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들이 태권도복을 안 가져가는 바람에 학교에 갔더랍니다. 학교 끝나고 바로 태권도장에 가거든요. 교실이 2층이라 올라갈까 말까 하다가 올라갔더니 수업이 안 끝나 복도에서 한참을 기다렸지요.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데 아들 녀석이 안 나와 교실로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어요. 그 59세 할아버지 선생님요. 정말 전형적인 할아버지였어요. 약간 등도 구부정해 보이고 피부도 거무스름하신 게 꼭 친정아버지 보는 것 같았지요.

얼떨결에 인사 드리고 아들 녀석이 1학년 때 친구들과 자주 싸운 경력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했지요. 그랬더니 선생님 말씀. "괜찮아요. 남자 아이들이 다 그렇죠, 뭐." 하시면서 벌써 전날 아이들과 충돌이 한 번 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배려심도 없고 고집만 피우는 아들 녀석의 성격도 이미 다 파악하신 듯했고요.

이런 경우 1학년 때 여자 선생님은 저에게 문자를 넣곤 했어요. 사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스트레스가 좀 되더군요. 여자 선생님과 남자 선생님이 이런 면이 다르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네요. 남자라서 남자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시는구나 싶었어요. 늘 자잘한 사건을 일으키는 아들 녀석이 선생님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요, 바로 그때 복도에서 지나가던 한 여학생이 "삼수 씨, 안녕?" 그러는 거예요. 순간 너무 당황했어요. 삼수 씨는 바로 선생님 성함이었거든요. 집에서 아들에게 선생님 성함을 처음 들었을 때 무척 친근감이 가는 이름이라서 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는데. 아이들마저 저렇게 부르다니 싶어 "선생님 성함을 그렇게 부르면 어떡하냐"고 한마디 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괜찮아요. 난 아이들이랑 그냥 친하게 지냅니다."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 얼굴 다시 한 번 쳐다보았어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 상상이 가시나요?

"삼수 씨, 안녕?" 주말 내내 입 안에서 맴돈 말이랍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8-03-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따뜻한 정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선생님인 듯 합니다.
사실 그렇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아이들을 본인의 손자같이 대하시는 선생님을 만나뵙고 싶어지는 데요

소나무집 2008-03-18 12:04   좋아요 0 | URL
아직은 잘 모르지만 좋으신 분 같아요.

세실 2008-03-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따뜻한 선생님이시네요. 연세 많은 분의 좋은 점이 바로 아이들을 그저 손주같이 귀여워 하신다는 거. 그래도 "삼수씨 안녕"은 좀 심했어요. ㅎㅎ

소나무집 2008-03-18 12: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별로 다른 데 신경 쓸 거 없으니까 오로지 아이들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근데요 세실 님, 저도 자꾸 삼수 씨라고 부르고 싶은 거 있죠?

2008-03-20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03-21 11:46   좋아요 0 | URL
네, 알았습니다.
 

알림장에 월요일은 반장 선거하는 날이라고 써 있기에 "너희들도 반장 나가라!"고 한마디 던졌다. 두 아이 입에서 동시에 나온 대답은 "싫어요!"

도통 나서는 걸 싫어하는 딸아이는 예상을 했지만 일학년 때는 기를 쓰고 반장하겠다던 아들 녀석까지 이런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대는 이유가 더 기가 막히다.

반장을 하면 시간을 빼앗겨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댄다. 나 원, 지가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야? 지가 언제 공부를 했다고. 집에서도 블럭놀이 아니면 딱지치기가 제일 신나고, 학습지 좀 풀라고 하면 갑자기 졸려지는 걸 보면 학교에 가서도 늘 놀 궁리나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공부는 무슨. 핑계 같은 핑계를 대야지.

그래서 "너 이제부터 공부할 거냐"고 물으니 "그럼요, 이젠 2학년이잖아요." 그런다. 나 원, 얼마나 공부를 할려고 그러는지 내 지켜볼 것이여. 그래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학습지 한 보따리 주문했다.

아유, 한숨이 다 나온다. 딸아이를 보면 어쩌면 그리 지 에미랑 꼭 닮았는지, 그래서 한숨이 더 나온다. 나도 그 옛날 반장에, 아니 부반장에 뽑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여자는 부반장밖에 할 수 없는 시절이었지. 당선 소감을 말하라기에 교탁 앞에 턱 하니 나가 죽어도 부반장 안 하겠다며 눈물까지 글썽댔던 기억이 있는 고로.

