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 날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과연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먼저 들어온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니 "남자야!" 한마디 하고 땡이다. 젊은 선생님이냐고 물어보니? "59세래!"

잠시 후에 들어온 딸에게 물어보니 아들 녀석 1학년 때 담임했던 분이란다. 휴, 그렇다면 딸아이의 담임도 59세.

두 선생님의 나이를 합치니 118세나 된다. 뭐 젊은 선생님이 꼭 잘 가르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늘 젊은 선생님을 기대하게 된다.

이곳은 시골이라 그런지 유난히 연세 많은 선생님이 많다. 퇴임을 1, 2년 앞둔. 그리고 이사 오기 전에는 전교에 교장 선생님 딱 한 분만 남자였는데 이 학교는 남자 선생님이 반이나 된다.

딸아이 선생님은 잘 아는 분이니 염려할 것이 없는데 아들 녀석 때문에 잠시 아찔했다. 고집불통에 덜렁쟁이 아들은 꼼꼼한 여자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제 운명인 걸 어쩔 것이야. 그래도 아들 녀석의 한마디에 조금은 안심이다.

"우리 선생님 되게 친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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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3-0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마다의 개인차를 무시할 순 없지만,,그래도 나이 따라 떨어지는 체력, 열정을 생각하면..젊은 분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울 유진인 이번에 최고의(유진이가 자꾸만 화제를 선생님을 삼는걸 보니...ㅎㅎㅎ) 선생님, 30대 초반 남자샘을 만났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ㅎㅎㅎ
씩씩한 아들이 친절하다고 한 말에 기운 내세요~~~

소나무집 2008-03-07 09:05   좋아요 0 | URL
학교 갔다 오면 제일 먼저 오늘도 친절하셨냐고 물어보는데 어제까지는 그렇다네요.

프레이야 2008-03-0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은 나이 많이 든 샘을 별로 안 좋아하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엄마아빠도 다 나이들어가고 있거든.
나이든 게 죄냐? ㅎㅎ
하루이틀 지나며 점점 정을 들여가는 아이들 보면 역시 맘이 놓이죠^^

소나무집 2008-03-07 09:06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은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별로 관심없어요.
그냥 선생님이죠 뭐. 엄마만 안달이고.

좋은세상 2008-03-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학첫날 집에와서하는소리 `엄마`울선생님 친할머니만큼 나이가많아?!
라고하더군요 좀 실망했지만 주임반이 안됀걸로 만족합니다
작년주임반맞은반 엄마왈 선생님께서넘 바빠서 2학기진도를못해서
봄방학 전까지 공부 했다하네 다른반은 책걸이하는데...
다 좋을순 없는가봅니다
잘 지내지요?감기몸살은?

소나무집 2008-03-07 09:08   좋아요 0 | URL
감기 몸살은 아직도야.
준태도 할머니 선생님 만났나 보네.
아마 인자한 분이실 거야.
지우 1학년 때 선생님 보니까 신경 쓸 데 없는 할머니라 아이들한테 정말 최선을 다하더라고.

무스탕 2008-03-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큰애도 중학교 가서 처음으로 남자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셨어요. 7년만에 처음이에요. 아직 40이 안되신것 같더라구요. 젊으신분이니 열정도 뜨거우시겠죠? ㅎㅎ
작은애는 작년에 주임선생님 반이더니 올해도 주임선생님 반이 됐어요. 확실히 주임선생님은 많이 바쁘시더라구요.. -_-;;

소나무집 2008-03-07 09:10   좋아요 0 | URL
주임도 잘하니까 맡는 거겠죠.
선생님의 뜨거운 열정 덕에 중학교 생활 잘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세실 2008-03-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한 나이를 보니 굉장해 보입니다. 뭐 체력만 좋으시다면야 좋은 점도 많아요. 규환이 1학년때 담임샘도 그 정도 연세셨는데 날라 다니셨답니다. ㅎㅎ

소나무집 2008-03-07 09:12   좋아요 0 | URL
딸아이 선생님은 열정이 대단하신 걸 작년에 확인해서 만족인데
아들 녀석 선생님은 뵌 적이 없는지라.
어제 준비물을 하나도 안 챙겨간 녀석이 별로 안 혼났다고 하는 걸 보면 좋은 분인 것 같아요.

miony 2008-03-0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굳은 몸과 생각으로
아이들을 로봇처럼 단속하거나(이런 경우 쉬는 시간에도 떠들거나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예의를 배운다기보다는 억눌린 학교생활을 하게 되죠.)
무슨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양 학부모를 아랫사람 부리듯 부린다거나(선생님 개인서류까지 떼어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시던 할아버지 선생님을 본 적이 있어요.)
열정도 의욕도 없이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선생님이 있고

한편으론 연륜이 쌓인만큼 세상을 깊고 폭 넓게 바라보아 지혜롭고
사느라 정신없고 아이들을 재촉하기 바쁜 부모들과는 달리
진짜 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자애롭고 다정하게 아이들을 보살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더라구요.

아드님의 한 마디를 들으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분이 후자와 같이 좋은 분이시길 빌어봅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학교도 12분 선생님 중에 여선생님은 유치원선생님 포함하여 두 분 뿐이네요.

소나무집 2008-03-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봇처럼 단속하고 40년 전 군대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엄마들 기운 빠지죠.
학부모에게 개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선생님도 있나요?
그건 정말 너무 했다.
우리 아들 선생님은 어떠실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인자하신 분 같네요.
아직 화를 한 번도 안 내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