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창조자 무솔리니를 읽으며

세계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Axis Power)에 대해 수업시간에 들어봤을 것이다. 1940년 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이 군사동맹을 맺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유럽ㆍ아시아ㆍ아프리카에서 전투가 전개됐고, 이 추축국에 맞서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소련이 연합국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추축국은 세계대전을 일으켰지만, 패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보통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 기원을 중일전쟁이나 스페인 내전에서 찾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서술은 1939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이 단기간에 희생됐다. 무엇보다 히틀러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로 기록됐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따라서 파시즘에 대한 인식은 보통 나치와 히틀러와 등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파시즘의 창시자는 나치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아니었다. 바로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다. 베니토 무솔리니는 참으로 신기한 인물이다. 그는 비록 파시즘의 창시자였고, 히틀러의 선배라 한때 떠들었지만, 정작 그의 후배에 비해 전쟁에선 정말 어리석은 짓만 골라했다.

오죽하면 수많은 밀리터리 덕후들이나 역사덕후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을 밈(Meme)화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탈리아군이 전쟁에서 졸전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1940년 6월 독일이 서부로 진격을 가하여 프랑스를 점령할 당시, 이탈리아군 또한 남부 프랑스로 진격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군은 600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고, 고작 13개 마을만 함락했다. 반면 프랑스군의 인명 손실은 37명이었다. 이와같은 이탈리아군의 졸전은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제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에서도 다음과 같이 묘사됐다.

˝무솔리니의 공격은 프랑스 산악사단에 막힙니다.˝

이게 바로 이탈리아군의 현실이었다. 심지어 무솔리니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파시즘 국가인 그리스까지 침공했었다. 그러나 역으로 그리스군에 의해 격퇴당했으며, 결과적으로 히틀러가 구원부대를 보내어 점령을 마쳤다. 이런대도 무솔리니는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20~30만 명의 지원군을 독일을 위해 보내줬다. 이는 무솔리니가 정말 이탈리아 군대의 현실에 대해 매우 무감각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무솔리니를 읽으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무솔리니가 한때 사회주의 운동을 열정적으로한 사회운동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무솔리니의 태도는 극단적 국수 민족주의자로 변모했고,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까지 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무솔리니는 파시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파시즘은 극단적 반공주의와 이탈리아 민족주의가 핵심이었지만, 놀랍게도 반유대주의는 없었다. 오히려 무솔리니의 정책이 유대인을 우대하는 정책이었다는건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러나 반공주의자 답게 무솔리니는 진지하게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했으며, 이들은 지하로 숨을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안토니오 그람시처럼 옥사한 운동가도 제법 많았다. 따라서 무솔리니의 파시즘은 근복적으로 억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반동적이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무솔리니가 두체로써 집권하게 되는 과정이다. 무솔리니는 1922년 군사적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지만, 그의 군사 쿠데타는 너무나도 엉성했다. 이탈리아 국왕이 이를 진압하면 간단히 무너뜨릴 수 있었음에도 무솔리니의 호전적 행위를 방관했다. 그 결과가 바로 21년간 그가 이탈리아 전역을 통치하게 된 것이다.

무솔리니의 권력 축출과정도 황당하다. 이탈리아군의 졸전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1943년부터 영미 연합군이 시칠리아섬에 상륙하자, 파시스트 세력 내부의 반대파와 국왕이 마음먹고 그의 권력을 빼앗았으며 그를 구금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가택연금된 무솔리니를 구출하기 위해 특공대를 보냈고, 이탈리아 북부 지역 살로에 친독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다.

물론 이때부터는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군은 사실상 거의 없고, 독일군이 이탈리아 남부에서 진격해오는 연합군 병사를 상대했다. 사실 독일 입장에선 이러한 병력 투입 자체가 불필요한 병력 손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당연히 무솔리니의 어리석은 행위들 때문이다.

이 책은 1990년 대현출판사에서 출간한 ‘인물로 읽는 세계사‘ 시리즈 중 하나다. 국내에 출간된 유일한 무솔리니 전기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작년에 당선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다.

현 이탈리아 총리 멜로니는 10대 때부터 정치활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탈리아 파시즘 운동에 참여했던 멜로니는 20살이던 시절 한 프랑스측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무솔리니를 이탈리아를 위해 헌신한 영웅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봤다. 도데체 뭘 보고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서 무솔리니에 대해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무솔리니에 대해 읽으면서 든 생각이 있다. 도데체 현 이탈리아 총리는 뭘보고 무솔리니를 존경한건지하는 생각말이다. 아무리봐도 무솔리니는 참으로 무능력한 인물이다. 특히 전시 지도자로서는 정말 아무런 지도력이 없어보인다. 단순히 파시즘 이데올로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무솔리니가 이데올로기를 급 전향한 점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냥 기회주의자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 무솔리니의 생애가 궁금하다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해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이 두껍지도 않고, 사진들이 많이 들어갔으니, 읽는데 부담감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 번에는 그의 생애를 한번 정리해보도록 해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yamoo 2023-12-26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솔리니에 대한 1권의 전기도 있었군요!

NamGiKim 2023-12-26 10:07   좋아요 0 | URL
자서전이 있긴 한데, 전기는 이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1592 격전의 길을 걷다 - 7년의 전쟁, 다시 돌아보는 임진왜란사
안광획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되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김수지 지음, 윤철기.안중철 옮김 / 후마니타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 이 책이 번역됐다고? 정말 놀랍네. 또 읽어야할 책이 이리 늡니다. 명저에겐 별이 아깝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초토화 폭격
전갑생 외 지음 / 뉴스타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타파가 정말 훌륭한 일을 했습니다. 이런 책은 꼭 사서 소장해야합니다. 다시한번 뉴스타파에게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거 NL들이나 운동권들 중에 뉴라이트나 극우의 길을 간 사람들의 특징?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봄. 북한이 1990년대 어려웠던 것과 소련 및 동유럽의 붕괴를 보며, 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승리했다고 생각한거.

그래서 자본주의 성공 사회주의 실패라는 어찌보면 단순 도식화된 논리에 빠진 것. 당시 북한이 처해있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고, 미국식 물질의 기초를 토대로만 보다보니 자기들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 것임.

즉, 북한이 어려운 것을 제국주의의 폭압성과 그에 수반되는 경제제재라는 맥락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물자부족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과 유럽식 물질주의만이 선진적이다 생각하니 자기들 스스로 오류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맑스가 말한대로 자본주의는 지금도 끊임없이 모순을 재생산하고, 시장을 확보하여 준 식민지적 지배를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시장확보에 따른 이윤을 폭리하기 위해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자주적이고 진보적인 나라들을 고립시키는 책동을 함.

즉, 그 맥락 보다는 미국이 보여주는 초과생산되는 상품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프라 설비만 눈까리에 보였고, 따라서 이것보다 뒤쳐지는 나라의 재반 조건따위는 무시하며 결과적으로 우클릭 루트를 타는 것.

이게 바로 소위 라때는 운동권 586 중 일부가 모순에 빠져 우클릭 극우가 된 사례의 원인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newdvs117 2023-07-07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도,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 뉴라이트로 변절하며 MB, 윤석렬, 오세훈, 국짐, 조선일보 등 수구세력 패거리들과 한패가 되어 무조건 고립 및 적대하는 냉전적 대북정책 지지, 친일-친미 성향 국제관 추구, 시민사회 탄압 및 국가보안법 유지, 세월호 참사 및 이태원 참사 유가족 폄훼 등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 정말 이 나라가 민주국가, 자주국가가 맞는지, 아니면 수구세력들이 지배하는 무주의국가인지 의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