지금도 여전히 나를 드러내거나 나서는 걸 싫어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 다 놓쳐버리고 후회를 하곤 한다. 딸아이만은 좀 다르게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엄마 어릴 때 하던 걸 다 따라하고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8-03-1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지요 뭘.
나름대로 공부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기만 합니다그려.
아이들에게 자신감 차원에서 리더의 역할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괜챦기는 한데 당사자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지나치게 강요하진 마세요.

소나무집 2008-03-12 09:42   좋아요 0 | URL
아들 녀석이 공부 운운 하는 건 그저 핑게일 따름이랍니다.
미운 짓 많이 하지만 별로 밉지 않은 아들이에요.
반장, 저도 별로 강요 같은 건 안 하는데 초등학교 때 안 해보면 언제 해겠나 싶어서 그러죠 뭐.

세실 2008-03-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학습지 풀라하면 졸립다고 하는 울집 막내랑 똑같네요. 실컷 놀다가 공부해야지 하면 이내 눈이 풀리면서 "엄마 너무 졸려" 합니다. 나 참 귀 막히고 코 막혀서...ㅎㅎ

소나무집 2008-03-12 09:43   좋아요 0 | URL
졸립지 않은 날은 화장실 들어가서 한 시간쯤 있다 나오고 그래요.
정말 공부가 그렇게 하기 싫은지 원...

무스탕 2008-03-1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녀석이 작년에 이어 며칠전에도 물어보더라구요.
'엄마, 나 반장해도 돼?' 제가요 조용히 타일렀어요. '엄마 회사가야하는데 그러면 학교에 일 있을때 못가보는데 어쩌냐?'
회사때문도 그렇지만 사실 저도 남들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것에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서요.. --;;
하겠다고 그래도 걱정 안하겠다고 그래도 걱정이에요..
2학년이 됐다고 공부하겠다는 아들래미 기특합니다 ^^
정성이는 3학년인데 공부할까~ 하면 도망부터 갑니다.. --+

소나무집 2008-03-12 09:44   좋아요 0 | URL
님, 하겠다는데 한 번 밀어주세요.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도 속상할 거예요.
3학년부터는 별로 엄마들 하는 일도 없는 것 같던데요.
2학년 아들 녀석 공부 타령은 그냥 하는 핑계랍니다.

2008-03-11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2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세상 2008-03-1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반장선거를 했나보군!우리도 했지 반장선거에 15명이라는 아이들이나와
나름대로 선거를 했다네 울아들은 관심 밖이라 ^^!우먼파워가 이런곳에서 나오는것
같아 7개반에서거의 다 여자아이들 !?오늘은 총회있는날이라 학교에 다녀 왔지
선생님 괜찮으신것 같아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편하더군~
울 학교 수준별학습한다고 떠들썩~~
4학년부터 할꺼라하는데 걱정이네 수학,영어 설문조사에 반대 했는데 찬성하는
맘이 많은것같아 다들 자신이 있나봐 사교육 바람에 내 머리가 지끈지끈
운동하느라 기운 빼지말고 나도 동참해야하는가 걱정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
좀여유가 있지만 우월반을 향해 아이들이 격어야 할 모든시련이 아찔~
잘 하면이야 걱정이 덜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공부로인해 상처받는다면
공평하지 않치.....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공부잘할수있을거라고 태권도,수영
했는데 이젠 집에서 공부 좀시켜야 겠다 슬퍼요...

소나무집 2008-03-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네 반도 28명 정원에 14명이 후보였다네.
초등에서 수준별 학습은 너무했다.
과천 엄마들 지금도 열심인데 앞으로 더 난리가 나겠구나.
운동 계속 열심히 시켜.
준태는 지금 정도만 하면 잘 할 거야.
아빠랑 영어로 회화나 열심히 시키고.
 

개학식 날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과연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먼저 들어온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니 "남자야!" 한마디 하고 땡이다. 젊은 선생님이냐고 물어보니? "59세래!"

잠시 후에 들어온 딸에게 물어보니 아들 녀석 1학년 때 담임했던 분이란다. 휴, 그렇다면 딸아이의 담임도 59세.

