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2020년 이전의 지구의 모습을 이야기해줍니다. 바쁘고 외롭고 빠른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2020년에 얻은 교훈으로 지구와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하듯...!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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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1-1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0년 뒤에는 세상이 더 좋아지는 이야기로 보이네요 정말 그러면 좋을 텐데... 바로 바뀌지 않는다 해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믿고 싶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19 05:07   좋아요 1 | URL
^^
저두요

페크pek0501 2021-11-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자신이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레이스 2021-11-19 13:51   좋아요 0 | URL
요새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 강의 듣고 있어요.
추천 받는 책들이 흠미로워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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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별4개? 하다가, 하루가 지나면 5개를 주게된다. 허튼소리 같은 잉여들의 이야기 저 깊은 바닥에서 슬픈 소리를 들은 고양이처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해가는 글 속에서 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을 읽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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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8 14: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키웠다는 그러나 끝까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저 이 책 넘 좋아해요 그레이스님. 소설인듯 아닌듯. 묘한 매력이 있는 ㅎㅎ 짧은데 뭔가 꽉 찬 듯한 백자평이옵니다 👍

그레이스 2021-11-18 14:37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리뷰도 써야 하는데 아직은 살이 붙지 않는 느낌이예요.
바쁘기도 하고...
어쨌든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14권 다 읽었습니다아~~!^^

Falstaff 2021-11-18 15: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 네 개였다가 며칠 지나면 다섯 개 된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합니다!!!!

그레이스 2021-11-18 18:29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도 그러시군요^^
모두 겪는 현상인듯!^^

청아 2021-11-18 15: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전집 다 읽으셨군요👍👍 별점 주는 거 어쩔땐 참 애매해요. 어떤 작품은 단 한 문장만으로도 5개를 줘야할것같고요ㅋㅋ

그레이스 2021-11-18 15:04   좋아요 4 | URL
^^
맞아요
애매한데 점점 마음이 기울죠
^^

새파랑 2021-11-18 16: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드디어 14 권의 전집을 완독 하셨군요~!! 대단~!!
풀베개, 태풍, 춘분 빼고 다 별 다섯개더라구요~! 저도 따라 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1-18 17:09   좋아요 4 | URL
👍
 

히에이잔산에 오른 고노는 구토를 느낀다. 그는 모든 구토는 움직이기 때문에 하는 거라네. 속세의 모든 구토는 동()이라는 한 글자에서 일어나는 법이지.”(25p) 라고 한다. 그의 구토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닮았다.

 

“‘구토는 내게 짧은 유예기간을 남겨준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것이 나의 정상적인 상태니까.” (구토장 폴 사르트르)

 

고노는 생각에 잠긴다.

정적만이 남았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그 고요함에 내 한 목숨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세상 어딘가로 통하는 내 피는 고요하게 움직이는데도 소리 없이 해탈한 심경으로 몸을 토목으로 여기고, 하지만 어렴풋이 활기를 띤다. 살아 있다는 정도의 자각으로 살아서 받아야 할 애매한 번민을 버리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벗어나 하늘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집착을 초월한 활기다. 고금을 공허하게 하고 동서의 자리를 다한 세계의 바깥에 한쪽 발을 들려놓아야만…… 그렇지 않다면 화석이 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보고 싶다.”(27p)


우리는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존재자들이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거기에 있을 이유가 손톱만큼도 없었다. 존재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겸손하게, 막연한 불안을 품으면서, 다른 존재에 대해 자신을 잉여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나를 삭제시키는 것을 어렴풋이 꿈꾸었다.”(구토장 폴 사르트르)

 

던져진 존재의 세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죽는다는 사실뿐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하다. 불안으로 인해 생각은 움직이고, 구토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노는 실존주의자는 아니다. 죽음은 만사의 끝이고 시작이라고 생각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단지, 그에게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롯된 고뇌와 무덤 이편의 무의미한 다툼을 끝내는 막()이다. 항우(項羽)의 여인 우미인(虞美人)의 무덤에 피었다는 우미인초(개양귀비)는 고노가 사유하는 죽음의 미학이다.


