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시간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낮과 밤의 차이가 남아 지난 여름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안개의 시간은 더디간다. 아침해도 느긋하고 덩달아 새들도 늦장을 부린다. 농부의 발길에서 이슬이 깨어는 것도 산을 넘는 바람보다 무겁게 일어나고 더디게 눕는다.

저 들판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황망한 속내를 다 보여줄 때까지 안개는 제 시간을 허투로 남기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안개의 시간을 더디게 건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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