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문화를 읽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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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많은 사람들이 추모하는 마음을 모았다. 생전에 그가 하고자 했던 일에 대한 옳고 그름의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안타깝고 애석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들이였던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같은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다르고 대처방안도 역시 다르다. 동일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동일한 사건을 보는 눈이 다르기에 그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도 다르고 지향하는 세계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정 사건에 공감하고 뜻을 같이해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가 흔히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문학이나 영화,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를 말한다. 이것은 아주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이고, 문화라는 의미를 넓히면 문화는 자연에 대립되는 개념, 정치, 경제, 법, 제도, 도덕, 종교, 풍속, 예술 등 인간이 이루어낸 모든 역사적 산물을 가리킨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문화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철학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는 가치관의 문제일 것이다. 철학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와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은 하는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의 흐름을 갖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공통의 무엇을 찾아내 사람들이 살아갈 미래를 내다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철학, 문화를 읽다]는 개인주의, 혼재되어진 가치관, 다양성, 민주주의의 역행...등 혼란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화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철학의 눈으로 살펴보자는 의미를 가진 책이다.
언뜻 보면 철학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실천적인 관심에서 문화와 철학을 음미해 보도록 한다.

군자와 시민(근대적 인간), 가족의 의미, 성과 페미니즘, 가상과 현실, 생활과 거리의 정치, 통기타와 컴퓨터 음악, 편의점과 백화점(소비사회와 욕망), 위생과 건강, 새만금과 대운하(생태학적 자연관), 시간과 공간, 한국의 종교 문화, 전통과 현대 등 이 책에 담긴 우리시대 대표적인 열두 가지 주제를 철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문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는 물론, 이 주제와 관련해 제기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탐색하는 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어온 우리 주변의 혼란스럽게 충돌하고 있는 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깊이 있게 성찰하는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바로 현실적인 우리 주변의 문화 현상들을 살피며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비판 능력을 기르기 위한 책이다. 또한 실천적 노력을 권장하는 모습으로 각 주제의 끝에 함께 보는 영화, 함께 읽는 책이라는 공간을 통해 독자가 직접 경험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희망으로 가꾸어 나갈 미래를 여는데 한번쯤 고려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여 심사숙고할 수 있게 한다.

유사 이래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우리는 누리며 살아가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공동으로 문화를 창조해 간다.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누리는 다양하게 펼쳐지는 문화적 현상을 오늘의 시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은 어쩜 시대적 요청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열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자들의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1989년에 만들어졌다. '이념'과 '세대'를 어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단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때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가곤 합니다. 길을 걸어 갈 뿐, 가는 행위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고산을 오르는 전문 산악인들은 짐을 날라주는 원주민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이 원주민들이 어느 정도 가다가는 길에 앉아 산 아래를 내다보며 쉰다고 합니다. 걸음을 재촉하며 산악인이 묻자, 원주민이 답했습니다.“뒤쳐진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고. 우리는‘정신없이’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잠시 멈춰 우리 삶을 우리 삶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본문]




