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 지 이제 대략 1년이 흘렀다.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분풀이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은 20년간 이 나라에서 전쟁을 전개했고, 궁극적으로 패전했다. 전쟁 말기 이른바 2,000페이지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 페이퍼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미국 지도부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쟁을 진행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1971년 대니얼 엘스버그가 폭로한 펜타곤 페이퍼처럼,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의 거짓과 기만 그리고 위선 속에서 시작된 침략전쟁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항구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 이후 몇 개월 동안 사망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숫자는 2만 명을 돌파했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막대한 자금과 병력을 투입했다. 2010년에는 최소 500명 이상의 미군이 전사했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을 1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군은 이른바 최신식 무기인 드론(Drone)을 이용하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대를 폭격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망자 추정치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 정도인데, 이러한 숫자를 합쳐 도합 24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가 정확한 추산은 절대 아니다. 지난 2021년 SBS에서 인터뷰한 탈레반 대변인 수하힐 샤힌은 “아프가니스탄 국민 수십만 명이 미점령군에게 살해당했고, 미군 폭격기와 드론 공습에 맞아 죽은 비극적인 사연이 아주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전쟁이 끝날 무렵 2001년부터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최소 1조 달러(한화 1,170조 원) 정도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국방부에서 2020년에 발간한 전쟁 비용 보고서에는 8,147억 달러(한화 995조 원)을 사용했다고 나오며, 여기에는 각종 무기와 파병 부대 운영비, 작전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미국 브라운대학교 전쟁비용프로젝트 통계에 따르면 대략 20년간 미국은 전쟁비용으로 총 2조 2,610억 달러(한화 2,653조 원)을 사용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한 전쟁 비용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사용한 전쟁비용을 상회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한 전쟁 비용은 6,700억 달러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한 전쟁 비용을 상회하는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뿐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침략하여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사용했음에도 전쟁에서 패배했다. 미군은 2,500명이 전사하고 2만 명이 부상당했다.
미국이 이러한 전쟁비용을 들어가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세운 정부는 말 그대로 썩어빠진 정부였다. 미국 정부가 임명한 아프가니스탄 친미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아프가니스탄을 세계 최대의 아편 공급 국가로 만들어 놓은 잔인하고 부패한 군벌 들 및 부패한 관료들과 손잡고 통치했다. 당연히 민주주의 같은 이상은 전혀 없었으며, 여성들은 여전히 탈레반 치하 못지 않게 탄압 받았다. 2004년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아편 수요의 87%를 공급했으며, 2009년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세계 부패지수는 2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탈레반이 적잖은 아프간인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즉, 탈레반의 억압성은 친미정부의 부정부패와 폭력으로 인해 옛날 일이 되고 만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5위의 최빈국이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인 1인단 GDP는 426달러였으며, 빈부격차는 극심했고, 전체 인구의 68%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인은 전체 인구의 23%였다. 평균 수명은 43세였으며, 인구의 76%가 문맹이었다. 특히 여성의 문맹률은 86%였고, 전쟁 10년째 되던 2011년 학교에 다니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는 전체 비율의 30%도 안됐다. 즉 미국은 이처럼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연간 최소 1,000억 달러 이상의 군사비용을 지출했다. 이 중 아프가니스탄 지역 개발에는 20억 달러 밖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는 “소련도 아프간 재건에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친미정부 하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여전히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 정부는 대다수 가난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교육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았다. 친미정부 하에서도 유아사망률과 산모사망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09년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남녀평등지수 최악의 국가 2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탈레반이 통치하는 것이나 친미정부가 들어선 것이나 여성들의 처지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미군의 군사작전 과정에서도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미군은 탈레반에 대한 소탕전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친미정부 군대와 함께 민간인들의 대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이 닥쳤으며, 이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들에게 했던 짓과 일치했다. 또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적잖은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드론이 투하한 폭탄은 비극적이게도 탈레반 소탕을 빙자하여 민간인을 노렸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지방경찰들은 보호 대상인 시골 주민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기도 했으며, 국립경찰 또한 구금자들에게 조직적으로 고문했다는 정황이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었다. 아프가니스탄 친미 정부가 자국 국민에게 자행한 고문은 상상을 초월했으며, 당연히 인권유린이 무수히 많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실을 보더라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여성해방도 민주주의도 그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으며, 미국의 침략 명분은 말 그대로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되었을 뿐이다.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탈레반이 승리하자, 국내 언론들은 자극적으로 여성인권을 갑자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탈레반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 친미 정부가 아주 썩어빠진 정부이며, 인권은 1도 존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국내 언론은 전혀 주목하지 않았고, 그저 미국이 써주는 선전문구를 옮기기 급급했다. 현재 탈레반 정부는 분명 반동적인 정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국과 친미정부에게 어떻게든 좋은 명분을 주려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 시작부터 잘못된 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이었으며, 미국의 탈레반 여성인권 운운은 한 마디로 핑계일 뿐이다.