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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자전거여행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 / 미다스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고뇌하는 한 인간을 만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 알지 못하는 공허함에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막연할 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생각의 여행으로 자신을 몰아가지만 딱히 명쾌한 해답을 찾지는 못한다.
때론 침묵 속에서 때론 한적한 숲길을 걸으며 아니면 여행길에서 홀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내내 그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여행길, 내면을 향한 멀고 먼 길을 나선 사람이 있다. 어릴 적 전쟁의 와중에 부모의 손에 이끌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한 청년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길에 나도 어느덧 동참하고 있다.
미국으로 망명한 앤드류 팸은 미국에서 정규과정을 이수하며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항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 동 서양의 생활문화 차이, 인간과 인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민족과 민족 간의 이질성을 체험하는 성장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이방인으로써 영어와 미국식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 부모, 누이, 동생들 역시 미국생활에 적응하며 가족관계와 이웃과의 관계정립 등 미국인으로 재탄생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감이 늘 동반하게 된다.
졸업 후에는 좋은 직장에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쓰고 닥치는 대로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자신을 붙잡는 정체성의 문제에 늘 봉착한다. 그러다 문득 결심을 하고 자전거여행을 떠난다. 멕시코 사막, 미국, 일본 등 자전거를 동반한 여행은 결국 자신이 태어난 베트남으로 가는 여정의 일환이며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이였다.
불안, 기대, 초조함까지 안고 다시 찾은 베트남은 저자에게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옛 기억을 찾아 헤메는 과정에 베트남 현지인들의 구체적 삶의 현장에 서게 된다. 가난과 질병, 돈에 메어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현실의 무거움, 어린아이의 멍한 눈동자, 사라진 집과 숲 대신 매연과 기름투성이인 길을 맨발로 걸어가는 어린 학생, 외국인이나 교포를 통해 탈출을 꿈꾸는 여인 등 어쩌면 보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보며 갈등하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교포 내지는 미국인이라고 하는 자신의 현실과 직면하며 내면의 정체성에 대해 접근하는 계기를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출하여 결국 자살하게 된 누이의 죽음을 가슴에 안고 시작하는 저자의 나를 찾아 떠나는 자전거여행 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동일 선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자신을 이끌어가는 갈등을 과거를 기억을 통해 재발견하고 연결해 가며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심도 깊은 내면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메기와 만다라]는 제목이 이 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가 또 다른 관심사였다. 책의 마지막에 와서야 알게 된다. 식탁에 올라오는 메기와 불교의 교리 만다라의 만남은 “자내와 나. 하나. 둘이 아닌 하나. 하나. 차이가 없지?(503 페이지) 속에 함축되어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그는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끼는 내면의 갈등까지 모든 것에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나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완성으로 이끄는 힘이였으리라 생각된다. 현재로 돌아와 남은 미래를 이끌어갈 힘과 희망 또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발견한 현재의 모습 속에서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