 


번민하는 고노의 풍경은 안토니우스의 무덤 앞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슬픔을 읽는 후지오와 오노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오노는 교토에서 신세를 진 고도선생의 딸과 정혼한 사이나 후지오에게 흔들리고 있다. 후지노가 갖고 있는 시계에 흔들린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복남매 고노와 후지오 아버지의 유품이다. 아버지는 생전에 이 시계를 무네치카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그것은 사위로 삼겠다는 암묵적인 의미이다. 교수를 꿈꾸는 가난한 오노에게 후지노와의 결혼은 재산과 신분을 약속받는 것이다. 그는 딸 사요코를 데리고 도쿄로 오겠다는 고도선생의 편지를 받고 곤혹스러워 한다. 편지를 내려놓으며 시선이 멈춘 로세티 시집은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갈등을 나타낸다. 로세티는 부인(엘리자베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시로 관에 함께 묻었던 시들을 다시 꺼내어 시집을 펴낸다. 이 시집은 배덕(背德)의 상징이다.

<행복한 베아트리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1864-70 (모델.엘리자베스 시달)

 

고노의 친구 무네치카의 누이동생 이토코는 고노를 사랑한다. 욕망과 사랑으로 얽혀있는 청년들-고노, 무네치카, 오노, 후지오, 이토코, 사요코-가 있는 도쿄는 박람회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박람회장과 고도의 집 정원은 근대와 전통, 환상과 현실, 욕망과 미덕으로 대비된다. 고요한 정원을 떠나 집밖으로 나가면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그들을 들뜨게 한다. 명암에서 도쿄와 온천장, 오노부와 기요코가 현실과 꿈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 온천장을 향하는 쓰다를 연상하게 하는 오노의 생각이 흥미롭다.

 

사요코는 과거의 여자다 사요코가 안고 있는 것은 과거의 꿈이다.…… 과거로 돌아갈까? 물에 섞인 한 방울의 기름은 쉽사리 기름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좋든 싫든 물과 함께 흐르지 않으면 안된다. 꿈을 버릴까? 버릴 수 있는 꿈이라면 밝은 곳으로 나가기 전에 버리면 된다. 버리면 꿈이 달려든다.”(155p)

둘로 나누어진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모순이 일어난다.

 

자극의 주머니에 대고 문명을 체로 치면 박람회장이 된다. 박람회를 무딘 밤 모래로 거르면 찬란한 일루미네이션이 된다.”(194p)

 

! 하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일루미네이션은 환각이다. 이 곳을 찾은 주인공들은 욕망이 서로 엇갈림을 느끼고 불안에 휩싸인다. 빛이 만들어낸 환상과 대비된다. 현실과 꿈의 대조이다. 어쩌면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 모두가 분열된 세계에서 길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요코는 꿈처럼 불안해진다.”(201p)

 

욕망으로 치닫던 후지오는 그 거센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항우나 현종의 여인을 연상하게 하는 갑작스럽고 덧없는 죽음이다. 욕망은 그치고 무덤이편의 다툼은 무의미해졌다. 그녀의 주검이 눕혀진 시트 위에는 시계가 부서진 채 놓여 있다. 우미인초가 그려진 병풍이 거꾸로 세워져 있고, 그 그늘에 벼룻집, 백자 향로, 선향 주머니가 보인다. 바니타스다!


 


고노의 일기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일기는 인간의 죽음으로 출발한다. 죽음을 잊은 자는 도의를 잊게 되고, 도의를 잊은 자는 욕망으로 질주한다. “도의 관념이 극도로 쇠퇴하여 삶을 원하는 만인의 사회를 만족스럽게 유지하기 어려울 때 돌연 비극이 일어난다. 여기서 만인은 모두 자신의 출발점으로 향한다. 비로소 삶 옆에 죽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434p) 후지오의 갑작스런 죽음은 메시지다. “그리하여 비로소 비극의 위대함을 깨닫는다.”(435p)

 

등장인물의 변함없는 성격과 그로인해 단순해진 서사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아마도 서사 외에 페이지마다 풍경과 사물에 녹아있는 소세키의 의식 때문일 것이다. “고노는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본다. 커튼의 깊은 주름이 좌우로 갈라진 사이로 홍가시나무의 어린잎이 타오르는 듯이 유리창에 비친다”(319p)라는 문장을 두고 지나쳐 두 사람의 대화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유리창에 비친 풍경에 역설적으로 반영하는 고노의 고뇌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장면 속에 잠시 머물게 된다. 죽음이라는 명확한 현실 앞에서 존재는 질문한다. 무엇이 현존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고노는 무네치카에게 편지를 쓴다.

이곳은 희극만이 유행한다네.”




