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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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구두 내발에 맞을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 내면을 들려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까? 요즘들어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문화적 소양과 편안한 쉼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그것들 중 하나가 예술작품과의 만남일 것이다.

한때 유행하는 문화 트렌드라고 할지라도 예술작품으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책의 출간이 많아지고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지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선두에 선 사람 중 한 분이 [그림 읽는 CEO] [팜므 파탈]의 저자 이명옥이라는 분이다. 예술이란‘자연의 아름다움을 스캔하고 인간의 본성을 발굴하며, 세상만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소외시킨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에서 희망, 가난, 떠남, 행복, 눈물, 아름다움, 사랑, 죽음, 용서 등 사람이 살아가가며 떨치지 못하는 스물한 가지, 인생을 통찰하는 문제를 예술작품을 통해 만나며 또한 예술가들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고흐, 샤갈, 렘브란트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이나 화가도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화가의 작품도 있다. 어떤 예술작품이든 작가가 살아온 시대를 반영하기에 작가의 눈으로 투영되어 재해석 되어진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 또한 알 수 있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통해 알려진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 밀레의 이삭줍기,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이영희의 삶의 길,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 한 컬레, 피카소의 우는 여자,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태양, 김성룡의 목단꽃, 에드가 드가의 욕조 속의 미인 등 이 책에 실린 많은 예술작품을 살펴보는 동안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속내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살아온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작가의 깊은 고뇌의 결과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작품을 보는 사람에 따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기에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예술작품이 스스로가 소외시킨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라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던지 오롯이 내 몫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 되어지는 모든 작품에서 보이듯 생로병사 등 스물한 가지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는 예술작품으로 말하는 작가의 삶이나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이나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라는 말에서 얻는 행복은 카미유 피사로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날마다 보는 거리의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속에서 문득 낯선 모습을 찾아내고 따스한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누구나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내 삶의 창조자인 것이다. 또한 우연한 기회에 만난 예술작품 하나가 바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자신의 내면에 담긴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 내 보이는 예술가들과의 소통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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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설 1 황제내경 :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 강설 황제내경 1
유장림 지음, 조남호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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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의 철학과 만남
얼마 전 광주에서 꽤 유명하셨던 의사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 분을 유명하게 한 이유 중 하나가 감기 등 사소한 질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약이나 주사 처방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체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인위적인 약 등을 사용하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빼앗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의학적 지식은 문외한이지만 대단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 아픈 원인과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게 된다. 하지만 다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접근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의학이라고 불리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인 한의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심증은 가지만 잘 알지 못하는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한의학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강설1 황제내경]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황제내경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과학의 정수가 녹아있는 의학서이자 철학서라고 한다. 동양의학인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다른 방법으로 인체를 인식하는데 그 인식의 바탕은 동양철학의 기본을 이루는 기(氣)와 음양오행이다.

[강설 1 황제내경 :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한의학 성립 과정으로부터 기, 음양과 오행 및 그에 따른 철학범주를 설명한 후 한의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총 7장으로 내경의 형성연대로부터 그 근간이 되어지는 기와 음양 그리고 오행과 체계이론, 형(形)과 신(神) 천(天) 인(人) 천지 그리고 장상(藏象)을 방법론 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이다. 다소 난해하고 어려운 점이 많으나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처방전이 아닌 한의학으로 들어가는 기본 안내서로 생각하며 한의학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 책은 한의학적 처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본이 되는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성립되는 기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내경을 관통하는 철학성과 과학성을 음양오행과 체계이론으로 설명했다. 체계이론은 대상의 구성 부분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또 주위 환경과 분리하지 않고 연구하는 방법이다. 대상은 환경 안에서 정지해있지 않고, 움직이는 가운데 평형을 유지한다. 오행설은 목, 화, 토, 금, 수 오행이 상생상승 하는 구조적 연관 관계로 설명하며 이 구조 안에서 각 행은 순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움직임 안에서 서로 돕거나 견제하며 평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몸이라는 정체의 동태적 평형에 관한 문제가 바로 [내경]의학 이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계 이론을 지도 원리로 하는 의학 연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오행이론은 초보적인 일반 체계 이론 중에서)

