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우리집에 초대했던 트리샤와 브라이언을 제주도 가는 배에서 만났습니다. 엥, 우리가 이 사람들이랑 인연이 있군 싶어 말도 안 통하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두 사람은 제주도 여행이 벌써 두번째라고 하더군요. 두툼한 한국 여행 가이드북을 두 권씩이나 들고 다니며 구석구석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들 덕분에 배를 타고 가는 세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답니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땐 말 한마디 안 하던 딸아이도 제법 이것 저것 물어보며 친한 척을 했구요. 여기서 밥 한 끼 대접한 보람이 마구 느껴졌다는...

추석에 대한 이야기 끝에 제가 우리 시댁에 와서 송편 만들기 체험을 하겠냐고 제안했더니 무지 좋아하데요. 그래서 카약 타고 와서는 송편을 만들었답니다.


배에서 만난 브라이언과 트리샤. 항상 스마일이라서 만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



어머니가 우리 놀러 나간 사이에 미리 재료 준비를 끝내놓으셨더군요. 그래서 외국인 손님 오자마자 과일 한쪽씩 먹고는 바로 송편 만들기 시작했지요. 알아듣거나 말거나 어머님의 송편 만드는 방법 강의가 시작되고. "요렇게 해봐. 아이고, 잘했어, 그래 그래."



이런 거 생전 처음 만든다는데 제법 만들어서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브라이언은 캐나다 국기에 있는 단풍잎 모양 송편도 만들고 그랬어요.  



우리 조카들도 집으로 외국인이 온 게 너무 신기해서 쳐다만 보더니 송편 만들면서 아는 영어 한마디씩 해보기도 하데요. good!  thank you! 이런 거.


브라이언이 만든 송편. 지금 보니 손도 예쁘네.

두 사람은 저녁 먹은 후 각자 만든 송편까지 쪄서 먹고는 숙소로 돌아갔어요. 뭐 물어 보면 맨날 원더풀이라고 해서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떡도 정말 잘 먹는 거 있죠.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추석이 신기했는지 그들도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했어요. 브라이언과 트리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겠죠?

우리 어머님은 외국인 손님 두 사람 왔다 갔는데 손님 30명은 치른 것 같다고 그러시데요. 겉으로는 안 그래 보였는데 처음 맞이하는 외국인 손님이라 긴장 좀 하셨나 봐요. 이래 저래 즐거운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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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09-1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경험시켜드리셨군요..아..멋져요..^^&추석 연휴 잘 보내고 오셨군요.

소나무집 2008-09-18 11:44   좋아요 0 | URL
아마 어머님도 새로운 경험이라서 그러셨나 봐요.
너무나 평범하게 사는 분들이라
외국인이 집에 온다는 건 아마 큰 사건이었지 싶어요.
젊은 시절을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는 그들이 마냥 부러운데 님의 말처럼 용기는 없고 두려움만 커서 이렇게 안주하는 삶에 만족한다니까요.
 

우리 가족은 금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갔기 때문에 추석 전날 여유가 있었답니다. 우리 시댁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명절 음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어머님께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셨어요. 딱 차례 지낼 만큼만 하신다구요.

해마다 전 붙이는 데 세 시간은 걸렸는데 올해는 한 시간도 안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시댁에 가서 놀기만 하다 온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어머님은 칠십 평생 이렇게 음식을 조금 한 게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로 많이 줄였다는데 내 눈엔 사실 그것도 많아 보였다지요. 

그리고 놀기 좋아하는 우리 시아주버님 덕분에 더 즐거운 추석이 되었어요. 시아주버님은 이미 계획을 다 짜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처음엔 나는 집에 남을 생각이었는데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보살피라는 형님의 엄명(?)을 받고 같이 가게 되었지요.

그래서 남들은 전 붙이느라 땀나고 있을 시간에 우리는 함덕 해수욕장으로 출발! 해수욕이 아닌 카약을 타러 말이죠. 카약은 내게 그게 뭐였더라 싶게 생소한 해양 스포츠였어요. 몸치에 숨쉬기 운동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운동인 줄 알고 사는 나는 애초에 그걸 탈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이들 보호자로 동행한 거지요.


처음 가본 함덕 해수욕장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남태평양 어느 섬 풍경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답니다. 철 지난 바닷가를 찾아온 외국인 몇 명도 눈에 띄었구요.



요 구름다리를 사이에 두고 함덕 해수욕장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요.



드디어 카약을 타기 위해 준비 운동중입니다. 잘 훈련된 조교를 통해 노 젓는 법도 배우고요. 조교들이 이곳 사장님 아들이라네요. 이 조교 중 하나가 따라다니며 사진까지 찍어주었답니다. 이곳 사장님이 카약을 타고 서해를 거쳐 여의도까지 가셨다고 해서 모두 얼마나 놀랐는지...