독서모임들을 많이 본다. 책을 통해 얻는 경험을??모 모임이 많다. 이들 모임들이 봉착하는 어려움 중 올바른 토론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제를 도출하고 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거리를 찾아내는 어려움을 이 책은 해결해 주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누리며 물러줘야 할 것이 자연만이 아니기에 문화를 창조하고 그 혜택을 누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후대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실에 대한 책임있는 삶의 태도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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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세상의 소리
청란 지음, 이해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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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한 그릇의 거리
살아가는 동안 무너질 것 같은 힘겨움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마다 외부 조건에 의해 늘 흔들리며 살아가는 내 마음 붙잡고 편안할 수 있는 묘안이라도 있을까 하고 찾아보게 되는 것은 어쩜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찾아보는 방법 중 찾아가기 쉬운 거리 어디쯤 복잡한 마음 잠시 내려놓고 다독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는 바램 가져본다.
그 거리가 사람마다 마음의 거리가 다를 것이지만 국 한 그릇의 거리 정도에 있다면 좋겠다. 국 한 그릇 거리는 같은 처마 밑에 살지는 않지만 너무 멀지 않아서 돌봐드릴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집에서 국을 한 그릇 만들어서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져갔을 때 너무 뜨겁지도 않고 식지도 않아서 딱 먹기 좋을 만한 거리다.
이런 거리 어디쯤 마음 통하는 벗이라도 있다면 늘 찾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따스한 가슴으로 세상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티끌세상의 소리] 이 책은 티끌들이 모여 사는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의 요란함에서 자신을 지키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구도자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의 거리가 있어 접하기 쉽지 않은 중국작가의 이야기지만 생소함 보다는 따스함이 넘친다. 그것은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동질감일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의 분류로 구성되어 졌다. 1장 시간은 갠지스 강의 모래에는 집착, 고통, 사랑 등 개인적인 자유로운 이야기, 2장 지난 길을 되돌아보다는 개인적 체험에서 느끼는 마음, 3장 생명의 무게에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통해 얻은 생명에 대한 깨달음, 4장 티끌세상의 소리에서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 이웃과 친구들을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 5장 몸뚱이를 짊어지고 구도의 길을 걷다에는 중국 각지의 불교 성지를 순례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불교적 깨달음이 중심 이야기지만 종교를 넘어선 인간이 느끼는 본연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림 그려가듯 살아가며 벌어지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속에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굳건함과 담담함이 돋보인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고난과 끝없는 좌절을 맛보았다. 어려서는 이름 모를 병마에 시달리며 줄곧 병상에 누워서 지냈고, 대학 시험에서는 쓰디쓴 좌절을 맛보아야 했으며 첫사랑에 실패하고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작가의 개인적인 쓰라린 체험은 자연스럽게 종교와 관련 되어졌다.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종교의 가르침으로 자아의 성장과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다른 사물이 자성의 기회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의 심령세계는 스스로 통치하라. 그러면 그 순간 더 이상 번뇌에 휩싸이지 않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무한히 오묘한 곳에 안주할 것이다.[본문 p.211]

착하고 솔직하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가장 강한 설득력을 갖는 것이 바로 이점일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려움은 겪지만 각기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흔들리며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삶이지만 스스로 정한 규율과 실천의 삶 속에서 보이는 저자의 섬세하고 따스한 가슴은 복잡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자신을 위해 잊지 말고 가져가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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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6-23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축하드립니다.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

무진無盡 2009-06-23 22:44   좋아요 0 | URL
고마운 마음으로...감사합니다^^

emhy311 2009-06-2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리뷰 축하 합니다.

무진無盡 2009-06-26 13:21   좋아요 0 | URL
점점 책 읽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내요...고마워요^^
 
세계 신화 쉽게 읽는 지식총서 6
타챠나 알리쉬 지음, 우호순 옮김 / 혜원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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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며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임을 알고 무엇엔가 마음을 의지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것은 자연의 원리를 많이 밝혀냈다고 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상이다. 그런 마음을 의지하고 위한 받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신화가 아닌가 한다.

신화라는 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신화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인 것은 그만큼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구조와 성격도 복잡하지만 각종 신화에 공통되는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의 기원에 관한 설화다. 그것은 단순히 태고에 있었던 사실에 관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자연, 문물,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까지도 규제력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신화는 여러 현실적 존재인 우주, 인간, 동식물, 특정의 인간 행위, 자연 현상, 제도 등이 어떻게 하여 출현하였는가에 대한 것으로 창조에 관한 설화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의 창조활동을 설명하고 그 활동의 성스러운 성격을 나타내며, 또한 성스러운 것의 현실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를 의미한다.