<아르장퇴유의 개양귀비꽃> 클로드 모네,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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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1-07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양개비가 우미인초인가요.
처음에는 일본 내 지명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봄에서 조금씩 여름이 되어 가는 5월이면 볼 수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서 사진 찍으면 예쁜 꽃이었어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07 22:18   좋아요 5 | URL
요즈음에는 꽃양귀비라고도 불러요^^
사면에 많이 심죠!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 움직이는게 예뻐요

mini74 2021-11-07 2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세티의 시집에서 항우 애첩 우미인? 에 바니타스까지 . 그레이스님 글은 항상 다양한 이야기들이 풍성해서 참 좋아요 *^^*왠지 하무함이 잔뜩 느껴져요. 제목이랑 내용도 어울리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1-07 22:50   좋아요 4 | URL
아!
로세티의 그림 넣을려고 했는데 잊었네요;;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1-11-07 23:00   좋아요 4 | URL
자세히 읽어주신 미니님 덕분에 놓친 부분 수정했어요~
감사합니다 ~미니님 👍

mini74 2021-11-07 23:04   좋아요 4 | URL
별말씀을요.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레이스님 *^^*

scott 2021-11-07 23:37   좋아요 4 | URL
미니님 👍

scott 2021-11-07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샤르트르 구토가 소세키 작품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도 연상이 되네요
미시마가 샤르트르 광 팬이여서 모든 작품 섭렵!

그레이스 2021-11-07 23:57   좋아요 3 | URL
저는 키에르케고어의 영향을 받았을거란 생각했어요
어느정도 맞물리는 시대에 살았으므로 사유의 흐름도 비슷했을거란 생각요

새파랑 2021-11-08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재미있을거 같아요~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라니!! 우미인초가 양귀비였군요. 꽃이 왠지 무섭게 느껴지긴 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11-08 10:39   좋아요 2 | URL
^^너무 가까이 찍어서 그럴거예요 ㅎㅎ
이렇게 큰 꽃이 아닌데,,,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개양귀비 그림을 보시면 개양귀비의 군락이 너무 예쁘죠^^
그걸로 올리려다가...

혹시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그러신건 아닌지? 개양귀비는 독성이 없어요!
영어 이름은 corn poppy! 예쁘죠?

새파랑 2021-11-08 10:50   좋아요 2 | URL
아 ㅋ 그 양귀비바 그 양귀비가 아니군요 😅 꽃에 대해 아는게 없다 보니 ㅎㅎ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나 봅니다 😨

그레이스 2021-11-08 10:50   좋아요 2 | URL
모네 그림 추가했어요
무한 서비스!

새파랑 2021-11-08 11:55   좋아요 2 | URL
무한서비스 감사합니다 ^^ 모네 그림으로 보니까 예쁘네요~!!

하나의책장 2021-11-08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속 내용부터 모네의 그림까지!
읽을 거리가 너무 풍부해 단숨에 읽었어요^^

어릴 때, 외할머니집에 가면 마을 산책을 자주 하거든요.
그 때 지나가던 길에 꽃양귀비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예뻤던 기억이 나요ㅎ

그레이스 2021-11-08 20:38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꽃이예요^^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1-09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토를 읽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생각이 잘 안 나요. 내용이 싱거웠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레이스 2021-11-09 16:56   좋아요 1 | URL
저는 너무 좋았어요. 글을 잘 썼다는 생각했죠. 실존체험이라고 하죠? 구토, 자살충동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조금 아찔한 느낌이었어요

희선 2021-11-10 0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은 후지오 방 모습을 보고 바니타스 그림을 떠올리다니, 저는 바니타스 몰랐습니다 바니타스뿐 아니라 다른 그림도 있군요 왜 후지오는 죽었는지... 소세키가 그렇게 썼네요 저는 이 책 보다보니 연극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10 12:21   좋아요 1 | URL
연극!
그럴수도 있겠네요^^

프레이야 2021-11-13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양귀비 저도 좋아하는 꽃이에요.
초여름에도 보았어요. 참 밝은데 왠지 애련하게 느껴지는 그런 꽃이라 찾아보았던 적이 있어요. 슬픈 이야기가 있더군요. 만든 이야기였겠지만 ^^

그레이스 2021-11-13 10:15   좋아요 0 | URL
우미인 말고 또 이야기가 있나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red poppy에 관한 신화를 본것도 같고...^^

