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이 지우 생일이었어요. 그 날 트리샤랑 브라이언을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먹었답니다.

완도에 친구가 없는 두 사람은 우리가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전에도 몇 번 와서 밥을 먹고 갔어요. 지우 생일날 주메뉴는 잡채랑 돼지갈비찜이었어요. 두사람이 잡채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자꾸 하게 돼요.

브라이언은 엄마가 해준 갈비가 생각난다며 맛있어 먹었답니다. 다 큰 어른인데도 엄마 생각난다고 하는 걸 보니 서양 사람들의 감정도 우리들이나 비슷한가 봐요.


Happy birthday to you~ 생일 축하 노래를 원어민이 불러주니까 기분 묘하던데요. 선물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는데 동물 캐릭터 모자랑 스카프 두 장을 가지고 왔더군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스카프는 아무래도 저를 위한 것 같았구요.



우리 아들 개구쟁이라는 거 다 표 나지요? 트리샤는 지우를 보면서 정말 즐거워하는데 브라이언은 약간 귀찮아하는 듯해요. 그런데도 지우는 브라이언한테만 놀자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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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1-2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야,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저도 며칠전에 정성이한테 너구리 인형 모자 사줬어요. 참 이쁘죠? ^^
귀찮아 하는 브라이언한테 놀자고 권하는 지우를 생각하니 '쥬라기 공원'이 생각나네요. ㅎㅎ

소나무집 2008-11-25 09:17   좋아요 0 | URL
지우는 브라이언만 오면 장기를 두자고 했어요.
처음에 하나도 몰랐는데
지우가 막무가내로 하라고 하는 바람에 조금 배운 듯해요.
지금쯤 캐나다 가 있겠네요.
 

아들 아이가 60이 넘은 할아버지 선생님한테 구타라고밖에 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하고 열흘이 지났네요. 그동안 학교며 교육청이며 쫓아다니느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아직도 가슴 위에 바위 한 덩어리 올려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순오기 님이 페이퍼에 썼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아이랍니다.)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냈지만 제가 요구한 담임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마무리되고 있네요.
그렇다고 제가 담임을 용서한 건 아니구요.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제가 한 발 물러섰어요.

내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둔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어찌나 용서를 비는지...
퇴임하는 마당에 자신의 명예에 흠이 갈 것 같아 그런 거겠지요?

사실 제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교감선생님이셨어요.
저를 따로 불러 교장이 뭐라고 해도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같은 선생님 입장에서 하기 힘든 말이었을 텐데
제게 힘을 실어주는 교감선생님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의 담임을 더이상 상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담임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어요. 제게 용서를 비는 말 끝에 제초제 먹고 교실에서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그걸 보는 순간 그냥 헛웃음만 나왔어요.
진짜 죽을 사람 같으면 그런 말도 안 하겠지요?
어떻게 학부모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답니까?
이 사람은 용서고 뭐고 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교장선생님이랑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이 문자를 보여주면서
선생 자격도 없고 단 하루도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상대할 가치조차 없어서...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그렇게 굴욕적으로 살아보라고.
그런 사람이 40년 가까운 세월 아이들을 가르쳤답니다.

지난 금요일 교장선생님 입회하에 아이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구요,
교장실로 불려와 제 앞에서도 사과를 했구요,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을 문서화해 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했습니다.
아마 그 요구는 이번 주내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내 아이의 일이라서 이렇게 용감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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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에 아이가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래도 니밍 보여주신 용기와 그 모습이 아이에게 힘이 될 거예요. 당장 처벌을 하든 안하든 아이에겐 엄마가 있다는 힘이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 맘이 어땠을지 그리고 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저도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정말 그분이 나이가 많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네요

소나무집 2008-11-17 19:06   좋아요 0 | URL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내 아이의 일이기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뛰어다니면서 독한 학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그래서 다시는 우리 아이처럼 맞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면서요.