이 책은[세계 신화]는 이미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신화와 더불어 게르만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기존 이야기 중심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 중심으로 구성 되어 있어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한 계보까지 알 수 있게 한다.
민족과 관련 된 다양한 신화의 이야기 뿐 아니라 신화의 근원이자 원천인 종교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제우스, 헤라, 하데스, 아테나, 아레스, 아프로디테 등등 익히 알고 있는 신들로부터 낯선 민족의 생활까지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모습에 이르는 다양한 내용을 체계적이고 알기 쉬운 내용구성과 사진까지 적절하게 이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잘 활용하고 있다.
신들의 모습은 늘 근엄하고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자로서 만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세한 감정까지 잘 나타내는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 숨쉬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본다.

신화는 단순히 설화나 이야기로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신화에는 창조되어진 각 시대의 정신이 녹아있고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 냈으며 삶을 살아온 지혜가 담겨져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쉬움이 있다. 세계의 중심이 여전히 유럽이라는 느낌이다. 세계 신화라고 하면서 서양신화가 전부다. 인류를 구성한 동, 서양이 존재하고 서양의 역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동양의 이야기가 빠진 것이다. 저자가 서양사람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안 한다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정신적 여유와 풍요로움이 아닌가 한다. 그 행복을 누릴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신화가 갖는 유용성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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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 - 큐레이터 캐서린 쿠가 사랑한 20세기 미술의 영웅들
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엮음, 김영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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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은 소망하나
가슴에 담긴 무언가를 표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굳이 예술가라는 호칭이 붙지 않아도 좋다. 단지, 가슴 가득 담겨 어쩌지 못하고 넘치는 그 무엇을 내 의지로 내 표현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하는 소박한 마음일 수 도 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과한 욕심인줄은 알지만 살아가는 동안 꼭 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다.

화가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동안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겪는 화가들의 고민과 그들의 삶은 작품의 수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함을 알아간다. 시간이 흐르고 만남이 깊어 갈수록 작품을 보는 마음은 깊어만 간다. 때론 가을 하늘처럼 빛나는 울림으로 때론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오는 예술가들은 경이로운 가슴을 가진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 경이로운 세계를 보고 싶고 나 또한 그런 세계와 동질감을 얻고자 미술관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위안을 주기도 터지는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는 알 듯 모를 듯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예술세계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게 보인다.

세상 여러 직업 중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 있다. 갤러리나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그 들이다. 화가를 만나고 전시회를 다니면서 알게 되는 큐레이터들을 보며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그들과 나눈 대화시간을 즐기곤 한다. 예술가들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자신의 눈으로 본 작품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그들의 삶을 통째로 들려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고, 모두를 알았고, 모든 곳에 있었다!
이 책 [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는 나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큐레이터 눈으로 본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품에 얽힌 이야기다.
20세기 새로운 예술사조의 등장과 함께 예술과 일치되어 살아온 삶 자체가 모던아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성 큐레이터 케서린 쿠가 쓴 모던아트와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담겨있다.

시카고의 미스 반 데어 로에, 두 명의 빈센트 반 고흐, 페르낭 레제-현재를 개척하기, 스튜어트 데이비스와 재즈 커넥션, 콘스탄틴 브란쿠시―생략과 재구성, 버나드 베렌슨―세 번의 만남, 마크 로스코―어둠과 빛의 초상, 앨프리드 젠슨―태양과 경쟁하기, 클리퍼드 스틸―미술계의 앵그리 맨, 이사무 노구치―집을 찾아서, 바젤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과 보낸 하루, 백악관의 자크 립시츠, 프로빈스타운의 한스 호프만, 요제프 알베르스―주도면밀한 색채, 에드워드 호퍼―빛을 반사하는 화면 등 예술가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삼촌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던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의 은밀한 친구였던 앨프리드 젠슨, 자기가 설계한 건물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았다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자살에 이르게 된 마크 로스코, 린든 존슨 대통령의 성격마저 담아낸 초상을 만들어낸 조각가 자크 립시츠, 가장 아끼던 작품을 슈트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이 들창을 통해 지붕 몇 개를 건너 데 쿠닝의 스튜디오로 왕래했던 일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각 분야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거장들이기에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행운을 만난다.