두 선생님의 나이를 합치니 118세나 된다. 뭐 젊은 선생님이 꼭 잘 가르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늘 젊은 선생님을 기대하게 된다.

이곳은 시골이라 그런지 유난히 연세 많은 선생님이 많다. 퇴임을 1, 2년 앞둔. 그리고 이사 오기 전에는 전교에 교장 선생님 딱 한 분만 남자였는데 이 학교는 남자 선생님이 반이나 된다.

딸아이 선생님은 잘 아는 분이니 염려할 것이 없는데 아들 녀석 때문에 잠시 아찔했다. 고집불통에 덜렁쟁이 아들은 꼼꼼한 여자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제 운명인 걸 어쩔 것이야. 그래도 아들 녀석의 한마디에 조금은 안심이다.

"우리 선생님 되게 친절해!"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씩씩하니 2008-03-0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마다의 개인차를 무시할 순 없지만,,그래도 나이 따라 떨어지는 체력, 열정을 생각하면..젊은 분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울 유진인 이번에 최고의(유진이가 자꾸만 화제를 선생님을 삼는걸 보니...ㅎㅎㅎ) 선생님, 30대 초반 남자샘을 만났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ㅎㅎㅎ
씩씩한 아들이 친절하다고 한 말에 기운 내세요~~~

소나무집 2008-03-07 09:05   좋아요 0 | URL
학교 갔다 오면 제일 먼저 오늘도 친절하셨냐고 물어보는데 어제까지는 그렇다네요.

프레이야 2008-03-0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은 나이 많이 든 샘을 별로 안 좋아하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엄마아빠도 다 나이들어가고 있거든.
나이든 게 죄냐? ㅎㅎ
하루이틀 지나며 점점 정을 들여가는 아이들 보면 역시 맘이 놓이죠^^

소나무집 2008-03-07 09:06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은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별로 관심없어요.
그냥 선생님이죠 뭐. 엄마만 안달이고.

좋은세상 2008-03-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학첫날 집에와서하는소리 `엄마`울선생님 친할머니만큼 나이가많아?!
라고하더군요 좀 실망했지만 주임반이 안됀걸로 만족합니다
작년주임반맞은반 엄마왈 선생님께서넘 바빠서 2학기진도를못해서
봄방학 전까지 공부 했다하네 다른반은 책걸이하는데...
다 좋을순 없는가봅니다
잘 지내지요?감기몸살은?

소나무집 2008-03-07 09:08   좋아요 0 | URL
감기 몸살은 아직도야.
준태도 할머니 선생님 만났나 보네.
아마 인자한 분이실 거야.
지우 1학년 때 선생님 보니까 신경 쓸 데 없는 할머니라 아이들한테 정말 최선을 다하더라고.

무스탕 2008-03-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큰애도 중학교 가서 처음으로 남자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셨어요. 7년만에 처음이에요. 아직 40이 안되신것 같더라구요. 젊으신분이니 열정도 뜨거우시겠죠? ㅎㅎ
작은애는 작년에 주임선생님 반이더니 올해도 주임선생님 반이 됐어요. 확실히 주임선생님은 많이 바쁘시더라구요.. -_-;;

소나무집 2008-03-07 09:10   좋아요 0 | URL
주임도 잘하니까 맡는 거겠죠.
선생님의 뜨거운 열정 덕에 중학교 생활 잘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세실 2008-03-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한 나이를 보니 굉장해 보입니다. 뭐 체력만 좋으시다면야 좋은 점도 많아요. 규환이 1학년때 담임샘도 그 정도 연세셨는데 날라 다니셨답니다. ㅎㅎ

소나무집 2008-03-07 09:12   좋아요 0 | URL
딸아이 선생님은 열정이 대단하신 걸 작년에 확인해서 만족인데
아들 녀석 선생님은 뵌 적이 없는지라.
어제 준비물을 하나도 안 챙겨간 녀석이 별로 안 혼났다고 하는 걸 보면 좋은 분인 것 같아요.

miony 2008-03-0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굳은 몸과 생각으로
아이들을 로봇처럼 단속하거나(이런 경우 쉬는 시간에도 떠들거나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예의를 배운다기보다는 억눌린 학교생활을 하게 되죠.)
무슨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양 학부모를 아랫사람 부리듯 부린다거나(선생님 개인서류까지 떼어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시던 할아버지 선생님을 본 적이 있어요.)
열정도 의욕도 없이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선생님이 있고

한편으론 연륜이 쌓인만큼 세상을 깊고 폭 넓게 바라보아 지혜롭고
사느라 정신없고 아이들을 재촉하기 바쁜 부모들과는 달리
진짜 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자애롭고 다정하게 아이들을 보살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더라구요.

