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에 월요일은 반장 선거하는 날이라고 써 있기에 "너희들도 반장 나가라!"고 한마디 던졌다. 두 아이 입에서 동시에 나온 대답은 "싫어요!"
도통 나서는 걸 싫어하는 딸아이는 예상을 했지만 일학년 때는 기를 쓰고 반장하겠다던 아들 녀석까지 이런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대는 이유가 더 기가 막히다.
반장을 하면 시간을 빼앗겨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댄다. 나 원, 지가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야? 지가 언제 공부를 했다고. 집에서도 블럭놀이 아니면 딱지치기가 제일 신나고, 학습지 좀 풀라고 하면 갑자기 졸려지는 걸 보면 학교에 가서도 늘 놀 궁리나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공부는 무슨. 핑계 같은 핑계를 대야지.
그래서 "너 이제부터 공부할 거냐"고 물으니 "그럼요, 이젠 2학년이잖아요." 그런다. 나 원, 얼마나 공부를 할려고 그러는지 내 지켜볼 것이여. 그래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학습지 한 보따리 주문했다.
아유, 한숨이 다 나온다. 딸아이를 보면 어쩌면 그리 지 에미랑 꼭 닮았는지, 그래서 한숨이 더 나온다. 나도 그 옛날 반장에, 아니 부반장에 뽑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여자는 부반장밖에 할 수 없는 시절이었지. 당선 소감을 말하라기에 교탁 앞에 턱 하니 나가 죽어도 부반장 안 하겠다며 눈물까지 글썽댔던 기억이 있는 고로.
지금도 여전히 나를 드러내거나 나서는 걸 싫어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 다 놓쳐버리고 후회를 하곤 한다. 딸아이만은 좀 다르게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엄마 어릴 때 하던 걸 다 따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