우리 딸과 큰 조카. 4학년, 3학년인데 제법 호흡을 맞춰 노를 잘 저었어요.




앞에 앉은 아이가 우리 아들, 얼굴 보이는 아이가 조카. 둘 다 아홉 살인데 원수처럼 으르렁대다가도 저희 딴에 제법 진지한 토론도 하고 그래요. 특히 곤충에 대해.



노젓기가 서툰 이 아홉 살 아이들은 서로가 네 탓이라며 싸우더군요. 나중에 남편과 조카가 자리를 바꾼 후에야 평화가 찾아왔지요. 망망대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에요.



가운데가 저예요. 처음엔 여섯 살 조카를 앞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였는데 아홉 살짜리들이 싸우는 바람에 멤버 교체.

아이들이랑 타니까 멀리 갈 수 없어서 나중에 아이들 해변에 데려다놓고 남편이랑 둘이서 사진 끝에 보이는 섬을 돌아왔는데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제가 남편에게 제주도로 시집 온 보람을 느꼈다고 했을 정도로 환상적인 체험이었답니다. 안 해보던 것도 해보고 살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네요.

제주도 가시는 분들 함덕 해수욕장 가서 꼭 카약 타고 오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비용도 즐거움에 비하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구요. 어른 13,000원이고 아이들은 50% 할인해 준대요. 갈아 입을 옷도 빌려주니까 옷 젖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혹시 가실 분들을 위해 전화번호 알려 드릴게요. (제주 카약 체험 011-679-4466)


샤워를 하고 나와서 우리 가족끼리 폼 한 번 잡아 보았어요. 남들이 보면 우리 엄청 돈 많은 사람들인 줄 알 거라면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체험이었나 봐요. 이젠 아이들 성화에 제주도 갈 때마다 카약 타러 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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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9-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있네요.
저는 동강에서 딱 한 번 래프팅을 해본 것이 전부인데
바다도 사람들도 너무 근사합니다.
제주도에는 아쉽게도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가게 되면 꼭 해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8-09-17 15:27   좋아요 0 | URL
말로만 듣던 동강 래프팅을 해보셨구나.
그런 건 저랑은 거리가 아주 먼~~ 나라 사람들 이야기인 줄 알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낯선 것에 대한 멀미증이 있어서 뭘 안 해요.
그런데 이번에 카약 타기 정말 좋았어요.
제주도 가면 꼭 타보세요.
너무 추운 겨울만 안 한대요.

BRINY 2008-09-1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에서 카약 체험을 할 수도 있군요~ 성수기 여름철에 가는 것보다 가을에 가서 저런 것도 해보는 게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8-09-17 09:20   좋아요 0 | URL
저도 여름 제주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시댁이 있어 자주 가다 보니 여름이 제일 안 좋더라구요.
너무 덥고 끈적거리고 비도 많이 오구요.
아이들도 어른도 다 좋아했어요. 나이 상관 없이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가 싶어요. 위험하지도 않고요.

죠스 2009-03-2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쥔장임당~~~ 소개하시는 분들께 50% 할인해 드릴게요^^
올해는 4월초부터 10월말까지 합니다 많이 놀러 오십서~~~~~!!!

소나무집 2009-03-28 08:41   좋아요 0 | URL
아니, 멋쟁이 사장님께서 다녀가셨네요.
또 가겠습니다.
 

40일의 방학이 길다는 생각을 올 여름 처음으로 했어요.
방학이 되자마자 휴가 보내러 오는 지인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서울, 대구, 천안, 제주 , 제주, 제주 .....

오는 분들은 한 번뿐이지만 저는 계속인지라
누가 온다고 할 때마다 은근 스트레스 받았답니다.
모두 "이게 몇 년 만이냐"면서 오는 분들이라 한 끼 식사 대접은 기본으로 해야 되구요.
또 남편이 자기 친구나 아주 가까운 사람은 집에서 식사 대접 하는 걸 원하니 매정하게 안 된다고도 못하겠더군요.
제 친구들도 오는데 그때 생각해서 말이죠.

학원이라곤 딸아이가 미술학원 일주일에 세 번 가고,
아들은 태권도 학원 하나만 가니 갔나 싶으면 바로 오더군요.
두 아이랑 붙어 있으면서 일주일에 4일은 독서지도 수업 한 팀씩 해야지...


머리와 가슴 속에 여유가 하나도 없이 살았어요.
이제야 휴~~~입니다.

