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을 해남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마라톤 매니아인 남편은 직원들까지 꼬여 함께 하는 열성을 보였다.

팀장님 눈치 보여 참여한 건 아닌지 원...

덕분에 나와 아이들은 즐거운 소풍.

다음 대회엔 나도 5킬로 정도만이라도  뛰어볼까나!


아빠, 달리기 하지 말고 나랑 놀자니까요!

"지우야, 오늘은 직원도 많은데 아빠 품위도 좀 지켜줘라 잉?"

이런 상품 보셨나요?

돼지 세 마리가 트럭 위에서 뒹굴뒹굴, 글쎄 이게 상품이래요.

상품 중에는 배추랑 고구마도 있었답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상품까지 정겹네요.



느티나무가 아니고 단풍나무랍니다. 정말 크죠?

우리 아빠는 언제쯤 오시려나 서성대는 아이들!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다 지친 아들이 2킬로미터쯤 마중 나가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아빠, 힘들죠? 같이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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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이 ㅋㅋㅋ. 그래도 훈훈한 맛이 느껴져요. 좋은 시간이 되셨으리라 생각되요. ^ ^.

비로그인 2007-04-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코스 뛰신건가요? 저도 10키로는 종종 뛰고는 하는데... ^^
달린다는 건 참 좋은 습관이랍니다. 부군 체형도 참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세요
:)
 

남편이 과천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자고 할 때( 근무 지역을 선택할 수 있음) 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했지요. 한 번도 과천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안 간다고 난리였지만 엄마 아빠가 가니 따라 나설 수밖에요. 사실 아이들 때문에 망설이긴 했지만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용감하게 떠나왔답니다.

과천을 출발하자마자 눈물이 터져 서해 대교를 지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던 딸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펑펑 울었지요.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져요. 

완도가 얼마나 먼 곳인지 지도상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었지만 사실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사하던 날 서해 대교를 지나던 남편이 이제 네 시간 반 정도만 가면 된다는 말에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도착한 완도는 정말 조용했습니다.

 완도에서의 일주일은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보냈습니다. 걸어서 30분이면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기에 하루에 한 군데씩 탐험하는 기분으로 아이들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완도라는 작은 동네에 정이 들기를 기대했지요.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완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이 입학과 함께 큰 아이도 3학년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퍼부어대지만 아이들은 이사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답합니다. 벌써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도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제 슬슬 마음을 놓아야 할까 봐요.

사실 아이들보다 엄마인 제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어 걱정이랍니다. 저도 곧 적응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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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기쁘고 행복해 흘린 눈물이겠지요. 제가 다 뻐근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군요. 걸어서 30분이면 다 갈 수 있는 곳,
완도, 가보고 싶은 섬입니다.

하늘바람 2007-03-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엄청 어려운 결단을 하셨네요 다들 과천으로 못가서 안달이던데
완도라~
저도 꼭 가보고 픈 곳이었어요.
소나무집님은 누구보다 잘 적응하실 수 있을 거에요.
완도 소식 자주 자주 전해주셔요

홍수맘 2007-03-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라~. 제주도랑은 또 다른 느낌이겠죠?
자연을 즐기시다 보면 님도 금방 적응하시라 생각되네요.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7-03-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놀러 오세요. 안내는 책임질게요.

씩씩하니 2007-03-0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딸아이..생각에 갑자기..저도 눈물이 나네요...
그래도..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님의 가족들이...예쁘게 자리 잡아가는 것같아,,,
얼마나,,반가운지...
님....님도 빨리 적응하시길 제가 기도할께요...


2007-03-08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7-03-12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랬군요..
이사가신거였군요..벌써 적응 다 되셨지요??
아이들이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즐겁게 도시에서 처럼 문화의 혜택을 누리진 못해도 자연을 많이 접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즐겁게 지낼거라 믿어요..
인심 후한 남쪽..남쪽으로 가셨군요...
적응 잘 하셔서 날마다가 감사와 기쁨이 넘치시길 바랄께요..

소나무집 2007-03-13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 혜택은 조금 미뤄두었다가 누릴려고 해요.
 

아들<유아체능단을 졸업하는 아들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지우가 마지막 셔틀 버스를 탄 날, 매일같이 "빨리 빨리"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건만 오늘은 지우도 서둘러 준비하는 폼이 마지막 하루를 잘 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셔틀 버스를 태우고 돌아서는 발길이 어째 섭섭한 아침입니다. 아마도 체능단 마치고 멀리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이 더한 듯하네요.