이 책은 특별히 본문에 해당하는 16인의 예술가 이야기 뿐 아니라 두 편의 서문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그 속에 이 책이 나오게 된 결정적 주인공인 저자 캐서린 쿠와 편집자 에이비스 버먼의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 이야기를 전혀 빍히지 않았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 보다 더 예술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알게 한다. 왜 전설적인 큐레이터라고 말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캐서린 쿠는“강한 감정과 감동, 그리고 자아의 완전한 몰입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예술가들과 나눈 따스한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예술가와 교감하며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을 필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는 캐서린 쿠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온전한 이해야 말로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소망이 아닐까.

작품 하나에 담긴 예술가의 영혼을 만나는 행운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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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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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빼앗긴 자연의 경이로움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느낌은 종종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늦봄 산자락을 물들이는 푸르름, 이른 가을 아침햇살과 함께 나타나는 느티나무 가로수 잎의 화려한 변신 등 콘크리트 담장에 갇혀 사는 나로서는 차창을 통해 보는 경이로운 자연의 선물에 늘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런 경험이 동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무작정 숲해설가 교육에 참가하고 4계절이 순환하는 동안 산과 들, 강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며 내 가슴에 가득 쌓인 뿌듯함과 훈훈한 온기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자연을 외면하고 개발지상주의를 신념으로 하며 살아 온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늘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자연이 몸으로 알려주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외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소중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배우게 한다. 숲속이나 강, 들판, 자연 어느 한 구석이든 더불어 살아가지 않은 곳이 없다. 동, 식물, 초본, 목본, 곤충 각기 다른 종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경이롭다’ 라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은 자연으로 회귀를 꿈꾸거나 산과 들을 찾아 자연이 주는 넉넉함을 누려보려고 한다.

이 책은 자연의 품을 벗어나 지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4계절이 순환하는 동안 자연이 전하는 영혼의 메시지를 이야기 한다.

영혼이 꽃피는 봄, 새로이 사랑을 선택하는 여름,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가을, 보이지 않아 더 뜨거운 겨울을 주제로 계절을 바꿔가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얻을 수 있는 맛과 멋을 담아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전한다.

쇠딱따구리, 흰눈썹황금새, 청설모, 연꽃과 수련, 민들레 등 생생한 화보와 더불어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생동감을 주며 자세하고 섬세한 자연의 관찰로 풀어낸 이야기 속에 사랑과 희망, 행복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까지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숲에서 마주치는 친구들이지만,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숲속 친구들의 모습들을 통해 삶의 지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무엇을 이루었나를 따지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는 개복숭아나무의 행복한 향기, 자신의 뿌리내릴 장소를 선택하진 못할지라도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작은 씨앗, 아기 딱새들이 어미 딱새가 물어주는 먹이를 먹겠다고 서로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모습,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뱁새 그리고 움을 틔우는 겨울나무의 모습 등 책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삶을 통해 몸으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이토록 생생하고 따스하게 자연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저자가 살아온 삶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병성은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이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삶속에서 체득한 경험을 통해 그는 고백한다. 모든 힘의 근원은 숲이고, 숲속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소리 없이 희망을 일구는 숲의 생명들, 그들에게서 ‘다름’과 ‘더불어’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본래 제자리를 배워서 행복하다고까지 한다.

씨앗에게는 자신이 뿌리 내릴 곳을 선택할 능력이 없습니다. 옥토이든 거친 자갈밭이든 한번 뿌리 내리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다른 곳을 넘보거나 신세를 탓하지 않습니다. 그에겐 그곳이 최고의 자리인 것입니다.[본문 p.86]

시간이든 자연이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열린 가슴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자연이 전해 주는 본질의 의미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충분히 행복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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