그동안 읽고도 서평 못 쓴 책이 여러 권이네요.
이젠 개학 했으니
슬슬 써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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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8-09-0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댁이 완도에 있으니 여름 휴가 보내러 그 쪽으로 많이들 다녀가셨군요. 집에서 식사 대접하는 거 정말 힘든데 남편분들은 그런 걸 잘 몰라주니... 날도 무더웠는데 음식 해대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독서지도까지 하시다니 개인적인 시간이 더 없으셨을 듯 합니다.
아이들의 개학이 곧 엄마들의 여유로운 생활이죠. 며칠 정도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차도 한 잔 마셔가며 여유를 만끽해보심이 어떠하온지요~. ^^

소나무집 2008-09-03 14:55   좋아요 0 | URL
"우리 서방님은 사람이 안 오는 것보다 와 주는 게 더 고마운 거야"라고 말해요. 반찬 걱정 하면 "그냥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하면 되잖아" 그런데요, 딸랑 그거 하나 밥상에 올려놓을 수는 없으니 걱정이지요.
 

작년 초 완도로 이사를 온 후 내내 정을 못 붙이고 외롭게 보냈는데 9월 초에 남편 입사 동기가 발령을 받아 이곳으로 왔다. 가족이 모두 이사를 왔는데 그 집에도 2학년, 4학년 아들 형제가 있어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오늘 딱 일 년 만에 그 가족이 지리산이 있는 남원으로 이사를 갔다. 짐 싸는 동안 우리 집에 와 있던 그 집 아이들과 우리 두 아이는 이별을 앞둔 거 맞나 싶게 시끌벅적하게 놀아댔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떠나가는 친구들에게 아들이나 딸이나 "잘 가!" 한마디로 끝이었다. 섭섭한 구석이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저것들이 일 년 동안 붙어 놀았던 거 맞아 의심이 갈 정도였다.

아빠의 직장(국립 공원이 전국에 있으니)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니던 아이들이라 친구랑 헤어지는 것도 이젠 큰 일이 아니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승진해서 떠나는 거라 섭섭한 마음 대신 축하의 인사를 건넸지만 하루 종일 마음이 허전하다. 한켠엔 우리는 언제 떠나려나 하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있고. 나이 차이(내가 네 살 위지 아마)를 떠나 아이들 학년이 같다 보니 엄마들끼리도 잘 지냈는데...

한동안 외출할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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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8-2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이틀 놀러왔다 가시는 분들도 보내기 섭섭하고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맘이 이상하던데 잘 지내시던 이웃이 떠나니 많이 허전하시겠어요.
더 좋은 이웃이 들어와 그 빈 자리가 어서 메워지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8-09-01 13:04   좋아요 0 | URL
좀 허전한데 저도 늘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는지라
이곳 분들은 안 사귀어지네요.

아영엄마 2008-08-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완도 가신지 그리 오래된 편이 아니어서 오래 사귄 이웃이 없으실텐데, 가까운 이웃이 떠나 한동안은 마음이 많이 허전하시겠어요.아이들도 내색은 안 해도 자주 어울리던 친구가 떠나서 서운하지 않겠어요. (그럼 이제 다른 분이 발령받아 오시는 건가요?)

소나무집 2008-09-01 13:06   좋아요 0 | URL
이미 다른 분이 왔는데 가족은 안 왔어요.
아이들 학교 다니 전까지는 같이 다니는데
아이들 고학년 되면 아빠만 다니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도 작은 아이 중학교 다니기 전까지만 따라 다닐 생각이에요.

치유 2008-08-29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쩌나..그 맘 저도 알아요..토닥 토닥...

소나무집 2008-09-01 13:06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세실 2008-08-3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으로 다니시는군요. 충북에서만 움직여도 이동거리가 많은데.....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잘 지냈으니 많이 서운하시겠네요. 좋은 분 만나시길....

소나무집 2008-09-01 13:0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서울에서 오래 산지라 마음은 늘 서울에 있답니다.
 

오후에 소안도에서 나오니 6시 30분이었다. 원래는 6시 전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배시간이 예상과 맞지 않는 바람에 늦어졌다. 7시에 특별한 손님들이 오기로 약속되어 있어서 마음이 바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식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특별한 손님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손님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완도에도 영어 마을이라는 게 올해 처음 생겼는데 남편이 그곳에서 몇 번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들을 초대하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덜컥 약속을 잡아버렸다.

원래는 지난 주에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우리 가족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눈병에 걸리는 바람에 약속을 몇 번이나 취소시켰다. 그래서 어제 소안도에 가기로 한 날인데도 그들이 시간이 된다고 하기에 약속을 잡은 것.

한번도 외국인이랑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도, 밥상 앞에 마주 앉아 본 적도 없는 촌스런 아줌마가 그들을 초대하기로 한 건 아이들에게 외국인이랑 만날 기회를 주자는 속셈이 사실은 깔려 있었다. 우리는 영어 연수 그런 거 못 가니까 외국인을 집으로 부른 거라고 했더니 얘들이 진짜 믿는 눈치다.