프레이야 2021-11-13 10:30   좋아요 1 | URL
아뇨. 우미인 이야기요 ^^.
남자들이 만든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더랬지요. 그레이스 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환한 토요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13 15:35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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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명암을 미완으로 남겼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무게의 시선으로 만난 첫인상은 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가벼운 스토리에, 이런 작품을 연재하고 있던 나쓰메 소세키는 죽음을 예감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의 글쓰기는 삶이란 나와 타자간의 충돌과 한 존재 안의 이중적 욕망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메시지로 정돈되고 있었을까? 그의 수필이나 연설문·시론들에 비교해서,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작가의 마지막 소설은 예상 밖의 가벼움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치질 수술을 결정하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쓰다는 침울한 기분으로 처음 발병했을 때의 격심했던 고통을 기억하면서 불쾌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주위 사람들이 그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점잔을 빼고 있는모습에 쓰다는 불쾌해진다. “자신의 육체는 언제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과 어쩌면 바로 지금 어떤 변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18p)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더구나 자신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전차 안의 승객들은 그의 눈길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19p)에 대한 자각은 앞으로 쓰다가 타자들과 만들어갈 관계에 대한 전망을 하게 한다.

 

남편 쓰다의 냉정함이 서운한 오노부는 처음 만남을 추억하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남편 때문에 외롭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지만 나처럼 못생긴 사람은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어.”(239p)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져 있다. 한편, 외부에서는 보는 부부의 모습은 오노부가 쓰다를 손 안에 넣고 자유롭게 놀리는”(247p)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쓰다도 그녀에게서 언뜻언뜻 비치는 강인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오노부는 재빠르고 영리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이다. 사랑하는 남편 앞에서만 자신의 성품을 누르고 있다.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격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관계망을 형성하며 일상을 이룬다. 감춰진 과거는 관계 안에 감춰져 있던 위기를 조명하고 쓰다와 오노부의 불안을 조성한다. 쓰다의 누이 오히데와 친구 고바야시의 암시와 요시카와 부인의 행동은 오노부를 불안하게 하고, 오노부는 남편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럼 얘기해주세요. 제발 얘기해주세요. 숨기지 말고 여기서 다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단숨에 안심시켜주세요.”(451p) 그녀의 진심이 진실보다는 안심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쓰다의 옛 연인이었던 기요코의 소식을 알려주며 그녀가 있는 온천장으로 요양 가도록 하는 요시카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오노부에게 쓰다의 비밀을 암시하는 고바야시는 이상주의자이다. 사회주의자로서 근대 일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요시카와 집안과 오카모토 집안(오노부의 고모부 집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쓰다의 실체를 드러낸다. 고바야시는 쓰다의 사랑을 허위라 하고, 쓰다는 고바야시의 사상을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고바야시는 오노부의 외로움을 들여다본다.

 

부인, 저는 남한테 미움을 받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일부러 남이 싫어하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제 존재를 남에게 인식시킬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까 적어도 남의 미움이라도 사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겁니다.”

오노부 앞에 마치 딴 세상에서 태어난 듯한 사람의 심리 상태가 펼쳐졌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고 또 누구에게나 사랑받도록 해나가고 싶으며, 특히 남편에게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예외 없이 세상의 누구에게나 들어맞으며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그녀는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었다.(253p)

 

미움 받는 행동이라도 해서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의 사상을 세상 앞에 보이려고 하는 그의 간절함은 세상과 융화될 수 없는 사상가, 지식인의 모습이다. 그 절절한 외로움 앞에서 오노부는 자신의 외로움을 확인한다.

 

 

미완이지만 이 작품에는 수미쌍관이 있다. 도입부에 등장한 레일 위의 전차는 후반부 온천으로 향하는 그가 탄 경편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도입부, 병원에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쓰다의 생각은 레일 위를 달리는 전차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우연, 우연, 하는 이른바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19p)이라고 한 푸앵카레를  떠올린다.

후반부, 온천으로 향하는 쓰다가 탄 기차(경편)는 탈선하고 여러 번 앞으로 밀었다 뒤로 되돌리는 과정을 반복한 뒤 제자리로 돌아온다. 함께 탄 노인들은

또 늦어지고 말았군, 친구, 덕분에 말이야.”

누구덕분에 말이죠?”

경편 덕분이지. 하지만 이런 일이라도 없으면 졸려서 안 되네.”(523p)

라는 느긋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이 경편이 늘 탈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예상하고 있었다.

푸앵카레의 말처럼 인생에서 만나는 우연이라고 하는 사건들은 사실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인생의 단계·시기마다 겪어야 할 일들이 찾아오고 관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노부의 행동에서도 사람들에 대한 예측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쓰다가 기요코를 만나고 미완으로 마친다. 그가 온천마을에 도착해서 나는 지금 이 꿈꾸는 듯한 것이 연속된 곳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꿈, 지금도 꿈, 앞으로도 꿈, 그 꿈을 안고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524p)라고 생각한 것처럼 결말이 날지 모르겠다. 그럼 그는 무엇 때문에 도쿄를 떠나 거기까지 갔을까?

