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 길의 감식가 노동효의 샛길 예 찬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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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묻어준 이야기
내가 사는 도시에 제법 높은 산이 있다. 그 산의 넉넉한 품이 사람을 품어왔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 품속에서 안식을 얻고 있다. 그 산으로 오르는 사라졌던 여러 길 중에 최근 복원된 길이 있다. 이젠 그 길에 추억이 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옛 사람들이 발품 팔며 다녔던 길이 자동차 길에 밀려 사라졌다. 길 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다녔던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까지 사라진 것이다. 옛 길을 복원하는 이유가 어떻든 다시 그 길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생기는 것은 그리움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 환영한다.

저마다 추억과 사람의 흔적으로 따스했던 길이기에 길은 길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였다. 그 길을 걸으며 세상과 자기 자신을 가슴으로 품는 사람이 있다.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라는 약간은 도발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의 책 저자는 노동효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까? 누구나 청소년기 방황과 고민은 있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자는 집을 나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걸었다. 글을 통해 본 저자 노동효는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에 깊은 고독이 가득할 것 같다. 달 밝은 늦가을 밤 한적한 고갯마루에서 막걸리 한잔 사이에 두고 긴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다.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는 저자와 동행하다 보면 그곳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설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길을 찾는 것은 온 산야를 다 품을 것 같은 저자의 넉넉한 가슴이 맡기고 풍경과 느낌만 담으면 될 것 같다. 어디서 어디까지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따라가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늘의 별을 보고 잠자고 새소리에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서는 여행이다. 이 여행은 길 위에서 누워 책을 보고, 팬티차림으로 운전을 하고, 금지된 곳을 서성이며, 주인 모를 배를 타 보기도 하고, 막힌 길을 돌아서 가는 여행길이다. 저자는 이런 걸림없는 여행을 통해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나에겐 언 듯 이곳이 어딜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풍경, 때로는 시간이 멈춘 듯 한 공간과 하나 되는 시간이기에 굳이 어디인지 따져서 무엇 할 것인가. 가는 길의 거리만큼 만나는 많은 풍경을 가슴에 담겠지만 그 길은 풍경만을 보는 것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긴 여행길일 것이다.

언제나 당신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
[후천성 샛길 증후군] 저자의 말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닌 살아가는 과정에서 길러진 버릇처럼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분야를 달리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그것이 꼭 샛길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 마음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쉼과 누림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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