2008-11-17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11-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님. 할 말이 없어요.
이건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애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같이 화내고 같이 슬퍼해할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에요 ㅠ.ㅠ
아이 맘 많이 다치지 않도록(이미 맘 상할만큼 상했겠지만요..) 잘 다독여 주시고 소나무님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맘 푸세요.
아이에게 엄마는 영원한 빽그라운드에요. 여인은 연약해도 엄마는 용감하다는말, 소나무님보고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소나무님.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8-11-19 09:01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고 나니 괜히 한 발 물러섰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본보기로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켰어야 정신을 차렸을 것 같은데...
제가 언론까지 부른다며 처음부터 세게 나갔더니 교육청에서도 제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렇게 용감해질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맞는 아이들이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세상도 변하고 부모도 다 변했는데 아직도 10년 전 20년 전처럼 부모와 아이들 위에서 군림하려 드는 선생들이 너무 많아요.
선생들한테 반성 좀 많이 하라고 했어요.
그동안 제 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이 들었어요.
 

요즘 완도군 문화관광해설가 강좌를 들으러 다닌답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하루도 빨리 가고 일주일도 금방 가버리는 것 같아요.

문화관광해설가를 하든 안 하든 참 좋은 강좌를 듣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있어요. 공부가 체질인 듯...
문화재 전반에 관한 공부를 포함해서 완도의 역사와 섬 지명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까지
그동안 몰랐던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이미지 메이킹, 대인 관계, 나를 다스리는 법, 행복한 삶을 위한 웃음에 대한 강의....
어제 있었던 웃음에 관한 강의는 정말 즐거웠어요.
돈 안 들이고 건강과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게 바로 웃음이라는 사실 여러분도 기억하세요. 그리고 많이 웃으세요.

다음 주에는 답사도 가야 되고,
스토리텔링 대본 써서 발표도 해야 되고
그 다음 주엔 시험도 봐야 되고...
준비하려면 주말이 좀 바쁠 것 같네요.

더구나 총무까지 맡아서 할 일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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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0-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지내시는군요.
좋은 강좌 들으신다니 부럽습니다.
답사도 잘 다녀오시고, 대본 준비도 잘 하시고, 시험도 잘 치루시고요.
건강 잘 살피면서 바쁘세요~ ^^
 

친구들 다 내집마련하고 집 늘려가는데
우리 부부는 재테크에 관심도 없고 '오늘 하루 행복'을 위해 살다 보니 결혼 10년이 넘어가고...
이러다 내집마련 한 번 못해 보겠다 싶어 완도로 내려오기 전에야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10월 말이 입주일이구, 지난 토요일이 입주민에게 처음으로 아파트를 공개하는 날이었어요.
너무 멀다 보니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참에 
전세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그 날로 날짜를 잡고는 올라갔어요.
분양가의 반이 은행빛이다 보니 전세가 빨리 나가준 것만도 감지덕지.

요즘 새 아파트 정말 좋데요.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기는 했지만 이미 2년 전이라 제대로 기억도 안 났는데...
방마다 붙박이장이 있구요. 거실 한쪽 벽은 대리석이구, 베란다 확장 공사까지 해서 35평이 45평은 되어 보이고...
특히 안방에는 드레스룸이 따로 있어서 장롱이니 화장대 같은 것 아예 필요없구요,
주방도 한 면을 전부 수납장으로 만들어서 수납 걱정도 없고
주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반찬냉장고, 쌀통, 미니 액정 텔레비전까지 붙어 있더라는...
그런데 요집이 우리가 살 집이 아니고 전세를 줄 예정이다 보니 그림의 떡이더라는 얘기죠.

전세 들어올 사람은 신혼 부부인데 뭔 짐이 얼마나 많은지 그 집을 보고도 짐이 다 들어갈까 걱정을 하데요. 우리 신혼 때 생각하면 대궐이더구만.

사실 저는 직접 살 집이 아니어서 내집마련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데
남편은 처음 자기 이름으로 집이 생기니까 좋은가 보더라구요.
전세계약서에 도장 찍으면서 기분이 좋았다는 거 보니까요.