캐나다인 트리샤와 브라이언. 올해 3월 처음 한국에 왔고 친구 사이라고 했다. 트리샤는 성격이 명랑하고 아주 자상했다. 한국말을 거의 할 줄 몰라서 영어만 썼는데 우리가 못 알아들으면 쉬운 단어를 골라서 다시 설명을 해주곤 했다. 나야 뭐 영어를 거의 못하니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다가 웃으면 같이 따라 웃기나 했다는... 

요 양반들 초대해놓고 요리에 별 재주가 없다 보니 어떤 음식을 준비하느냐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다 잘 먹는다기에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음식 몇 가지를 하기로 하고 아침에 소안도 가기 전에 대충 준비해놓았다.


무쌈 요리. 재료 사다가 썰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정말 간단했다. 파프리카랑 보라색 양배추가 색깔을 한껏 화려하게 해주었다. 참깨 소스랑 머스터드 소스도 슈퍼에서 파는 거 그냥 사 왔다. 요기에다 아침에 미리 만들어놓은 잡채랑 양념 불고기를 함께 내었더니 이 손님들 현관문 들어서면서부터 원더풀 원더풀이었다.

무쌈은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이 손님상 차리기에 딱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양반들에게도 인기 최고였다. 트리샤는 밥은 거의 안 먹고 야채를 좋아한다며 요거랑 불고기만 먹었다. 김치도 아삭아삭하다며(크런치라고 했다) 잘 먹었고, 브라이언은 서툰 젓가락질로 잡채를 잘 먹었다. 포크를 줄 걸. 어제는 그 생각을 왜 못했나 몰라. 



식사중에 함께 마신 복분자 와인. 함평 나비 축제 갔을 때 사 온 건데 이번에 아주 요긴하게 썼다. 술을 따라줄 때마다 어찌나 땡큐를 연발하던지...  사실은 내가 편안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말이어서 더 좋았고.



밥상을 치우고 녹차를 함께 마셨다. 트리샤랑 브라이언이 오면 써 먹겠다고 미리 연습도 하더니만 입을 꽉 다물고 있던 딸아이. 


늘 설쳐서 걱정이던 아들이 외국인이 오자 방으로 숨어서 나오지도 않았다. 정말 우리 아들이랑은 안 어울리게 웃기는 행동이었다. 외국인이라고 낯을 가리다니... 밥 먹자고 간신히 끌고 나왔더니 어찌나 얌전하게 앉아서 밥을 먹던지... "아들아, 평소에도 좀 그래 봐라!"

외국인과의 식사가 처음이었는데 긴장도 안 되고 이래도 되나 싶게 편안했다. 그들과 보낸 2시간 30분이 즐거웠다면 남편이 영어를 잘했나 보다고 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대화를 하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갔을 뿐이다. 

트리샤와 브라이언을 보내놓고 딸아이가 한 말이 명언이었다. "밥을 함께 먹으면 친구가 된다더니 트리샤랑 브라이언이 친구 같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이젠 만나면 인사라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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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8-0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무쌈요리가 대단해 보이는 걸요. 외국인손님들 표정도 참 편안해 보여요.
아이들 얼굴도 오랜만이구요. 소나무집님 여름 잘 보내세요^^

소나무집 2008-08-05 10:19   좋아요 0 | URL
무쌈도 사온 거죠, 야채도 생으로 썰기만 하면 그만이에요.
트리샤랑 브라이언은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더라구요.
밴쿠버 같은 대도시에 살다 왔는데도 이 시골 생활을 견디는 걸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아영엄마 2008-08-0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무쌈 요리가 쉬운 거라니 언젠가는 도전을!!.. 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도 잘 먹을까요? ^^;; 저도 외국인 앞에서면 입이 꾹~ 다물어져요. (^^)> 같은 아파트 사신다니 왕래가 있다 보면 아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울렁증이 안 생기겠어요.

소나무집 2008-08-05 10:23   좋아요 0 | URL
님, 진짜 쉬워요. 한번 해보세요. 사다가 썰어놓기만 하면 되거든요. 야채 싫어하면 아이들 좋아하는 햄이나 맛살 같은 걸로 응용해도 좋구요. 저도 이번에 처음 해보았어요.
영어를 떠나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종종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치유 2008-08-0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경험을 골고루 다하시네요..무쌈도 잊지 말고 기억해 둬야겠어요.급할때 써먹게요..^^&

소나무집 2008-08-12 09:46   좋아요 0 | URL
요즘에야 완도가 좋아지고 있어요. ㅋㅋㅋ
무쌈은 시간 없을 때, 갑자기 손님 올 때 폼나게 마련할 수 있는 요리예요.
사실은 요리랄 것도 없어요. 예쁘게 담기만 하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