 

쓰다는 적막한 마을을 지나며 희미한 전등 불빛과 그 빛이 닿지 않는 곳에 가로놓인 커다란 어둠을 비교했을 때”(524p) 꿈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암을 만들어내는 빛은 희미하다. 그래서 꿈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지식인의 이상도 과거의 사랑도 희미한 빛이다. 도쿄에 있는 아내 오노부는 현실이고 그가 만나러 가는 기요코는 꿈이다. 빛과 어두움, 현실과 꿈은 삶에 혼재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타인들과의 관계가 끼어들고, ‘명암을 만든다. 인생은 관계가 만들어낸 의미들로 이루어진다. 그 관계망의 점들에 사람이 있다. 지나온 시간 속의 사람, 관계, 사건이 만들어낸 의미는 현재의 나를 비추는 빛이다.

 

놀라운 일은 이와 동시에 현재의 내가 천지를 다 가리고 엄존하고 있다는 확실한 사실이다. 일거수일투족의 하찮은 것에 이르기까지 이 ()’라는 존재가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이월하고 있다고 하는 부정할 수 없는 심경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기준을 두고 자신의 뒤를 돌아다보면 과거는 꿈이 아니다. 아주 명백하게 현재 나를 비추고 있는 탐조등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정월이 올 때마다 나는 역시 보통 사람과 같이 평범하게 나이를 먹고 늙어 쓸모없게 되는 상태가 된다.

생활에 대한 이 두 가지 관점이 동시에 그리고 모순 없이 공존하고, 상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의 논리를 초월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나는 지금 아무것도 설명할 의도가 없다. 혹은 해부할 수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연초에 즈음해서 나 자신은 한 형체 두 모습이라는 견해를 품고 내 전 생활을 다이쇼 5(1916)의 조류에 맡길 각오를 할 뿐이다.”

(188~189p 점두록」 『나의 개인주의 외나쓰메 소세키)

 

점두록은 그가 명암을 연재하기 몇 달 전에 쓴 글이고 같은 해에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을 미완으로 둔 채 삶을 마감했다. 말한 것 처럼 그는 일거수일투족의 하찮은 것에 이르기까지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이월하고 그 과거로부터 현재를 탐조한다. 그렇게해서 조명되는 그의 안에 공존하는 두 모습에 대해서 설명할 의도가 없다. 그런 글쓰기를 명암에서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힘을 빼고 애써 부인하지도 강조하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읽었다. 5년 전 죽음 앞에까지 갔었던 작가는 오히려 가벼움을 취하여 삶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볍게 보였던 작품은,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중요한 의미들을 생성했고, 미완의 여백에 무게를 채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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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11 0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소세키 소설 다 보시고 이렇게 상도 받으셨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12-11 08: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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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보부아르는 여성의 상황을 제시하기 전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물학적·정신분석적·사회학적인 분석을 한다. 그녀는 이 탐구를 구조주의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고 있다. 구조주의는 사물의 참된 의미가 사물 자체의 속성과 기능에서가 아니라, 사물들 간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여성이 2로 여겨지는 것은 남성이 1인 사회가 여성 자신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 대항하는 존재로서 몸, 심리, 능력, 기능을 인식하는 것이다.

 

숙명 편(1)에서는 자궁을 지니고 있는 몸이 단지 번식의 객체로 여겨지는 것은 부장제(父長制)라는 사회적 환경 때문이다. 여성이 만들어지는 생식세포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관념에 지배를 받는 유추를 하고 여성을 객체화 한다. 탄생과 성장 단계에서 남성과 대비되어 몸의 소외를 겪는 여성은 임신의 단계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심각한 소외를 겪는다. 폐경기의 여성 역시 여러 가지 기능의 중단과 함께 번식 기능의 종결과 함께 같은 상태에 빠진다. 여성의 생물학적 조건은 여성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며 또한 여자의 상황의 본질적인 요소이다.”(65p) 왜냐하면 육체는 세계에 대해 우리가 파악하는 도구이며, 세계는 파악하는 방법여하에 따라서 상이한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65p)

 

생물학적 조건이 여자에 대하여 움직일 수 없는 숙명을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은 거부한다.

