이룬다. 면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2차원의 평면이 모여, 보다 완성된 입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는 이 지역 출신의 젊은 작가 여섯명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전시다. 이들은 모두 바라보는 세계가 다르고 각자 추구하는 예술의 지향점도 다르며, 표현의 기법도 개성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들이 그려내는 서로 다른 풍경들은 육면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섯 개의 면들처럼 상호보안적이며 서로 돋보이게 한다. 마치 인간과 인간이 서로 지탱하고 의지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것처럼, 이들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화음들은 색다른 시각적 하모니를 불러 일으킨다.(도록에서 발췌)


*전시회를 안내하는 도록의 설명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 그럴듯하게 보인다. 말로는 맞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 그 어디에서도 육면체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란 어렵다.


육면체를 구성하는 여섯 개의 다른 면들은 온전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공존하는 각기 다른 이름이다. 숫자 여섯이어서 육면체라 이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전시회에 육면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테마나 도구나 기법이든 무엇 하나라도 같은 지향점'이 있고 이를 각기 다른 사람의 시선이 각기 다른 방법에 의해 그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표현되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각기 다른 작가 여섯 명만 보인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 지역 출신의 젊은 작가 여섯을 초대하여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전시회를 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전시 안내가 될 수 있다.


예술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이야기로 뭉텅그려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이미 작가의 작품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


텅 비어 있는 통로에 지나지 않았던 곳에 갤러리를 마련하여 훌륭한 문화 소통의 장을 마련한 광주문화예술회관의 그 열린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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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9-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극장 다니듯 전시회도 다니면 좋겠는데 전시회는 유독 힘들더군요. 친맥의 성격을 벗어나야 되는데
해서 로스코니 한 불록버스터에만 더 몰리는 느낌입니다.
 

초저녁 기대한 달을 보지 못한 밤, 그 아쉬움이 커서 늦은밤에도 시선의 끝이 흔들린다. 달은 내일 다시 떠올라 빈 하늘을 채우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일이고 그 달은 내일의 달이지 오늘 보지 못한 그 달은 아니다.

어디 달 뿐이랴. 사람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이와 같아서 내일을 담보한 오늘의 미뤄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하여, 늘 오늘을 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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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
연분홍으로 아름답게 핀 꽃이 화사함 보다는 애달픔으로 읽힌다. 빼꼼히 내민 꽃술이 무엇인가를 하소연이라도 하듯 하늘을 향하고 있다. 가슴 속 묻어둔 설움이 꽃으로 피었나 보다.


밭둑이나 길가 풀 숲을 걷다보면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꽃이 눈맞춤하자고 성화다. 허리를 숙이고 활짝 열린 꽃의 마음을 다독이다 보면 줄기에 난 날까로운 가시로 살갗을 씻기고 만다. 더 가까이 다가서지 말라는 경고가 쓰리다.


'며느리밑씻개'는 집 근처의 울타리나 길가 구릉지 등에 흔히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7~9월에 연한 홍색으로 가지 끝에 둥글게 모여 피고 잔털과 선모가 있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이 연분홍색이며, 꽃잎은 없다.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치질 예방에 쓰인 것'이나 '화장지가 귀하던 시절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있는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일본 꽃이름 '의붓자식의 밑씻개'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며느리밑씻개'의 일제 강점기 이전에 불렀던 이름은 '사광이아재비'인데, '사광이'는 '살쾡이', 즉 '산에 사는 야생 고양이'라는 의미다. 며느리밑씻개라는 부정적인 느낌의 이름보다는 '사광이아재비'나 북한에서 부르는 '가시덩굴여뀌'로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며느리밑씻개'로 등록되어 있다.


가시모밀, 사광이아재비, 가시덩굴여뀌 등으로도 불리는 며느리밑씻개는 '시샘', '질투'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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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낮과 밤의 차이가 남아 지난 여름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안개의 시간은 더디간다. 아침해도 느긋하고 덩달아 새들도 늦장을 부린다. 농부의 발길에서 이슬이 깨어는 것도 산을 넘는 바람보다 무겁게 일어나고 더디게 눕는다.

저 들판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황망한 속내를 다 보여줄 때까지 안개는 제 시간을 허투로 남기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안개의 시간을 더디게 건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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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가득한 뜰에 맑고 밝은 소리로 새들이 날아든다. 새의 가벼운 날개짓에 토방에서 뜰을 건너 감나무까지 잠든 안개는 금방이라도 걷히겠다.

소소한 내 하루의 시작이다.
안개가 걷혀가는 뜰에 커피향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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