아드님의 한 마디를 들으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분이 후자와 같이 좋은 분이시길 빌어봅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학교도 12분 선생님 중에 여선생님은 유치원선생님 포함하여 두 분 뿐이네요.

소나무집 2008-03-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봇처럼 단속하고 40년 전 군대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엄마들 기운 빠지죠.
학부모에게 개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선생님도 있나요?
그건 정말 너무 했다.
우리 아들 선생님은 어떠실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인자하신 분 같네요.
아직 화를 한 번도 안 내셨대요.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있나!

2학년 올라가는 아들 녀석의 취학 통지서가 나왔다.

분명 작년에 받아들고는 가슴 설레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거늘 취학통지서를 또 받아들게 되다니.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이다.

취학통지서가 이렇게 구겨진 이유는 바로 아들 때문이다.

취학통지서가 또 나왔으니 1학년 다시 입학해야겠다는 말에

바로 손으로 움켜잡아 이렇게 만들어놓았다.

그리고는 1학년 다시 가기 싫다고, 2학년 올라가고 싶다고 대성통곡을 했더란다.

그래서 수습하느라 한참 걸리고. 

말을 안 들을 때마다 "너 그러면 다시 1학년 해야 된다"는 말을 자주 해서 진짜 겁이 났던 것 같다.

말이 씨가 될 뻔했다. 

읍사무소에 전화하니 자기들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학교측 어쩌구 하면서 핑계를 댔다.

괘씸한...

1, 2월생도 아닌데 왜 이런 실수를 하냐구요.

우리 아들 열 받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8-02-2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황당합니다.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이제 그만 말씀하세요. 나름 아이도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소나무집 2008-02-28 18:57   좋아요 0 | URL
요즘은 아들 녀석이 스트레스 받을까 봐 조심하고 있답니다.

전호인 2008-02-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지.......
작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관련된 일이니만큼 단순 가볍게 갈 일은 아니네요.
원인을 꼭 물어보고 잘못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하심이 좋을 것입니다.

소나무집 2008-02-28 18:58   좋아요 0 | URL
님을 말을 듣고 보니 읍사무소에 쳐들어가서 따지지 못한 것이 한스럽네요. 이제라도 가볼까요?

miony 2008-02-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어린 마음에 생채기가 났을런지도 모르겠네요.
2학년 진급 축하 이벤트라도 하나 해주시면 어떨까요?^^

소나무집 2008-02-28 18:59   좋아요 0 | URL
2학년 진급 축하라고요?
하긴 우리 아들은 1학년을 무사히 마친 것도 다행이다 싶어요.
1년 동안 일이 하도 많아서.

무스탕 2008-02-2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있네요? 뭔 정신으로 일을 하는건지, 원..
위로해 주세요. 그래도 군대 통지서 두번째 나오는것보다는 훨씬 나은거란다~ 하고요 ^^

소나무집 2008-02-28 19:00   좋아요 0 | URL
군대 영장이 두번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러면 정말 큰일인데.

BRINY 2008-02-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황당하네요. 이런 일도 있다니. 규모가 큰 학교도 아닐텐데.

소나무집 2008-02-28 19: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음을 수습한 아들 녀석이 이해를 하더라구요.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뭐!" 이러면서요.
읍내 학교라서 규모가 꽤 크답니다. 긱 학년 30명씩 7개반이거든요.

치유 2008-02-2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원주 잘 다녀가셨는지요?/원주 오신다는 댓글 보고 하루 종일 맘 설레었던 하루였더랍니다.*^^*

