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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 - 큐레이터 캐서린 쿠가 사랑한 20세기 미술의 영웅들
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엮음, 김영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마음에 담은 소망하나
가슴에 담긴 무언가를 표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굳이 예술가라는 호칭이 붙지 않아도 좋다. 단지, 가슴 가득 담겨 어쩌지 못하고 넘치는 그 무엇을 내 의지로 내 표현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하는 소박한 마음일 수 도 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과한 욕심인줄은 알지만 살아가는 동안 꼭 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다.
화가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동안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겪는 화가들의 고민과 그들의 삶은 작품의 수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함을 알아간다. 시간이 흐르고 만남이 깊어 갈수록 작품을 보는 마음은 깊어만 간다. 때론 가을 하늘처럼 빛나는 울림으로 때론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오는 예술가들은 경이로운 가슴을 가진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 경이로운 세계를 보고 싶고 나 또한 그런 세계와 동질감을 얻고자 미술관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위안을 주기도 터지는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는 알 듯 모를 듯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예술세계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게 보인다.
세상 여러 직업 중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 있다. 갤러리나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그 들이다. 화가를 만나고 전시회를 다니면서 알게 되는 큐레이터들을 보며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그들과 나눈 대화시간을 즐기곤 한다. 예술가들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자신의 눈으로 본 작품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그들의 삶을 통째로 들려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고, 모두를 알았고, 모든 곳에 있었다!
이 책 [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는 나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큐레이터 눈으로 본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품에 얽힌 이야기다.
20세기 새로운 예술사조의 등장과 함께 예술과 일치되어 살아온 삶 자체가 모던아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성 큐레이터 케서린 쿠가 쓴 모던아트와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담겨있다.
시카고의 미스 반 데어 로에, 두 명의 빈센트 반 고흐, 페르낭 레제-현재를 개척하기, 스튜어트 데이비스와 재즈 커넥션, 콘스탄틴 브란쿠시―생략과 재구성, 버나드 베렌슨―세 번의 만남, 마크 로스코―어둠과 빛의 초상, 앨프리드 젠슨―태양과 경쟁하기, 클리퍼드 스틸―미술계의 앵그리 맨, 이사무 노구치―집을 찾아서, 바젤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과 보낸 하루, 백악관의 자크 립시츠, 프로빈스타운의 한스 호프만, 요제프 알베르스―주도면밀한 색채, 에드워드 호퍼―빛을 반사하는 화면 등 예술가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삼촌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던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의 은밀한 친구였던 앨프리드 젠슨, 자기가 설계한 건물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았다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자살에 이르게 된 마크 로스코, 린든 존슨 대통령의 성격마저 담아낸 초상을 만들어낸 조각가 자크 립시츠, 가장 아끼던 작품을 슈트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이 들창을 통해 지붕 몇 개를 건너 데 쿠닝의 스튜디오로 왕래했던 일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각 분야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거장들이기에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행운을 만난다.
이 책은 특별히 본문에 해당하는 16인의 예술가 이야기 뿐 아니라 두 편의 서문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그 속에 이 책이 나오게 된 결정적 주인공인 저자 캐서린 쿠와 편집자 에이비스 버먼의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 이야기를 전혀 빍히지 않았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 보다 더 예술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알게 한다. 왜 전설적인 큐레이터라고 말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캐서린 쿠는“강한 감정과 감동, 그리고 자아의 완전한 몰입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예술가들과 나눈 따스한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예술가와 교감하며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을 필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는 캐서린 쿠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온전한 이해야 말로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소망이 아닐까.
작품 하나에 담긴 예술가의 영혼을 만나는 행운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