현대의학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서양의학의 입장에서 한의학을 일방적으로 호도라는 경우도 있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도 많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가의 판단을 미뤄두고서라도 먼저 생각해 봐야하는 중심점은 있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문제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인체를 파악하는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서로 장단점을 인정하고 사람과 관련된 가장 큰 명제인 사람을 살리는 문제에서 동서 의학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처럼 학문의 구분이 세분화되기 전에는 모든 학문의 기본은 철학이였다. 인간을 둘러싼 우주와 세계,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학문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한의학 역시 그런 시각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저자가 맺음말에서 이야기 하듯 내경이 의학서지만 의학의 논리를 이야기 하는 동시에 철학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경이 갖는 철학사상의 이해가 있을 때에만 근본적인 한의학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본다. 동양 사상의 중심에 늘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몸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의학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신비함과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점차 확산되어가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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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 길의 감식가 노동효의 샛길 예 찬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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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묻어준 이야기
내가 사는 도시에 제법 높은 산이 있다. 그 산의 넉넉한 품이 사람을 품어왔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 품속에서 안식을 얻고 있다. 그 산으로 오르는 사라졌던 여러 길 중에 최근 복원된 길이 있다. 이젠 그 길에 추억이 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옛 사람들이 발품 팔며 다녔던 길이 자동차 길에 밀려 사라졌다. 길 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다녔던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까지 사라진 것이다. 옛 길을 복원하는 이유가 어떻든 다시 그 길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생기는 것은 그리움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 환영한다.

저마다 추억과 사람의 흔적으로 따스했던 길이기에 길은 길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였다. 그 길을 걸으며 세상과 자기 자신을 가슴으로 품는 사람이 있다.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라는 약간은 도발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의 책 저자는 노동효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까? 누구나 청소년기 방황과 고민은 있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자는 집을 나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걸었다. 글을 통해 본 저자 노동효는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에 깊은 고독이 가득할 것 같다. 달 밝은 늦가을 밤 한적한 고갯마루에서 막걸리 한잔 사이에 두고 긴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다.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는 저자와 동행하다 보면 그곳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설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길을 찾는 것은 온 산야를 다 품을 것 같은 저자의 넉넉한 가슴이 맡기고 풍경과 느낌만 담으면 될 것 같다. 어디서 어디까지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따라가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늘의 별을 보고 잠자고 새소리에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서는 여행이다. 이 여행은 길 위에서 누워 책을 보고, 팬티차림으로 운전을 하고, 금지된 곳을 서성이며, 주인 모를 배를 타 보기도 하고, 막힌 길을 돌아서 가는 여행길이다. 저자는 이런 걸림없는 여행을 통해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나에겐 언 듯 이곳이 어딜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풍경, 때로는 시간이 멈춘 듯 한 공간과 하나 되는 시간이기에 굳이 어디인지 따져서 무엇 할 것인가. 가는 길의 거리만큼 만나는 많은 풍경을 가슴에 담겠지만 그 길은 풍경만을 보는 것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긴 여행길일 것이다.

언제나 당신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
[후천성 샛길 증후군] 저자의 말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닌 살아가는 과정에서 길러진 버릇처럼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분야를 달리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그것이 꼭 샛길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 마음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쉼과 누림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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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불 들어갑니다 - 열일곱 분 선사들의 다비식 풍경
임윤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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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냥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갔다고 해라
지금 이 순간 생을 마감한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언제 부턴가 지금 죽어도 그리 아쉬움 남을 것 없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살아온 삶이 여한 없이 잘 살아와서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젊은 시절 큰 사고로 인해 죽을 뻔 했던 경험이라 생각된다. 그 후 내 삶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해서 살아가는 것 이였다. 살아가며 이 사실을 잊고 영원히 살 것 같이 살아가지만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음과 직면하는 때가 온다. 그 때 걸릴 것 없이 삶을 마감 할 수 있으려면 어떤 마음으로 현실을 살아야 할까?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인연 고리를 끊고 진정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선사들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시대 선사들의 열반 후 장례절차인 다비식 모습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는 책이 있다.

바로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2003년 이후 2008년 까지 열반에 들었던 불교계 큰 스님 열일곱 분의 다비식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우선 이 독특한 장례절차인 다비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 임윤수라는 사람이 궁금하다.

저자 임윤수는 의외로 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무시(無時)로 꿈꾸는 출가와 그렇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마음을 보기 위해 전진하는 사람이다. 이미 다른 책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도 출간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불교의 장례절차인 다비식에 관심을 가졌구나 싶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의 책에는 서암, 청화, 정대, 월하, 서옹, 지안, 정일, 석주, 숭산, 혜산, 법장, 만봉, 명안, 정천, 현광, 정공, 원담 등 이렇게 열일곱 분의 불교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던 큰스님들의 다비식을 직접보고 지면을 통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평소 그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있고 큰 뜻을 전하며 걸림없이 살다간 스님들의 장례절차가 왜 그렇게 화려하고 복잡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것에는 종교적인 큰 뜻이 있을 것이라고 잠작 하지만 속인의 입장에서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다.