소나무집 2008-02-28 19:02   좋아요 0 | URL
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가끔식 있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하면서 친정에 갔습니다. 금요일 밤 10시 무렵 태안 근처에 갔을 때부터 아스팔트 까는 냄새가 나더군요. 그때만 해도 근처에 무슨 공사장이 있겠거니, 설마 기름 냄새가 읍내까지 나리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건 역한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냄새지? 만리포 해변에서 7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친정집 안방까지 날아온 건 바로 기름 냄새였습니다. 아, 기름 유출! 그때서야 정신이 나서 뉴스를 틀으니 친정에만 오면 놀러 가던 만리포와 천리포 해변이 TV 화면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푸른 바다와 곱디 고은 모래 사장 해변은 밀려온 기름으로 새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부모님도 마냥 TV 앞을 떠나지 못한 채 한숨만 쉬고 계셨지요. "이제 이쪽 동네 사람 다 죽었다." 뉴스를 보던 아버지의 탄식이었습니다. 바다에 의지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그곳 주민들에겐 환경 파괴니 뭐니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오늘 그물을 걷으러 가고 굴을 따러 가려던 분들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당장 생계가 달려 있는 바다에 시커먼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쳐다보면 눈물만 나지 않을까 싶네요.

친정 동네도 반농 반어의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만리포보다 조금 아래 동네 신덕리 갯펄에서 바지락을 잡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도 여름이면 바지락 잡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당장 그 피해가 눈앞에 보였지만 농사를 훨씬 더 많이 짓는지라 온통 바다에 기대어 사는 분들처럼 망연자실하지는 않았지요. 아버지는 바다에서 양식을 하거나 해수욕장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친구분들 걱정만 하셨습니다. "다 굶어 죽겄구먼!"

토요일, 남편은 태안해안 국립공원 사무실에 나갔다가 현장에 가본 모양입니다. 그곳 직원들도 모두 바다로 기름을 걷으러 갔는데 지독한 기름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도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그 지역 바다 생태계가 원래대로 회복되려면 십 년 이상 걸린다며 남편은 국립공원 직원답게 환경을 먼저 걱정하네요.

일요일, 만리포 쪽으로 들어가는 큰길에는 휴가철처럼 하루 종일 차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가끔은 요란스레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가는 차도 있었고, 선거 번호판을 단 대형 버스도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이 기념 사진 찍으러 가는구나 싶더군요.

아니나다를까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기름을 퍼담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사진이 일면을 차지하고 있네요. 그냥 욕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만 당선되면 당장 모든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져줄 것처럼 떠들지만 얼마나 그 약속을 지켜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한번도 약속을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는 정치인들의 이야기인지라...

오늘 아침 친정에 전화해 보니 아버지께서는 일찍 바다에 가셨다고 합니다. 현장을 보고 오신 아버지 얼굴에 주름살만 더 늘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기름 유출, 얼마나 무서운지 가까이서 겪어 보고야 알았습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7-12-1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떻게 해요. 텔레비전에서만 봐도 참 무섭던데 걱정이네요

소나무집 2007-12-11 12:17   좋아요 0 | URL
생계가 달려 있는 그곳 주민들이 참 안됐어요.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
정말 대재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miony 2007-12-1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평생 삶의 터전 가까이서 일어난 그런 무서운 사고를 지켜보시는 부모님 마음은 오죽하실까요? 아무쪼록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할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소나무집 2007-12-11 12:16   좋아요 0 | URL
해결책이 있겠어요. 세월이 약이지요. 그 세월을 어지 견디나 싶어요.

아영엄마 2007-12-1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 선거활동 하러 거기까지 간답니까! 기름 유출 사고 나면 해양의 생태계 파괴에 생업 중단, 유화제로 인한 2차 오염까지, 피해가 막대한 모양이던 어쩌자고 그런 대형사고를 내는지원....

소나무집 2007-12-11 12: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리고 그 크레인이 삼성중공업 거래잖아요. 대기업에서 하는 일이 왜 그 모양인가 몰라요. 요즘 삼성이 계속 미워지네요. 현대정유도 마찬가지. 이중으로 된 기름 운반선을 쓰게 된 규정을 안 지켰다잖아요.

세실 2007-12-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TV로 지켜보면서 맘 아팠는데....삶의 터전인 분들에겐 큰 재앙이 되실듯.
빠른 수습을 기대해 봅니다.

소나무집 2007-12-11 12:08   좋아요 0 | URL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전호인 2007-12-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어찌 이런 사고가 났으며, 왜그리 늑장대응을 해서 피해를 키웠는 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일 듯 한데 보도를 보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보이는 것 같아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옆에서 바라보는 저도 마음이 아픈 데 당사자이신 분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소나무집 2007-12-11 12:10   좋아요 0 | URL
처음에 잘만 대처했어도 안 날 수도 있는 사고였기에 더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