아기 때부터 몸이 약했고 병원 드나드는 게 큰 일이었던 지우, 네 살 때까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엄마의 애를 태웠던 지우에게 유아 체능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단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지요. 여섯 살 일 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은 뒤처져도 많이 건강하고 씩씩해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곱 살 반으로 올라가는 데 주저할 일이 없었답니다. 진급하자마자 제주도에 갔다가 큰 사고가 나서 한 달 동안 그곳 병원에 있을 때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모든 게 엄마 탓인 것만 같아 제 원망만 하며 병실을 지켰지요. 그때 자주 전화를 주시며 지우의 안부를 묻고 친구들 소식을 전해 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답니다.

사실 뇌를 다쳤다는 사실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는 체능단이 너무 위험해 보였고 그만두어야 하나 몇날 며칠을 고민했지요. 그러다가 스케이트만 빼고 그냥 다니기로 했습니다. 지우가 일반 유치원에 가는 걸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죠. 그만큼 유아 체능단은 지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답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재혁이와의 사건, 덩치도 큰 아이한테 맞아서 얼굴이며 몸에까지 상처를 만들어 가지고 돌아온 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만 아는 이기심으로 가득찬 엄마들 때문에 마음이 참 혼란스러웠지요. 사실 이웃의 아이가 잘 자라야 내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때를 잘 넘겨준 선생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네요.

얼마 전 참관 수업에서 본 지우의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꾸러기였습니다. 1학기를 보내면서 점점 장난이 심해진다 싶었지만 아무리 지적을 해도 고쳐지지 않더군요. 지우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이 그렇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표현인데 괴롭힌다고 오해를 해서 지우가 슬퍼하는 걸 종종 보았지요. 앞으로 학교에 가서도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 같은데 사실 걱정이랍니다.

늘 아기 같고 모든 게 굼뜨고 늦지만 세상을 사랑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소원합니다. 유아 체능단에서의 생활이 그 모든 밑거름이 되겠죠?  이제 지우가 졸업을 합니다. 장난꾸러기 지우를 위해 애써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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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선생님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요...이렇게 사랑이 가득 담긴 님의 편지가 선생님에게 큰 선물이고 보람이겠지요...
예쁜 마음으로 보아주는 님의 마음도 감사하게 생각하실꺼 같애요,선생님 입장에서...
지우가 정든 친구들 모두를 두고 떠난다는게 조금 서운하기도 하겠지만,,,모두 잘해내리라 믿어요...
님..화이팅하시구요...참,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프레이야 2007-02-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지우가 유치원을 졸업하는군요.
이제 초등생이 될 아들 보며 님도 많이 설레겠어요.
님의 진심이 담뿍 담긴 감사의 편지가 선생님께도 힘이 될 것 같아요.
설 잘 보내셨지요? ^^

하늘바람 2007-03-0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 졸업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제 사랑스런 지우가 초등학생이 되었네요. 학부모님이 되셨어요,
축하드려요, 님
 

우리 가족은 친정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촌 체험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풀무 생협의 채소와 과일을 주문해 먹으면서도 그곳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내 고향 어느 한 자락과 비슷하려니 생각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일요일 오후 고속 도로를 달려 도착한 홍성의 저녁은 너무나 고즈넉했다. 마을 정보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어느 산사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농사 짓는  집의 딸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 논은 스쳐 지나가는 또 하나의 풍경일 뿐이었다.  그리고 매일 밥상에 오르는 밥에 대해서도 부모님이 애써 농사 지은 결과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논생물 조사 프로젝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다 아는 건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이틀째 되는 날 아이들과 함께 논두렁을 걷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쳐  지나쳤던, 다 안다고 생각했던 자연,  그 속에는 내가 모르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쉬며 한 포기의 벼를 키우고, 우리 환경을 지켜가고 있었다.

논둑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짙은 초록색 벼에 매달려 있는 붉은 빛의 왕우렁이 알. 어찌나 빨갛던지 그 속에서 검은색의 우렁이가 나온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해 자꾸만 들여다보았다. 벌레 잡으러 간다는 말에 얼굴 먼저 찡그리던 딸아이도 쭈그리고 앉아 만지는 걸 보니 그 붉은 빛에 마음을 빼앗긴 게 틀림없었다. 딸과는 반대로 벌레들을 너무 좋아해 온집안을 곤충 사육장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아들의 얼굴은 어딘가에 있을 곤충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참개구리나 청개구리, 두꺼비도 실물을 만나 본 건 어린 시절 이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개구리를 손으로 덥석덥석 잡는 아들을 보며 '징그럽지도 않은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나는 일곱 살 아들만도 못한 엄마였다. 하지만 물자라, 물장군, 장구애비, 송장헤엄치개, 물방개 등 늘 그림책에서 보아왔던 곤충들을 직접 확인하며 아이들은 물론 엄마인 나도 신이 났다. 알을 지고 다니는 물자라 수컷은 산란기가 지나면 볼 수 없다는데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채집통 안에는 왕귀뚜라미 애벌레, 알집을 달고 다니는 거미, 여치, 사마귀, 노린재, 지렁이 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보니 거미가 사마귀를 잡아먹고 있었다. 결국 힘센 놈이 약한 놈들을 다 잡아먹고 말았다. 좀전에 내 손으로 잡은 살아 있는 곤충을 먹어치우는 장면은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거미가 밉다고 툴툴대는 딸아이에게 '자연 속에서 늘 일어나는 일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해주었다.