남성에 비교해서 육체가 약하다는 것은 사회에서 여성이 타자(他者)라는 것에 이유가 되지 못한다. “생물학적 조건은 존재론적·경제적·사회적·심리적인 전체의 관계에 잘 비추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70p)

 

남성의 거세 콤플렉스와 비교되는 여성의 소외에 대한 정신분석적 견해도 거부한다. 이것은 남성의 몸에 대항하여 분석된 것이다. 여성의 초월이나 소외행위로 간주되는 남성적 태도나 여성적 태도는 객체의 역할(‘타자의 역할)과 자기 자유의 요구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여자가 객체가 되는 이 세계의 경제적·사회적 구조를 아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마찬가지로 엥겔스의 사유 재산 제도와 남성의 세력 팽창 계획 아래서 여성의 무능력과 몰락을 설명하려고 하는 엥겔스의 관점도 불충분하다. 프로이트의 성적 일원론과 엥겔스의 경제적 일원론을 거부한다. 육체 성적생활 기술 등은 인간존재의 총체적인 전망 속에 파악될 때에 한해서만 인간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가치는 실존자가 존재를 향해 자기를 초월하는 기본적인 투기(投企, 기투)에 의하여 지배된다. 이때 동일성에 기투(企投)한다면 그 가치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여성은 영원히 타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분석의 과정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사유재산제도와 사회주의 하에서 여성의 지위이다. 노예와 같은 지위를 갖고 있었던 아테네나 다른 도시국가들과 달리 스파르타에서 여성은 남성들과 동등한 수행을 했다. 어떤 면에서는 우월한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공산주의가 여성에게 약속한 지위 역시 달랐다. 어느 정도는 사유재산과 자본주의가 여성을 객체화 하는 중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 편(2)에서는 남성에게 속해왔던 세계와 여성들이 반복과 내재 속에 갇혀있던 역사를 다룬다. 원시 유목민의 삶에서부터 근대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 1위가 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서술 한다.

왜 인간인 여자는 자주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는가? 노동력의 필요가 개발해야 할 원료의 필요보다도 더 절실했기 때문에 인류가 가장 맹렬하게 출산을 요구하던 시대에 있어서조차, 또 모성이 가장 존경을 받던 시대에 있어서조차도 인류는 여자에게 제 1위를 획득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서 인류는 단순한 자연적인 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종으로서 자기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목적은 정체가 아니다. 그것이 목표하는 것은 자기를 초월하는 데 있다.”(100p 上卷)

 

사유재산제도의 등장과 함께 여성은 사유재산과 결부되어서 그 운명이 결정되고 재산에 애착을 갖게 된 주인은 재산을 존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속자를 만든다. 그 재산과 아이들은 여성과 분배하지 않았다. 사유재산제도와 함께 국가주의 아래서 가정단위에 간섭과 통제가 이루어지고 자본주의 아래서 재산의 세습이 견고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여성의 지위가 하락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공공에 대한 여성 사회참여와 관련해서 여성의 권리는 남성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여성들은 남성이 여자를 정의하는 대로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를 선택”(214p 上卷)해왔다.

 

신화 편(3)에서는 가부장제의 사회 안에서 만들어져 내려온 여성다움의 신화를 내면화 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신화와 문학에 나타난 여성 숭배의 이중의 의미, 여자의 육체에 대한 신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을 살핀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의 신화들이 작가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윤색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에서 타자로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성숭배와 신화가 나타난 몽테를랑, 로렌스, 클로델, 브르통의 작품을 스탕달과 비교한다. 그들 작품에는 남성의 자유, 초월조차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들 각자에 있어 이상적인 여자는 자기에게서 자신을 명백히 드러내 줄 수 있는 타자를 정확히 구현하는 여성이다. ……몽테를랑은 그로 하여금 남성의 권위를 측정하게 하는 여자를 동정하는 데 찬성한다. 로렌스는 자기를 위하여 스스로를 포기하는 그런 여자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낸다. 클로델은 남성에게 복종함으로써 신()에 복종하는 여종자(女從者) 하녀 헌신자를 찬양한다. 브르통은 여자가 자식이나 애인에게 가장 온전한 사랑을 바칠 수 있기 때문에 여자에게 인류의 구제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스탕달의 경우에도 여성 인물이 남성 인물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그녀들이 남자보다도 더 격렬한 기세로 그 정열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373p 上卷)

 

남성들이 굳게 믿는 여성적 신비는 여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신비로 남겨두는 상호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지적한다. 여성은 그렇게 자신의 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부장제(父長制)의 희생자인 여성들이 여성다움에 대한 신화를 내면화하고 가부장제에 공모한다.