집계약하고 태안 친청으로  내려갔어요.
친정아버지 생신이 있어서 주말에 형제들이 다 모이기로 했거든요. 
10시간 이상 운전한 남편은 피곤해서 죽을 지경인데 식구들의 축하에 술에...
그리고는 어젯밤 다시 완도로 내려오니 월요일이 좀 피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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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0-1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흰 언제 집살지.

소나무집 2008-10-14 09:22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님, 저도 결혼 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어려웠어도 그때 저질러놓았어야 하는데 싶더라구요.
늘 내집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살다 보면 기회가 올 거예요.

무스탕 2008-10-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비록 새 집에 들어가서 사시는건 아니더라도 '내 집' 이라는게 있다는 자체만으로 많이 든든하시죠? :)

소나무집 2008-10-14 09:28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전세가가 결국 빛인지라 든든까지는 아니고요.
남편 직장이 떠돌이다 보니 그 집에 들어가 살 일도 없을 것 같구 그래요.
그래도 남편 좋아하는 모습 보니 흐뭇해요.

홍수맘 2008-10-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축하드려요. 저희가 결혼 10년에 이사를 5번이상 해봐서인지 그냥 맘편히 쉴 그야말로 내집이 있다는게 든든한 "빽" 같더라구요.

소나무집 2008-10-14 09:28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에요, 홍수맘. 그동안 많이 바쁘셨나 봐요.추석에 제주도 가서도 님 생각 했는데...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지금 당장은 들어가 살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지만 '빽' 하나 마련했다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금리가 장난이 아니라서 전세돈 받아서 은행 빛 갚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2008-10-15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10-17 12:2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주소는 접수했고요. 담주 월요일쯤 보낼게요.

실비 2008-10-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저희집도 우리집 갖는게.. 소원인데...
정말 잘되셨네요.. 축하드려욤^^

소나무집 2008-10-17 12:3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반이 빛이에요. 돈 모아지기 기다렸다가는 죽을 때까지도 집장만 못 할것 같아서 저질렀어요.
 

일요일 저녁에 브라이언과 트리샤가 놀러 왔어요. 몇 번 만나고 나니 이젠 진짜 이웃이 된 느낌이 듭니다.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더니 이 처녀, 총각 한 끼 해결하겠다 싶었는지 바로 왔더라구요. 배 두 개 들고서요.

이번에 선택한 음식은 비빔밥. 비빔밥은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면 할 수 있는 음식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재료를 채 썰어서 따로따로 볶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비빔밥은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음식이라기에 신경을 좀 썼어요. 다섯 가지 나물에 달걀 흰자랑 노른자 분리해서 지단 붙이고, 쇠고기까지 갈아서 양념했네요. 매운 거 못 먹을까 봐 양념도 고추장이랑 간장 두 가지 준비했어요. 평소 우리 식구끼리 먹을 땐 절대 이렇게 안 합니다.

식사 준비가 다 끝나기도 전에 브라이언과 트리샤가 오는 바람에 사진 안 찍으려고 했는데 딸아이가 이렇게 두 컷을 찍어놨네요.





비빔밥만 하면 상이 너무 심심해서 국물 대신 뚝배기에 계란찜 하나 하고요, 김치전을 붙여 같이 주었더니 다 잘 먹던데요. 브라이언은 I am so hungry. 하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어서 음식 차린 보람이 느껴졌어요.

이 사람들이랑 밥 먹으면서 느낀 건데요. 우리 나라 손님 접대보다 외국인 접대하는 게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다리 부러지게 안 차려도 정성 들인 주메뉴 한 가지만 있으면 되니까요.

트리샤는 제가 음식 솜씨 엄청 좋은 줄 알아요. 주부 경력 10년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음식들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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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09-2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정갈하고 먹음직스러워보입니다..나두 한입~~~~~~~!

저분들이나 소나무님이나 이웃을 참 잘 두셨어요..

소나무집 2008-09-28 09:31   좋아요 0 | URL
님 가까이 계시면 자주 불러서 밥 비벼 먹고 그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