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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이 그 모습이다.

때를 기다려 매년 찾는 세석평전 아래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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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어느 순간이나 아름답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 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 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나름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이 꽃을 본다는 핑개로 무등산을 올랐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에서 눈맞춤하게 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함박꽃나무다.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어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이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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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앵도나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식물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심한 주의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식물의 세계는 알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하여, 낯선 길을 나서거나 무엇인가 있을 듯한 곳은 서슴없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올해 내가 새롭게 만난 다수의 식물이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늘상 다니던 길의 각시괴불나무가 그렇고 산앵도나무, 자주풀솜대, 백작약이 그렇다. 산과 들에서 만난 꽃친구들의 넉넉한 마음도 한몫 한다.

푸른잎 사이로 가지끝에 달려 빼꼼히 세상 구경 나온 듯한 모습이 앙증맞다. 과하지 않은 색감이 더해지니 귀엽기가 둘째가라면 삐질 것만 같다. 붉은 빛이 도는 종 모양의 꽃이 참 이쁘다. 달고 새콤한 맛이 난다는 열매는 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고 한다.

한번 보이면 자주 보인다. 장소를 달리하여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지리산 노고단과 세석평전 주변에서 실컷 봤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 나무다. '오로지 한사랑'이라는 꽃말이 의미심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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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사는 환경도 달라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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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금강죽대아재비)

일부러 발품 팔지 않으면 못보는 꽃이기에 기꺼이 나선 길이다.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꽃이 주는 설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일부러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화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워낙 작은 꽃들이 많고 또 그렇게 작은 꽃에 주목하다 보니 작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크기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하나에서 둘, 더러는 세개까지 핀다. 얼굴 가득 자주색 반점을 가져서 더 눈길을 끈다. 작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나리꽃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꽃처럼 꽃에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경우가 많다.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가 서로 비슷비슷한데 금강애기나리는 얼굴의 자주색 반점으로 구분하면 쉽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겐 여전히 같은 이름이 정겹다. 애기처럼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는 '청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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