 

2부 체험 편에서 가장 중요하고 쟁점이 되었던 제2부 체험의 서론과 제1편 상황 부분이다. 서론에서 작가는 여자혹은 여성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어떠한 원형(原形), 어떠한 불변 부동의 본질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의 주장 중 대부분의 경우는 현재의 교육과 풍습의 단계에서이다. 여자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모든 실존의 공통적 배경을 그려 보려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형성편(1) 1장 유년기를 들어가며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392p)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작가의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가장 적확하다. 피투(彼投)된 현존재는 끊임없이 기투(企投)한다. 피투는 현사실성을 이야기 하고 실존은 그 안에서 떠날 수 없고 영향을 받는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피투된) 역사, 사회(현사실성)가 그 존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형적, 본질적 여성이 아닌 사회적 환경 안에서 규정되어지고 교육되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년기와 젊은 처녀, 중년의 여성, 노년을 맞이한 당대의 여성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 그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핸디캡을 지닌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며 성장하는 것은 앞에 유치되어 있는 타자로서의 전망 때문이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성적운명을 성취한 후에도 이 과거의 인식을 바꿀 수가 없다.

 

상황 편(2)에서는 결혼제도 하에서 제약을 당하는 기혼여성의 몸과 성취, 관계의 욕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관계에서 올 수 있는 생물학적인 남녀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사랑이 있었을 때도 사랑이 없을 때도 여성들에게 굴욕감과 어려움을 준다. 결혼한 여성은 어머니로서 강요된 모성을 짊어진다. 또한 아이는 여자의 기쁨이며 정당화이다.”(191p) 자기의 노력으로 성취를 이룰 수 없는 가정주부, 아내, 어머니는 타자에 의하여 주부, ‘아내, ‘어머니, ‘여자로 인정받기를 원한다.”(253p 下卷) 이렇게 만족을 구하고 있다. 남성의 보호아래 있다는 것과 경제적 지원, 불감증 등을 들어 당대의 매춘부와 기혼여성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노년은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자는 스스로 해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 발전도 이루어야 진정한 해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집단적이어야 한다.

 

반면, 여성이 자신의 상황을 바꾸려는 왜곡된 노력이 나르시시즘, 정열적 사랑에 빠짐, 신비주의로 나타난다. 정당화 하는 모습이다. 특별히 끊임없이 연애하는 사랑에 빠지는 여인의 자기소멸의 꿈은 실제로 존재하고 싶다는 격렬한 의지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애인(남편)이 가치를 보유하길 바라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경험한다. “연애는 여자에게 있어서 운명 지어진 의존적인 생활을 감수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려는 최고의 시도이다.”(448p 下卷) 그러나 그것 또한 하나의 잔인한 속임수일 뿐이다.

 

문학과 예술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해방하려는 방편이 되었고, 전위에 섰다. 하지만 해방을 모색하는 여자들조차 여전히 남자 앞에 주체성이 부여된 객체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남성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된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하려면 남성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주체로서 일어서야 한다. 결론 부분에서 보부아르는 "자연의 구별을 초월해서 우애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마치고 있다.

 

노예와 여성의 차이가 없는 모호한 성관계에 대한 서술을 읽으면서 ‘컬러퍼플을 기억했다. 노예에서 해방된 여성이 사랑하지 않는 남성의 보호 아래에서 겪는 비인간적인 상황!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자신이 화장실인 듯 느껴졌다는 여주인공의 담담한 고백이 너무도 비참하게 느껴졌다. 여성과 노예를 연결 배치시킨 작가의 의도가 읽혀지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불행한 결혼과 어느 시골 기차역에서 발견된 그의 마지막에 대해서만 기억하고, 그의 명성 뒤 가려져 소외된 채 오명을 쓴 톨스토이 부인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의 성에 제시된 사실들은 지금에서 보면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고 동의하지 않는 사실들도 있다. 하지만 그가 여성에 대하여 탐구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인 방법은 당시로서는 전무한 것이었고 여성학에 있어 새로운 제시였다는 생각이다.