열일곱 분 모두 불교라는 테두리에 속하지만 출가하고 정진했던 사찰과 본사의 인연에 따라 다비식의 모습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땅속 깊숙이 묻은 항아리에서 사리를 수습했던 도무지 알 수 없는 서웅 큰 스님의 다비식, 불꽃도 연화대도 없지만 가는 길 모두를 보시한 법장스님도 있고 속인보다 더 화려한 모습도 있지만 빈손으로 왔듯 빈손으로 가는 길에서까지 지극히 낮은 보살의 모습도 있다.

[예(禮)가 엷어지니 곡(哭)은 사라지고,‘의미’가 왜소해지니,‘가치’가 망가져간다. ‘죽은 자에 대한 예’와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야금야금 퇴색돼 가고, 의식이라고 하는 절차와 살아있는 자들의 체면치레만 점점 성성해 지는 게 요즘의 상장례 풍경이다. 세속인들의 장례의식만 그런 게 아니라 송구하게도 출가수행자인 스님들의 영결식과 다비에서도 그런 일면이 언뜻 보인다.](저자 후기 중)

보내는 사람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엄숙하게 행해지는 다비식장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여 오는 것 같다. 지극정성으로 연화장에 불이 붙는 순간부터 불꽃이 사그라져 꺼질 때 까지 염불하던 모습도 변하고 후배 스님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빌어 연화장까지 가던 운구행렬도 변하고 찾아오는 추모객 마음도 변하는가 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을 두고 말하지는 않았을 듯싶어 허전한 기분까지 드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다.

마지막 장례를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안다고 했던가. 살아생전 열일곱 분 모두 내노라하는 선지식이고 큰 스님들이지만 그 분들의 온전한 뜻을 다 살리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수발을 했던 제자나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의 모습, 다비식 장을 찾은 추모객의 모습에서 얼추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태어나 살아온 모습도 마지막 가는 길 다비식 모습도 다 달랐던 스님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무지 몽매한 우리 속인들에게 보이고자 했던 큰 뜻은 무엇이였을까? 열반에 든 스님은 말이 없기에 그 모습을 보면서 무슨 가르침을 주실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수화풍으로 돌아간 스님들의 모습에서 내 마지막 모습을 미리 생각해 본다.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하는 것은 지금 살아가는 내 모습에서 이미 정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언제 올지 모르는 마지막을 위해 오늘은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냥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갔다고 해라]라고 했던 서암 스님의 말이 내내 마음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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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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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아저씨~ 파이팅
좁은 공간에 삑삑 거리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누구하나 남의 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에게 열중하고 있다. 곧 70을 바라보는 사람,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을 맞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 주유소, 기획사무실 사장님도 있다. 그들의 마음속에 함께하는 것은 대금소리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함께하는 동안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단다.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내 손에 들린 대금은 보잘 것 없는 연습용이지만 나와 늘 함께 한다. 소리를 내지 않고 있을 때라도 곁에 두는 이유는 그 대금을 통해 얻는 마음의 안정과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시대 중년 아저씨들은 산업전선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회의 뒷자리로 물러나야 할 시간에서야 늦은 후회를 하며 자신을 위한 남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모두 늦은 출발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는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런 우리 이웃 아저씨들의 이야기다. 하나는 자신이 진정 즐거워 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 하고 싶은 취미활동에 나선 사람들 두 번째는 겉모습의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와 보니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밖으로 나타나는 모양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저에 흐르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시기를 맞는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새로운 모습으로 설계하는 멋진 인생이야기다.

그들은 넥타이 대신 기타를 다시 잡고 록밴드를 만들었고, 자전거로 유럽일주를 했으며, 인기 블로거가 되고, 색소폰을 불었다. 또한 패러글라이딩과 스쿠버 다이빙에 플라이 낚시와 세일링(요트)을 즐긴다. 서럽고, 외롭고, 허무한 아저씨들이지만 8명의 8가지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 그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젊다. 물론 외모와 힘에서야 2~30대 젊은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자신을 아끼고 삶에 열정적이며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이들이다. 이렇게 젊은 꽃중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이를 건너뛴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대머리, 똥배, 축쳐진 어께로 겉모습이 바뀐 중년 아저씨지만 자신을 가꿔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부터 심지어 화장에 성형까지 자신을 가꾸는데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타성에 젖은 익숙함을 떨쳐 버리고 무언가 변화를 시도하라는 이야기다. 그런 시도가 있을 때 비로써 그렇고 그런 아저씨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에게 당당함을 찾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몰론 이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평균치 이상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건 인정한다.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가능한 즐거움의 호사스런 누림인지도 모르지만 내면에 흐르는 바는 조건과 상황만 탓하고 있다가는 지나온 시간처럼 그렇게 훌쩍 또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는 경고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까지 해 준다. 참고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부럽고 또는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지 못하는 것은 내 안에 같은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자기 내면을 바라볼 때 안쓰러움이 있다면 지금 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찾아 바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 시작이 남은 인생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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