농약과 비료를 치며 다수확만을 목표로 하는 논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싶다. 일 년 내내 식탁에 올라 특별하게 주목받지 못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밥이다. 그 밥이 되는 벼를 키워내는 논 또한 천 년 넘게 우리 곁에 있으면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다. 사람이 키우는 줄만 알았던 벼를 사실은 논 속의 수많은 생물과 자연이 키워낸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번 여행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들,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아이들 또한 백로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논둑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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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7-26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에는 많은 곤충들이 있군요
아 왕귀뚜라미애벌레
생각만해도 끔직(사실 저 귀뚜라미가 가장 무섭고 싫거든요)

소나무집 2006-07-27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끔찍해하지 마세요. 왕귀뚜라미 애벌레는 꿈틀꿈틀하는 애벌레가 아니라 귀뚜라미 작은 놈처럼 생겼습니다.

씩씩하니 2006-07-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꾸만 그런 자연들에 관심이 커가는 것 같애요.,,밥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도 최근인것 같구요...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추억만들기 해주신것 같애요,,,
느림의 미학,,,,,,,,,,,,그걸 알면서 울 애들도 자라주었음,,,소망해봅니다...

소나무집 2006-08-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어른을 따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되지요?
 

내 남편에게는 가족 외에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산과 영화와 만화와 잠자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막강한 라이벌이 나타났다. 바로 마라톤이다. 주말이면 일단 낮잠을 서너 시간 푹 자고 일어나야 남편 구실에 아빠 구실을 하던 그였는데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그는 낮잠 대신 운동화 끈을 매고 훌쩍 나가버렸다.

나름대로 아빠와 함께할 주말 프로그램을 잡아놓으면 마라톤 대회가 있다며 약간 미안해하긴 했다. 한두 번은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했다. 나쁜 짓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강릉, 춘천, 원주 등 자꾸 지방 대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내 눈밖에 나고 말았다. 지방에서 뛰자면 1박 2일이 보통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빠 없는 주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함께 강릉도, 춘천도, 원주도 나의 미움을 사야 했다.

지난 달부터 그는 또 하나의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뭐라 하는데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한 번 연습하러 나갔다 하면 서너 시간을 뛰고 들어오는데 지치는 건 남편이 아니라 집에서 기다리는 나였다. 마라톤화도 새로 사고, 회사에서 늦게 들어온 날도 몸풀기 운동에 동네 체육 공원 몇 바퀴는 빠뜨리지 않고 돌았다.  아내가 심통이 잔뜩 나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나름대로 대회 준비를 열심히 했다.

내가 그를 위해 한 일은 일주일 동안 불고기  두 번 해준 것밖엔 없다. 대회 이틀 전에야 그게 어디서 열리는지, 어떤 대회인지를 알았다.국제 마라톤 대회 겸 동아 마라톤 대회라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회. 그 대회 텔레비전 중계하는 대회 아니냐고 했더니 맞는단다. 그는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완주, 42.195킬로미터. 난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단 1킬로미터도 뛰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저 마라톤 선수들이나 뛰는 거리인 줄 알고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아이들과 함께 응원을 나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김밥도 싸고 과일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선 응원길은 무척 추웠다. 갑자기 이 남자가 무슨 옷을 입고 뛰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주최측으로부터 받아온 티는 분명 반팔티에 반바지였기 때문이다.

잠실 운동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 내가 아는 이도 한 명 끼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도착점에 서서 아무리 둘러봐도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출발한 지 네 시간이나 지났는데 중간에 포기한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벌써 연락이 왔을 텐데...  아이들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남편은 어디쯤 뛰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걱정 속에 한 시간 반을 서성댔나 보다. 어디선가 아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었다. 추위에 빨갛게 얼어 있었지만 가족을 발견한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정말 처음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그에게 했다. 무사히 그곳에 와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나의 끈질긴 구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고 완주에 성공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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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Ndoit 2006-03-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넓으시네요. 근데 댁에 남편도 그런 맘을 아시나요?

책숲 2006-10-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남편이 한강황단수영대회 나간 날이 생각나는군요. 황금같은 휴일에 고수부지 땡볕에서 강 건너간 남편이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던..그래도 메달걸고 자랑스럽게 나타난 얼굴을 보니 웃지않을수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