 

당시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더 나아가 오늘날 여성의 상황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한층 더 복잡한 역학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인 자립뿐만 아니라 욕구 실현이라는 문제가 더욱 어려운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한 가지 떠오른 그림이 있다. 유명한 정치인들의 경우 부동산과 같은 축재를 부인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경우들을 본다. 명예, 성취, 권력은 남편이 가져가고, 그 부동산, 주식, 심지어 뇌물수수에는 부인이 연루된다. 남편들은 그녀의 불의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모습을 본다. 남편의 명성, 성공, 가치를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근대 여성의 모습에서 달라진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일반화 시킬 수 있는가? 있다고 본다.

 

내가 피투되어 있는 세계는 어떤 곳인가?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기투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나는 어떤 존재인가? 앞으로 어떤 의미에 기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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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04 22: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칼라퍼플 저도 충격적이면서도 사실적이란 생각했어요. 톨스토이의 아내도 그렇고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첫 시작을 패널티를 받고 시작하는 것 같아요. 너무 잘 읽았어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1-11-04 22:30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글 써놓고 줄이느라 반나절이 걸렸네요 ㅎㅎ

청아 2021-11-04 22: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자본주의가 교묘하게 소비를 부추기는 부분들이 과거와는 분명 다른 점이고 이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새롭게 연구되어야 하고 개별적 성찰도 시급하다고 봐요.
그리고 저도 정치인들과 그 부인들의 공동비리에 대해 <제2의성>읽으면서 생각했는데요. 윤모씨는 그냥 아내핑계대는 부류같아요ㅎㅎ
그레이스님과 함께 이 책을 읽어서 좋아요~♡ ٩(ˊᗜˋ*)و♡

그레이스 2021-11-04 22:46   좋아요 5 | URL
^^
생각한 부분이 많았는데 너무 길어져서 ...!

저도 기뻐요~♡

단발머리 2021-11-04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유재산제도와 자본주의 발전이 여성의 객체화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눈에 띕니다. 역사적으로 불평등했던 여남 관계와 여성의 현재 상황에 대한 왜?의 질문이 항상 그 두 개의 요인으로 수렴된다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넓고 깊게 사유할 수 있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11-04 23:5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레포트 밀려서 늦게 낸것 같은 느낌이예요^^

바람돌이 2021-11-05 0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훌륭한 정리라니 대단하십니다.
제가 제2의 성을 읽을 때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같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

그레이스 2021-11-05 06:38   좋아요 2 | URL
부끄럽지만 읽고 정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독서괭 2021-11-05 0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도 대단하고 정리도 대단하고 다들 대단하세요~~!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가 “여성은 남성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고 쓴 부분이 떠오르네요. 저도 언젠가..!! 언젠가는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레이스 2021-11-05 06:40   좋아요 3 | URL
언젠가 꼭!^^

이 책 때문에 다른 책들을 못 읽어서 조급했는데 그만큼 가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새파랑 2021-11-05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건 리뷰가 아닌 논문 같아요 ^^ 멋지고 대단 하세요 👍👍

그레이스 2021-11-05 09:47   좋아요 4 | URL
부끄럽네요^^
과찬이신줄 알면서도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1-11-05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박수 드립니다, 그레이스 님.
저는 정리를 못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약점인데 그레이스 님은 정리를 너무 잘해주셨네요. 그레이스 님의 이 리뷰는 이 책을 읽은 제가 읽기에도 좋지만 이 책을 읽기 전의 사람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시작하면 제2의 성이 더 잘 이해될 것 같아요. 저는 2년후쯤 제2의 성을 다시 읽을 계획인데 그 때 이 리뷰를 또 한 번 읽고 책을 읽어야겠어요.

두꺼운 책 읽느라 고생하셨고 무엇보다 정리도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1-05 09:48   좋아요 3 | URL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극을 주신 다락방님께도 감사드려요^^~♡

scott 2021-11-05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분량 줄이지 마시쥐!!
그레이스님 완독에 무한한 박수를~~👏👏

그레이스 2021-11-05 11:57   좋아요 2 | URL
책 분량이 많다보니 ...!
피곤함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1-05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쓰신 기투 한다는 표현은 자주 쓰이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 낯선 느낌이네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05 23:56   좋아요 2 | URL
여기서 사용한 기투는 어떤 가능성, 의미에 자신을 던진다는 뜻으로 보시면 될듯요.^^
평안하세요~

scott 2021-11-06 00:35   좋아요 1 | URL
기투 단어 뜻 메모 ~메모~

수이 2021-11-09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가슴 찔리는 문장들이 많은걸요. 오늘도 찔리고 기분 좋아하고 있으니 변태처럼 느껴져요 스스로가 후후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11-09 22:03   좋아요 0 | URL
독성인의 희열?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